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블로그 10년차 유저, 그리고 브런치로의 이전
이름이 브런치니까
첫 이야기를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이름이 브런치니까, 브런치(같아보이는)사진으로 시작하기로 했다.
본인을 먼저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10년차 (2004년부터 했으니 햇수로는 12년이다.) 네이버 블로그 유저였다. 블로그는, 나에겐 일기장이었다. 지금은 모두의 추억이 되어버린, 싸이월드에 모두가 일기를 쓰고 스티커를 붙이던 시절, 난 블로그에 꿋꿋히 내 일기를 써내려갔다. 아니, 써내려갔다기엔 너무 거창하고 싸질렀다. 친목을 위해서 그들과 얕게 관계를 맺는 활동들은 필요했지만, 어쩌면 얼굴만 아는것과 다름없는 동창, 선배, 후배들에게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지는 않았다. 페이스북도 마찬가지였다. 때때로 날 아는 이들에게 가벼운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서 페이스북을 했지만, 진짜 내 이야기는 없었다.
물론 꾸준히 이야기를 한 것은 아니었다. 대부분 블로그는 내 어떤 감정이 극대화 될 때 글을 쓰는 곳 이었다. 좋거나, 기쁘거나, 슬프거나, 자아반성이 필요하거나, 가아아끔 기록이 필요하거나. 그래서 사실은 10년차, 라고 하기엔 부끄럽게도 게시물이 2000개도 되지 않는다.
그러던 내가 네이버블로그를 떠나야지, 하고 결심하게 된 이유는, 더 이상 블로그가 내 일기장이 될 수 없어서 였다. 네이버 블로그가 마켓팅 플랫폼으로 변질 혹은 포털의 변질 이런 근본적인 문제- 라고 하기보단, 개인적인 문제였다. '일기장' 외에는 자각을 하지 못했던 내가, 블로그를 다른 눈으로 보기 시작해서였다. 가끔 이럴땐 아는게 독이지 라는 생각을 하는게, 마케팅회사에서 3년간 일을 하다 보니 내 일상이야기 하나도 허투루 올릴 수 없게 되더라. 사람들의 유입을 네이버의 알고리즘을 끊임없이 염두에 두게 되어서, 사실 굉장히 내용없는 이야기임에도 제목배열/ 키워드배열/ 사진배열/ 컨텐츠의 분포를 계속 고민하면서 쓰게 되다보니 어느 새 내 일상도 그저 일의 연장. 일을 그만둔지 2달이 되어서, 이제 쫌 써야하지 않나- 하다가도 다시 쓸 생각하니 앞과 같은 반복. 기분전환이 필요한건가 ! 싶어서 디자인도 바꿔보고, 글쓰는 폼 양식도 재정렬 해볼까 하고 하루종일 붙들어 봤는데, 결국 실패.
뭐야, 예쁘잖아?
모아놓은 컨텐츠를 버리기도 아깝고, 어딘가 내 이야기를 하고싶기도 해서, 워드프레스를 파서 예쁜 일기장 플랫폼 + 포트폴리오로 쓸까 - 도 생각해봤지만, 일과 사생활을 섞어버린다는 생각을 하니, nop. 그렇게 고민하던 차에. 우연히 이 브런치가 눈에 들어왔다.
"뭐야, 예쁘잖아?"
브런치를 처음 본건, 물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이 아니었다. 지금은 일을 그만둔지 두달 째, 백수생활을 즐기는 중이지만, 브런치 오픈을 처음 알리던 그 때, 마케팅 회사의 직원이었던 나에게 내 시선은 '또 하나의 마케팅 툴' 에 불과했었다. 그래서, 당연히 (브런치에서 싫어할 지도 모르지만) '당신도 작가가 될 수 있습니다' 라고 하는 카피는, 유사한 컨셉의 '네이버 포스트'의 시작만이 떠올랐고, 다음 카카오 기반의 툴은 대한민국 사람의 습성상, 논거 외- 였다.
그러던 내가, 왜 다시 브런치를 선택했냐고 ? 아마 결국 '인생은 타이밍' 이기 때문이 아닐까. 그 때의 단점은 지금 나에겐 장점으로 보였고, 메인타이틀 및 내용의 배열은 딱 내가 지금 원하는 모양새와 동일했다.
"이거다."
이미 글을 한번 날려먹은 (내용은 미묘하게 바뀌었지만) 경험을 토대로, 임시저장이라던가 하는 네이버블로그의 일부 기능이 아쉬운건 사실이지만, 시스템은 사용자가 있으면 개선되기 마련이겠지. 테스트삼아 작성하는 글이라, 아직 많은 기능을 체험해보진 않았고, 노출이라던가 하는 다양한 여부도 직업병 때문에 틀림없이 보겠지만... 일단은 예쁘니까 합격.
새로운 대나무 숲
일단은, 밀린 내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 한다.
여행기도 써보고, 생각도 정리해보고, 읽은 책이나 영화도 정리해보고.
브런치 테스트 중이라고 사진을 한장 보냈더니 선배님이 바로 '새로운 대나무숲' 이라고 했는데,
맞다. 그렇다. 너무 날 잘알아서 주거줘야게써......... :D
새로운 대나무숲이 무럭무럭 자라길 바라며.
수조속의 해파리, 첫번째 이야기 끗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