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글다글 다글다글
아침마다 찾는 버스 정류장, 늘 그렇듯 어제와 같은 위치에 서서 멀건 눈으로 고개를 떨구고 있다가 보면, 나사 하나쯤은 빠져버린 것처럼 굴러가는 버스의 커다란 바퀴 소리가 귓속으로 들어와 머릿속을 돌아다녀.
이미 川 (내천) 자를 그리는 내 미간의 주름은 깊어질 대로 깊어져, 마흔둘이라는 아직은 젊은 내 나이가 무색하게 느껴지건만, 이제는 내 천이 아닌 협곡을 그리고야 마는 거지.
8번 버스, 606번 버스, 70-2번 버스. 몇 대의 버스를 떠나보내고 나면 더 이상은 외면할 수 없는 상황에 결국 버스에 몸을 올려놓게 되는 거야.
지각을 간신히 면할 수 있는 시간대의 버스 안은 비교적 한산해. 거기다 나를 위한 자리 하나쯤은 꼭 남겨져 있지. 미어터지는 사람들 틈에서 떡메와 절구 사이에 놓인 떡반죽처럼 뭉개져 버리는 상상만으로도 벌써 지쳐버리니 어쩌면 그 시간대의 탑승은 내게 아주 잘 맞는 선택일지도 몰라. 사실은 버스의 반동에 힘없이 이리저리 나부끼는 몸을 건사하기 위해 바들거리며 손잡이를 잡고 있을 마음이 없는 것일 수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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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항상 의자에 앉아 창밖을 내다봐. 옆을 지나는 차량들에 달린 바퀴들을 보고 있노라면, 내 눈도, 위장도, 심지어는 뇌까지도 그것과 함께 굴러가는 것만 같아. 음, 버스 이동 시간은 대략 20분 남짓?
언젠가 TV에서 그런 장면을 본 적이 있어. 버스 뒷자리에 앉아 꼭대기를 향해 이동하는 태양빛을 받으며, 목적지 없이 이동하는 모습 말이야. 그 뒤로 종종 그런 상상을 해. 이 빌어먹을 빚쟁이 역할 좀 끝내고 나도 며칠만 정처 없이, 발길이 이끄는 대로, 오롯이 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그런 거.
물론 내 인생에서 그럴 일은 없을 거라는 것도 알아. 내가 쉬는 만큼 내 주머니는 비어 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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