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는 법으로 시작하는
모름지기 사람이란 관계를 시작하기도 하고, 관계를 끝내기도 한다. 잘 시작하는 법도 중요하지만 보통은 눈 한 번 깜박했을 뿐인데 이미 시작되어 있기도 하다. 그러면 잘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 된다. 관계란 언제 어디서 새로이 마주칠 수 있기 때문에 낙엽 한 장도 갈기갈기 찢어 하수구에 버리지 않고 잘 정리해 버리는데 사람 관계에서 그렇지 않을까. 관계를 정리하는 것도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다.
내가 생각하는 최선이란 자신을 위한 것이다. 내가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두고두고 생각나서 미련이 돼서 미화를 한다. 그렇지 않기 위해 인간으로서 도리를 지킬 필요가 있다. 그 도리 중 한 가지로, 관계 안에서 맞지 않는 부분을 인정하고 중간의 타협점을 찾는 것이다. 같은 환경에서 자라온 사람이라도 완전히 같을 수는 없다. 그렇기에 모든 관계는 맞물리지 않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그 부분을 숨기게 되면 언젠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영원히 숨길 수 있다면 숨기라고 하겠지만, 그렇지 못할 것 같다면 먼저 이야기하고 합의점을 찾으려는 게 좋다. 그런 부분은 여러 가지가 있기 때문에 관계 속에서 용납할 수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을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너무 끼우려 하면 깨진다. 깨진 나를 잘 정리해서 챙기고 상대가 갈무리하길 기다린 다음 관계를 떠나는 것도 인간으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 중에 상대가 떠나버려 내가 더 이상 최선을 다할 수 없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최선을 다할 기회가 없었지만 그 안에서 노력하고자 한 것은 남아 있다. 그것이 미련을 덜 남기는 법이고 나를 위한 것이 된다.
결국에는 모든 관계는 오로지 남을 위한 관계는 없다. 살아가면서 만날 사람들에게 일방적인 관계는 죽은 사람과의 관계뿐일 것이다. 영향을 주고 영향을 받는 작용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관계의 끝을 바라보며 잘 마무리하는 법을 다시 되짚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