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적으로 헤어지는 방법
가을비가 내리는 날이었습니다. 날도 어둡고 스산한 공기를 빨리 벗어나고 싶은 그런 날입니다. 그래서 퇴근시간이 빨리 왔으면 하는 생각으로 내일 있는 이혼사건의 재판에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어요.
그때 우산에 묻은 비를 털면서 중년으로 보이시는 분이 사무실로 들어오시면서...
"이혼상담하려고 왔습니다."
젊었을 때에 친구의 소개로 아내를 만나 약 1년간 교제한 후 결혼하였습니다. 당시 양가에서는 결혼을 무척 반대했었죠. 나이 차가 10살이고 경제적인 부분에서도 차이가 컸다는 게 이유였답니다. 그러나 사랑하였기에 결혼하였고 아이까지 낳고서 잘 살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아내는 집안일에도 양육에도 신경 쓰지 않더니 급기야 본인이 하고픈 것을 해야겠다면서 공무원 시험준비를 하겠다고 했어요. 아내의 일방적인 결정이었지만 막연하게 아내가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진심으로 응원해 주었습니다.
공무원 준비를 한다고 하였기에 아이는 시댁의 도움으로 양육하였답니다. 아내가 양육은 물론이고 가사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기에 남편은 퇴근 후 청소하고 빨래를 혼자 다 해야 했죠. 그래도 남편은 아내가 매일 공무원 학원에서 아침에서 저녁 늦은 시간까지 공부하는 것이 안쓰러웠기에 아내를 위해 도시락도 직접 챙겨주었습니다.
아내는 주말에도 시간이 아깝다고 하면서 도서관에 공부하러 나가더라고요. 남편은 일주일 내내 어린 아이를 돌봐 주시는 시어머니에게 죄송하기에 금요일 저녁에 본가에 들러 아이를 데리고 왔어요. 그리고 일요일까지 혼자 아이와 놀아주고 하였습니다. 아내는 공부하러 가버리기에 남편 혼자 아이를 케어하면서 밀린 가사도 해야만 했죠.
남편도 주중에는 회사일로 힘들었고, 주말에는 아이 양육과 집안일을 하여야 했기에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었어요. 그래도 미래의 밝은 가정을 위하여 서로 노력하는 시간이라는 마음으로 참고 생활하였답니다.
'홍대소재 주점에서 4만 원이 결제되었습니다.' 문자가 왔습니다.
아내가 사용하는 남편 명의 생활비 신용카드의 결제 문자입니다. 남편은 아내가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을 시간인데 결제 문자가 와서 혹시 신용카드를 분실하였을 거라는 걱정에 바로 아내에게 연락하였습니다. 아내는 전화를 받지 않고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응 공부하는 게 넘 힘들어서 친구 만나 술 마셨어.'
남편은 아이가 응가를 하였기에 기저귀를 벗긴 후 아이를 씻기고서 잠을 재운 후 밀린 빨래를 색상별로 구분하여 세탁기에 넣어 작동시킨 다음 집안 청소를 하고 있었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남편은 아내가 보낸 문자를 본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으나 오래간만에 공부하는 것이 힘들기에 그랬을 거라며 아내를 이해하려고 노력했죠.
얼마 후 아내는 술을 마시고 귀가하였어요. 아내가 술을 마시고 집에 오는 날이 많아졌답니다. 남편은 아내가 공부하는 것에 많이 힘들어서 그런가 보다고 생각하고 잔소리를 하지 않았어요.
남편이 아침 출근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아내의 핸드폰이 울렸어요(진동). 아내는 일어나지 않았구요. 왠지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받았죠. 전화기로 들려 온 것은 남자의 목소리였어요.
"어제 잘 들어갔어. 남편 때문에 많이 힘들다고 해서 걱정이다."
남편은 황당하였습니다. 아내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고 하여서 집안일 육아에 신경을 안 쓰게 하려고 많은 노력을 하였고 아내의 건강까지 챙겨주려고 도시락도 싸주고 하였는데 말입니다.
회사에 연락하여 감기 기운이 있어 못 간다고 연락하였어요. 아내의 휴대폰을 살펴볼 수 밖에 없었죠. 아침에 전화 온 사람은 아내의 대학 선배였네요. 남편은 연예시절 아내가 한 말이 기억났습니다. 아내가 대학생 때 정말 사랑하였던 선배가 있었는데 아무런 연락도 없이 군입대 후 해외유학을 가버렸다고 말했어요.
아내는 남편에게 이야기하였습니다 "맞아 그 선배야. 우리 이혼하자." 그리고 아내는 그 선배가 한국에서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소식을 듣고서 본인도 공무원 시험을 본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어요.
상담을 오신 분은 남편의 친어머님이었습니다.
며느리가 대학 선배와 부정행위를 하기 위해 고의로 집안일과 육아까지 내팽개친 것이라고 하였죠. 아들은 며느리에 대한 배신감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데 이혼은 안 한다고 고집하고 있어서 어머니가 정말 답답하여 법률상담을 하러 왔다고 했습니다.
며느리는 이혼을 꼭 해야 한다고 말하고, 아들은 절대 안 된다고 이야기하는데 며느리가 이혼소송을 하면 이혼이 되는지가 어머니의 궁금증이었습니다...
엄마가 아들의 이혼에 대하여 상담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아요. 아들과 엄마가 함께 상담을 하는 경우에도 아들보다는 엄마가 이야기를 더 많이 합니다. 그리고 엄마들이 더 잘 알아요. 아들과 며느리의 결혼생활을 엄마가 더 잘 아는 것이 희한한데 이런 분들이 좀 있으세요.
저는 이런 상담을 하고 나면 '결혼하면 가족의 범위를 줄일 필요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오죽 답답하면 부모가 나설까 하는 경우도 있겠죠. 그러나 본인, 사건의 당사자가 충분히 이야기하고 결정할 수 있는 경우에도 부모의 입을 빌어야 하는 모습을 보면 고구마를 먹은 느낌으로 답답해요.
여튼, 어머니의 걱정이 며느리가 이혼소송을 하면 이혼이 되는 지의 답은 [이혼 안 됩니다]입니다.
1. 이혼하는 방법은 '협의이혼'과 '재판상 이혼(이혼소송)' 뿐이죠.
2. 아들이 이혼을 원하지 않기에 며느리가 이혼소송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유책배우자(혼인관계 파탄 원인 제공자)의 이혼청구는 법원에서 기각하고 있습니다(이혼이 안 되는 것입니다).
3. 그래서 며느리가 소송을 하여도 이혼 안 됩니다.
참고로 법에서 인정하는 유책은 '부정행위 / 악의로 유기 /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시부모, 장인 장모 등)의 심히 부당한 대우 / 배우자가 나의 직계존속(부모님 등)에게 심히 부당한 대우 / 배우자의 생사 3년 이상 불분명 /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입니다(민법 제840조).
이혼상담을 하고 나면 답답한 마음이 남아요.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남편과 아내, 두 사람이 이해하고 노력하려는 마음이 있어야 하기 때문인데, 상담자만 마음을 열어 두거나 희생하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결혼 자격증을 취득 내지 결혼학교를 수료하여야 혼인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였으면 합니다. 부부에 대하여 배우고, 남편에 대하여 배우고, 아내에 대하여 배우고, 자녀의 양육에 대하여 배우고 선배들의 이야기도 듣고, 그들의 갈등도 듣고 하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결혼생활 중 어려움에 직면하여도 함께 해결하는 방법을 찾을 것이고, 자녀의 양육에 대하여서도 의견을 나누지 않을까 해요. 건강한 생각을 가진 자녀로 양육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역할, 아빠의 역할, 엄마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조금 무거운 마무리이지만 저는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