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의 핵심은 지속 가능한 발전

인간관계의 핵심은 지속 가능한 친절

by 해나

이 글을 읽는 분은 평소 주변에서 다정하다는 말을 얼마나 자주 듣는 편인지 궁금하다.

다정한 사람이란 무엇일까? 단순히 친절한 태도만을 말하는 걸까, 아니면 그 이상의 것까지 아우르는 개념일까?

내가 생각하는 다정함은 단순히 순간의 친절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 속에 오래 남아 어려운 순간을 버틸 수 있게 만드는 힘이다. 사람들이 나에게 다정했던 순간들은 위기에 처했을 때 나를 지탱해 주는 힘이 되곤 했다. 그리고 그런 ‘고퀄리티의 다정’은 체력과 여유에서 비롯된다고 믿는다. 다정하려면 체력이 좋아야 한다. 체력이 좋아야 마음의 여유도 생기고, 그래야 없던 다정함도 생기는 법이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매슬로의 5대 욕구에 따라 소속감을 느껴야 심리적 안정이 생긴다. 그래서 바쁘게 사는 건 나쁘지 않다. 학업에 열중하든, 일을 열심히 하든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목표를 향해 달릴 때 더 살아 있음을 느낀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점점 인간관계가 얕아지고, SNS와 비대면 환경 속에서 진짜 소속감을 느끼기 어려운 구조로 바뀌었다. 피드 한 켠으로는 수많은 관계가 이어져 있지만, 그 관계들은 대부분 피상적이고 단발적이다. 정작 깊이 연결된 타인은 없고, 우리는 수많은 연결 속에서도 점점 '잿빛 인간'으로 변해 간다. 따뜻함도, 분명함도 없는 회색빛 정서 속에서 우리는 맹목적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종종 ‘다정해야 한다’는 기대와 압박에 시달리며 감정까지 소진된다.

애초에 '다정하다'는 형용사라서 '~해야 한다'로 표현하는 건 문법적으로 비문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 단어조차 마치 행동 규범처럼 강요받는다. 다정함은 원래 성질을 나타내는 말인데, 이제는 그것조차 사회가 요구하는 덕목으로 자리 잡았다. 이 모순이 우리를 더 지치게 만든다.

피로가 쌓이면 타인을 향한 말과 행동은 점점 거칠어지고, 억지로 친절을 유지하려다 결국 한순간의 예민함으로 모든 인상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나 역시 그런 순간들을 여러 번 겪었다. 99번 다정하게 굴었지만 단 한 번 예민하게 굴었을 때 '까칠한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걸 경험하며 깨달았다. 진짜 다정함은 억지로 만드는 게 아니라, 몸과 마음에 여유가 생길 때 자연스럽게 나오는 태도였다. 결국 내가 다정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나부터 단단해야 했다.

이런 다정함의 본질은 미디어에서도 반영돼 왔다. 과거에는 꽃보다 남자 속 구준표처럼 차갑고 거칠지만 가끔씩 마음을 내비치는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소비됐다. 이른바 '나쁜 남자' 캐릭터가 한때 전성기를 누렸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이준호처럼 지치지 않는 진득한 다정함이 더 큰 공감을 얻는다. 이준호의 다정함은 단순한 순간적 친절이 아니라, 반복적인 지지와 안정감을 주는 꾸준함에서 비롯된다. 우영우가 힘들 때마다 말없이 옆을 지키고, 필요할 때 빠짐없이 손을 내밀어 주는 모습은 다정함이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힘'이어야 한다는 점을 잘 보여 준다. 다정함은 더 이상 일시적인 감정이 아니라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태도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말 한마디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라고 표현할 만큼 뉘앙스가 섬세하다. 같은 의미의 말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상대방의 기분은 크게 달라진다. 그리고 진짜 다정함은 단순한 친절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머리로 기억하고, 그 기억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행동하며 실천하는 과정이다.

다정함은 단순한 마음씀씀이가 아니라, 체력으로 완성되는 고도의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