인물사전

#2

by 정적

곱게 말린 머리와 위아래로 흑자주빛의 옷을 맞춰입은게 보통은 아니다. 그녀는 자리에 앉아서 불안한 눈빛으로 역 안내판을 보고 있다. 잠시 한눈 파는 사이 내려야 할 곳을 놓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자리 끝에 미끄러지듯 앉아있다. 갑자기 시작된 기침에 그녀는 핸드백에서 사탕을 다급히 꺼낸다. 기침을 멈추게 하려는지 당뇨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손은 여전히 떨린다. 그녀의 생만큼 보냈을 시계는 그녀의 손목에서 세상과 다른 방향을 가르킨다. 등에는 백팩, 배에는 핸드백을 갑옷처럼 두른 그녀의 모습에 몸을 보호하는건 옷만이 아니라는 의지가 보인다. 전철로 들어오는 사람과 부딪쳐 휘청이며 그녀의 구두가 벗겨질 뻔한다. 남은 생동안 발이 더 자랄 것을 대비해 준비하듯 그녀의 구두는 일정한 간격에서 미래의 발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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