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건 [해라! 클래스]
스무 번째 프로젝트 ‘골든 마이크 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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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라!클래스의 20번째 프로젝트는 사실 1년 전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왜냐면 2018년 2월에 해야겠다는 생각을 처음 했기 때문이다.
당장 준비할 것은 없었다.
다만 다이어리에 안 까먹도록 중간중간 할 일 리스트에
'골든 마이크 준비'라고 적어 놓았다.
그러다가 어느새 2019년이 다가왔고
공교롭게도 20번째 프로젝트로 적합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당시 20번째 프로젝트 후보로 있었던 것은
이야기 들어드립니다 여행 / 유튜브 컨텐츠 올리기 / 바디 프로필 준비
였었다.^^
어쨌든, 골든 마이크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바로 공지를 올렸다
(이제는 공지 올리는 속도가 더 빨라진다. 고민의 시간이 확실히 짧아졌다 ㅋㅋ)
공지를 올리고
참가 가능할 것 같은 후배들에게 별도로 연락을 취해보았다.
우리는 모두 괜찮은 스토리를 갖고 있고
그것을 일반 사람들 앞에서 잘 이야기해보자라고 말이다.
역시나 관심을 갖고 한번 해보겠다는 친구들이 생겼다.
나포함 총 4명!
우리는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각자의 스토리를 온라인에서 공유했다
역시나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이야기들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각자 2/24에 서류접수를 마쳤다.
...
그리고 서류 발표는 이틀 후인 26일에 났다
서류 합격!
오키
다른 친구들의 소식이 궁금했다.
그런데, 이럴 수가.. 3명의 친구 모두 서류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나? 지원자가 정말 많은 것인가?
준비를 좀 소홀히 한 것인가?
아쉬웠다.
그리고 혼자서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살짝 외롭기도 했다.
해라클래스는 늘 함께해서 더 좋았으니 말이다.
나는 오랜만에 합격이라는 단어를 보게 되었는데
기분이 좋았다.
오 좋아 좋아
서류 통과를 했으니 이제는 예선 준비구나~
서류는 텍스트를 제출하는 것이었고,
이제 그 내용을 바탕으로 정해진 시간 7분(매우 짧은 시간)에 맞춰서
이야기를 해야 한다.
1시간 아니 2시간 강의는 오히려 편하다.
중간에 쉼도 있고, 청중들과 소통도 하고 자료를 보면서 몇 분씩 말해도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7분은 정말 짧은 시간이다.
그래서 많은 이야기들을 걷어내야만 했다.
10번 정도는 내용을 읽으면서 걷어내고 걷어냈다.
아까운 이야기들이 많았다.
하지만 핵심만을 전달해야 하는 미션이다.
역시 쉬운 일은 없다.
...
나의 골든 마이크 주제는 바로 '해라클래스'였다
어느 날 패러글라이딩이 너무 타고 싶었는데,
그때도 역시 그 전처럼 미루려다가 '또 미루면 평생 못하겠다' 싶어서
아예 해라클래스라는 프로젝트를 만들어버렸다는 이야기
그래서 그 이후에 번지점프, 템플스테이, 장사하기 등등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해온 이야기를 담았다.
주제를 정할 때 여러 가지 후보들이 있었는데,
20번째이기도 하고..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 그렇게 정했다.
아무래도 최근 내가 가장 이야기할게 많은 것이 바로 '해라클래스'였기 때문이다.
서류 접수는 텍스트 중심이어서 상관없었는데
예선은 발표 자료가 필요했다.
골든 마이크 특성상 발표 자료가 없는 게 더 집중하기 좋을 것 같았지만
사진을 보여주지 않고는 해라클래스 이야기를 제대로 전달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ㅋㅋ)
그래서 며칠 동안 열심히 발표 자료를 만들었다.
PPT(사실은 키노트)를 만드는 일은 늘 귀찮으면서도 재밌다.
그렇게 며칠 동안 퇴근 후에는 자료 만드는데 집중했다.
발표 내용을 손보면서 동시에 자료를 만들고
...
그렇게 시간이 흘러서 예선의 시간이 왔다.
예선은 3월 4일이었고, 나는 퇴근 후 정장을 입고 갔다.
대기실에서 기다리는데 왠지 떨린다.
총 25명의 예선 합격자가 있는데, 이중 10명만이 본선에 올라간다고 한다.
그래 이왕 하는 거 본선에는 가야 하지 않겠나?!
늘 여유는 있었지만 막상 말하기 전에 꽤나 떨려서 이를 어쩌나 싶었다.
내가 동아리 회장도 하고 회사 발표도 몇 번이나 해서 떨림 없이 발표를 잘할 거라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전혀 그렇지 않다.
익숙한 곳에서는 두세 번 하면 좀 편하게 할지 몰라도
낯선 공간에 낯선 사람들 앞에서는 아무래도 떨릴 수밖에 없다.
예선 발표를 앞두고 우연히 유튜브를 통해 보았던
사이먼 시넥의 이야기가 도움이 되었다.
"나는 지금 긴장하는 게 아니라 설레고 있는 거다"라고 마음을 먹었다.
오, 근데 신기하게
이게 꽤나 도움이 되었다.
정말 자연스럽게 내가 할 말을 다 했다.
게다가 시간도 딱 1초 남기고 끝났다. 휴 ㅋㅋㅋ
심사위원을 했던 골든 마이크 친구들(심사위원이지만 나보다 한참 어린듯하여 허허~)이
좋은 평가를 내려주었다.
자료도 좋았고, 차분한 톤도 좋았고
내용도 좋았고, 중간중간 좋은 내용들이 많았다고..
피드백 줄게 별로 없다고 했다
하하하! 그런가요?!
그럼 제가 우승인가요?라는 생각을 속으로 하게 되었다.
(그러면 안됐었는데 말이지)
나는 좋은 피드백을 받고 집으로 귀가하였다.
(아마도 본선에는 가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역시나 이틀 후 본선 진출자 합격 메일을 받았다.
그렇군.
어라? 그런데 사전 미팅을 한다고?
나의 발표는 완벽했잖아?! 그런데 왜 굳이 또 본다는 거지?
그런 시간을 굳이 가져야 하는가? 내가 요즘 이직을 해서 좀 바쁜데 말이지~
이런 자만 또는 오만의 생각을 하게 되었다.
분명 그것은 인간에게 득 될 것이 없는데도 말이다.
가지 않을 수 없었고, 아무래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
3/11 사전 미팅을 가졌는데
다행히도 굉장히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다.
청중들에 대한 정보, 그리고 지난 시즌들의 분위기나 결과 등
많은 정보를 알게 되었고
예선보다는 확실히 더 구성진 발표를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본선에서 1등 하면 청춘페스티벌을 나가는데
거기에서는 어떤 주제가 먹혀요? 내 이야기가 거기서 좀 먹힐까요?
라며 오바를 했다. ㅋㅋㅋ (물론 티는 안 났겠지만)
그렇게 사전 미팅을 마쳤고
이제 7분이 아닌 10분을 준비해야 했다.
며칠을 고민하고 준비해서 자료도 바꾸고 멘트도 바꾸고...
그리고 정해진 시간 안에 다시 자료를 보냈다!!
...
그리고 대망의 본선!!
3월 16일이다.
나의 이름이 본선 TOP10에 올라가 있었다.
ㅎㅎ
본선 공지가 올라가고
나의 스토리가 한 장의 카드 뉴스로 만들어져
페이스북 '골든 마이크' 페이지에 올라갔다.
나의 의도와 상관없이 쓰인 카피라서 그닥 맘에 들지는 않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최종 우승은
사전 카드 뉴스에 대한 투표 10%
심사위원 점수 40%
현장 청중 평가단 50%로 이루어진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나를 포함한 일부 인원은) 사전 투표에 대한 신경을 거의 안 썼다.
친구들을 동원해서 댓글을 달아 달라 했다면 점수를 좀 얻을 수 있었을 텐데 하지 않았다.
그런 동원이 부끄럽기도 하고
그거 없지도 어쩌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ㅋㅋ
(다시 한번 말하지만 오만은 화를 부른다)
그리고 본선 당일에도 청중평가단에 가족이나 지인이 많이 왔다면,
점수가 더 올라갔을 수 있다.
물론, 나는 역시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독서모임에서 번개로 올 수도 있었는데 다행?히 취소되었다 ㅋㅋ)
우승을 바라기는 했지만 무리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면서 또다시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역시 "나는 억지로 하는 것을 정말 싫어한다"는 것을
마이크 임팩트 12층에서 본선이 시작되었다.
분위기가 좋았다.
마치 대학교 졸업 발표회 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마지막 발표자였다.
이것 역시 나를 자만하게 만드는 요소 중에 하나였다.
"훗, 내가 마지막 대미를 장식하는군.
그럼 나머지는 별로라는 것인가? 흠.. 그래.. 역시 나군."
ㅋㅋㅋㅋㅋ
(물론, 저런 자신감만 있었던 건 아니다. 막연했고 걱정도 많이 됐었다."
당일 아침에 커피를 마시면서 마지막 준비를 했는데
빈 속에 마셔서 그런지 심장의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첫 번째부터 아홉 번째까지의 이야기를 다 들었는데
기본적으로는 다 좋았다.
다들 의미 있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었다.
나는 그 와중에 나름대로 평가를 매겼다
부족한 점, 좋은 점, 먹히는 점 등등
나의 평가로는
3명 정도가 꽤 좋았다고 생각을 했다.
사시에 대한 이야기
장애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설사에 대한 이야기
소재는 정말 사소하고 가벼운데 그 내용만큼은 가볍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이끌어내는 결론도
삶의 교훈을 많이 담고 있었다. 신기했다. 재미와 교훈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4.3 / 4.2 / 4.4
나 나름대로의 평가로 이 세명은 정말 잘했다.
자,
그럼 이제 더 잘할 내 차례인가?
ㅋㅋㅋ
드디어 내가 발표를 한다!! ㅋㅋ
사진에서 처럼 뭔가 자신감은 있었지만
생각만큼 잘하지 못했다.
우선, 심장의 떨림이 완전 가시지 않았고
리허설도 없었던지라 마이크, 포인터, 심사위원 및 청중들
모든 것이 낯설었다.
나는 낯선 환경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 속에서 어떤 결과를 내야 하는 것에는 어려움을 느끼는 것 같다.
(적응하기 바쁘니깐)
내가 스스로 반성한 포인트는 이렇다.
1. 시간 관리를 완전 못했다
10분을 조금 넘겨도 무방 했을 텐데 10분 안에 끝내고자
웬만하면 부연설명 없이, 여유 없이 바로바로 넘어가면서 이야기를 했다.
꼭 필요한 말은 다 했지만, 내가 봐도 여유가 없어 보였다.
결국, 1분 45초나 남기고 발표를 마무리 했다.
2. 시선 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보통 학교나 동아리에서 강의를 할 때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한 명 한 명 아이컨택을 하면서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10분의 시간 동안 100명의 사람과 자연스럽게 아이컨택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나의 눈은 정신없이 돌아다녔다. ㅋㅋㅋ
3. 소재에 신선함을 더 주지 못했다.
결국 버킷리스트를 해나간다는 주제인 해라클래스
하지만 각종 강연 영상이나 책, 유튜브 등에서 본듯한 느낌일 것이다.
그리고 자칫 나의 자랑으로 보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나는 그런 점을 좀 더 신선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설사 이야기가 오히려 더 신선하게 느껴졌다)
4. 응원군이 없었다.
사전 투표도 그렇고 현장 투표도 그렇고 나는 지원을 받지 못했다.
물론 나의 선택으로 부르지 않았지만
현장에서 오직 나만 있었다.
분명 몇 명의 응원군이 있었다면 나는 좀 더 자신감 있게 이야기를 했었을 것이다.
가족이나 지인의 응원이 필요한 거라고 생각을 했다.
위의 반성 포인트는 당일 그리고 다음날까지 여러 가지를 곱씹어보면서 생각한 포인트다
당시에는 조금 정신없다 정도만 느꼈고
역시나 우승 후보라고 생각을 하면서 내 자리로 돌아갔었다 ㅋㅋ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꽤나 만족했었다
중간중간 청중들의 육성 반응도 있었고(오~ 와~ 하는)
무엇보다 다들 집중하면서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리고
심사위원의 평가도 다들 괜찮았다.
오!
드디어 우승자 발표하는 순간이 왔다.
연예대상, 영화제 시상 때의 후보자들의 심정이 이런 것일까?
정말 많은 생각이 순식간에 들었다.
"내 이름의 첫음절은 '조'다.. '조'를 잘 듣자"
"2만 5천 명 청춘페스티벌에서는 분위기는 어떨까? 두렵고 설레네"
"만약 안되면 나는 바로 집에 가야 하나?"
"나 말고 누가 있지? 저 친구? 에이 소재가 좀 소소하지 않나?"
등등등
그리고 결국 우승자를 발표한다.
"우승자는!!!"
...
..
.
"설사 이야기의 최지영 님~"
아, 나 아니구나 ㅋㅋㅋ
그런데, 저 친구 이야기 정말 좋았어!
본인도 놀랬고, 친구들은 더 놀랬고
나는 인정하며 바로 박수를 쳐주었고
많은 사람들이 축하를 해주었다.
물론 TOP10들의 표정은 밝지만 아주 작은 아쉬움이 묻어나 보이기도 했다.
최지영 양의 친구가
소름 돋았다는 말은 하는데 정말 보기 좋았다!
왜냐면 정말 예상을 못한것 같기 때문이다.
다 같이 모여서 단체 사진을 찍고
나는 잠시 방황을 하다가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가운데 뒤에 아주 밝게 웃고 있다 ㅋㅋㅋ)
단체 사진을 찍고 났더니 마치 졸업식 현장인 것처럼
발표자들의 가족들과 친구들이 모여서
여기저기 사진을 찍었다.
나는 뭔가 졸업식에 가족 없이 혼자 간 느낌이었다 ㅋㅋ
물론 나는 어른이고 당당하기 때문에(무엇보다 나의 선택이기 때문에) 덤덤했다
그럼에도 약간의 아쉬움 안고 집으로 향했다.
이 경험과 많은 생각들을 이야기하고 싶어서
친한 후배를 불렀는데,
지방에서 올라오는 중이며 약속이 있다고 한다 쳇 ㅋㅋㅋ
이번 해라클래스는 뭔가 색달랐다.
뭔가 이벤트 적이고, 컴피티션이 있었고
다시 또 혼자 한 프로젝트였고
원하는 바를 얻었지만 또 얻지 못했으며
간만에 (완벽하지 못함에 대한) 반성도 많이 했다.
20번째 프로젝트로 아주 딱이었다!
발표의 마지막에도
"여러분도 하고 싶은 일들을 마음껏 하길 바랍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의 20번째 프로젝트
바로 '골든 마이크 참가'에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했기 때문이다. ㅎㅎㅎ
좋았어! 잘했어!!
이제 다시 21번째 프로젝트를 준비해볼까?! ^^
P.S 부끄럽지만 나의 발표 내용은 아마 추후에 페이스북과 유튜브에 올라갈 것이다.
뭐 100명 앞에서도 했는데 100만 명이 봐도 괜찮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