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건 [해라! 클래스]
열아홉 번째 프로젝트 ‘임종 체험'
---
해라!클래스의 19번째 프로젝트는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해라클래스 리스트를 살펴보았다.
그 리스트는 해라클래스에 참여한 참가자들의 '하고 싶은 것들'
그리고 지인들로부터 받은 '버킷리스트' 등이 있다
그중에서 갑자기 눈에 확 들어온 것이 바로 '임종 체험'
오! 죽어보자 ㅋㅋㅋ
최근에 '늙음'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고
작년에 '목숨'이라는 다큐도 보고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책도 봤기에
직접 실행을 해봐야겠단 생각을 했다.
바로, 공지를 올렸다.
죽음을 경험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영정사진 찍기, 유서 작성, 입관 체험을 하는 것이고
그 가운데 계속적으로 죽음을 떠올리는 것이라고 보면 되겠다.
...
공고를 올리고,
총 4명의 신청자가 모집이 되었다.
(늘 그렇듯 처음에는 신청했다가 상황이 생겨서 못 오는 멤버가 있다)
혼자라도 가볼 생각이었기 때문에,
함께 경험하는 동지가 있다는 것은 늘 든든하고 즐겁다.
두둥!
1월 5일 드디어 죽으러 가는 날!! ㅋㅋㅋ
나를 포함한 5명은 당산역 6번 출구 앞에서 만났다.
그리고 바로 밥을 먹으러 갔다! ㅋㅋ 죽기 전에 밥 좀 먹읍시다~
이왕이면 백종원의 3대 천왕쯤 나오는 맛집으로 ㅋㅋ
두둥~!! 우리는 당산역 5분 거리의
'이조 보쌈'으로 갔다!
오오~ 내가 그동안 먹어본 보쌈 정식 중에서 양이 젤 푸짐
고기도 완전 알차고! ㅋㅋ
우리는 거하게 먹고 바로! 죽으러 가려다...
시간이 좀 남아서 카페에 갔다.
매번 해라클래스 할 때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 있으니
서로 소개하고 인사하고 살짝궁 친해지고~^^
(근데, 늘 오픈마인드인 멤버들이 와서 어색하거나 난감한 상황은 없다)
...
오오 드디어 시간이 되었다!
우리는 '효원 힐링 센터'에 들어갔다.
1주일 전에 늘 마감이 되는 건 온라인을 통해서 확인을 했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 걸 보니 새삼 신기했다. (인기가 많다? 왜 다들 죽어보려 오신 거지? ㅋㅋ)
잠깐 대기실에서 기다리다
신청서를 작성했다.
간단한 설문과 신상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바로 영정사진을 찍는다.
오, 영정사진이라니!!
죽었을 때 걸려있을 사진이라고 하니 뭔가 심오한 표정을 지었는데,
사진기사님이 최대한 밝고 환하게 웃으라고 하셨다
그래, 장례식에 와주신 분들을 위해서 활짝 웃는게 낫겠지? 싶었다. ^^
우리는 그렇게 사진을 각자 찍었다!
어색 어색한, 그리고 참으로 낯선 경험이었다.
조금의 시간이 지난 후 우리는 바로 옆 강연장으로 갔다.
오 벌써 521회라니.. 일주일에 2 번씩 한다고 해도 5년이 넘은 거네~
이곳에서 약 50분 정도 동안 '효원 힐링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센터장님의 강연을 들었다.
나이가 좀 있으셨고(60대) 전 연령대를 커버해야함에도 불구하고 강연은 재미있었다.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그러면서 즐겁게 살자
의미 있게 살자라는 강연이었다.
옛 조상님들은 미리 부모님의 수의를 준비하고 묏자리도 미리 알아보았다고 한다.
부모님은 그 묏자리 가지고 자랑도 했다고 한다. 허허~
죽음을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때였고, 오히려 자연스러웠던 것이다.
그러다 일제시대 때부터 죽음이 굉장히 무섭고 피해야 하는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이
센터장님의 설명이었다. (일리가 있다)
강연을 하면서 참가자들에게 질문을 많이 했는데,
그중 젊은 부부가 왔었는데 평소에 둘이 엄청 싸운다고 한다 ㅋㅋ
그럼에도 이런 곳에 같이 왔다는 것은 아직 건강한 사이라고 생각했다.
강연을 듣고 우리는 입관 체험을 하러 올라갔다.
두둥~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의 공간이었다. (그리고 살짝 추웠다)
사람들이 모두 각자의 관 옆에 앉아있다.
각자의 신체 사이즈에 맞게, 그리고 저승사자(복장을 하신 직원)의 안내에 따라 앉았다.
그리고 이어서 옆에 있는 수의를 입었다.
수의가 가지런히 놓여있는 것만으로도 뭔가 묘한 느낌이 든다.
(생각해보니 실제로는 내가 직접 입을 수 있는 옷이 아니다)
이것이 나의 영정사진과 아직 쓰지 않은 유언서다
묘한 기분이 계속 든다.
우리는 각자 자리에 앉아서
센터장님의 안내와 함께 죽음과 관련한 영상을 보게 되는데,
사람들이 영상을 보면서 많이 울컷 했던 것 같다.
그 영상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남편이 임종했다는 말을 들은 아내분이
"네? 뭐라고요? 무슨 소리예요. 손이 아직 이렇게 따듯한데?!" 라면서 놀라면서 우는 장면이었다.
지금도 생각하면 막 울컥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너무나도 감당하기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영상을 보고
이제는 유언서를 쓴다.
언젠가 초등학교 땐가 중학교 땐가 써본 적이 있는데
실로 오랜만이다.
막상 쓰려는데 뭐라고 써야 할지 막막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가족에게 한 마디씩 하게 된다.
아버지께, 어머니께 그리고 형, 동생에게
그리고 친구들에게 쓸려고 하는데 시간이 부족했다.
그리고 센터장님이 돌아가면서 유서의 일부분을 읽어보라고 했다.
내가 첫 번째로 아버지에 대한 유서를 읽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유서를 읽어나갔다.
나는 최대한 담담하게 읽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다.
특히 남편이나 아내 그리고 자식에게 하는 말들에는 정말
사랑과 미안함, 고마움이 가득했다.
역시 가족의 힘은 더욱 강한 것 같다. 많은 분들이 읽으면서 울었다.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스레 깊이 느끼게 되었다.
가족의 끈은 그 누구보다 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유서 독백의 시간이 지나고 우리는 일어섰다.
그리고 관에 들어갔다.
두둥~
관이 생각보다 작고 좁았다.
죽은 사람에게는 흔들리지 않게 꼭 맞는 것이 더 중요할 것 같다.
(위의 사진은 실제 입관 체험을 다 마치고 나서 나중에 설정으로 찍은 것이다)
관에 들어가고
덮어진 관을 누군가가 와서 못을 박듯이 쾅쾅~ 쳤다.
그때 진짜 나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고 어디론가 실려가고
화장을 하거나 묻히게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 속에 누워 있는 시간은 약 15분 정도 된 것 같은데
나는 내가 죽고 나면 누가 제일 많이 슬퍼할까?
누가 몇 날 며칠 슬퍼하고 있을까? 란 생각이 가장 강하게 들었다.
최대한 많은 사람을 만난다고 가장 가까운 가족과 친구들을 외면한 건 아닐까
결국, 나의 죽음을 가장 슬퍼할 사람들은 그들인데 말이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죽음 이후의 상황을 떠올리게 되었다.
나는 사후세계를 믿지 않지만 말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서
어쩌면 간단한 임종 체험이 마무리가 되었다.
분명, 짧고 간단한 경험이지만
계속해서 죽음을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괜스레 기념사진을 한 컷 찍었다.
임종 체험을 하고 나서 느낀 것은
1.
죽음 이란 것을 무서워하고 너무 피하지 말자
죽음도 삶의 일부이니 좀 더 잘 대하고 자주 만나자, 이야기하자
2.
유서를 미리 써놓자.
갑자기 죽고 나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못하고 떠나는 것이 아닌가
부모님 및 가족에게 평소에 시간 많다고 않았던 말을 써놓기라도 하자
그리고 나의 기록을 살펴볼 수 있는 비밀번호도 적어놓자
3.
소중한 사람을 충분히 챙기고 그다음,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챙기자
새로움을 쫓다가 옆에 있는 사람을 너무 못 챙길 수 있다.
내가 죽으면 가장 슬퍼하고 그리워할 사람들이다.
늘 즐거운 경험의 프로젝트를 해왔는데,
이번에는 참 의미 있는 경험을 했다.
역시나 굿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