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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랑 Jun 22. 2022

인생 어디로 흘러가는가

#꼬꼬마 독서지도 #1편  



꼬꼬마 독서지도, 1편




- <꼬꼬마 독서지도> 1편과 2편은 2022년에 작성했던 글입니다. 




 처음부터 독서지도를 할 생각은 아니었다. 솔직히 독서지도사라는 직업의 존재 자체도 몰랐었다. 하지만 지금은 독서지도사로 활동하며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처음 계기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대학교 시절 참여했던 독서지도사 자격증 수업이 터닝 포인트가 된 것 같다. 




 취업 경쟁력을 이유로 국문학과의 폐과 여부는 대학에서 끊임없이 논의되고 있다. 폐과 이슈는 내가 다니는 대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학과생들 입장에서는 서러울 수밖에 없는 일이다. 눈엣가시로 여겨지는 국문학과였지만 교수님들은 학과와 학생들을 위해 언제나 최선을 다하셨다. 그리고 그 연장선 위로 독서지도사 자격증 반이 있었다. 


 독서지도사 자격증 반은 취업을 지원하기 위해 학과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강의였다. 당시 자격증이 한 개도 없던 나는 조급한 마음에 자격증 반에 참여하였다. 대학교 2학년, 슬슬 취업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였다. 조급한 마음에 무작정 참여한 자격증 반은 내게 새로운 기회로 다가왔다. 


 10회가 넘는 수업 동안 이론과 실습을 꾸준히 병행했다. 수업을 거치며 그림책이 어린아이들만 보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깰 수 있었다. 그리고 소정의 시험을 거쳐 독서지도사 자격증을 발급받게 되었다. 




 '나중에 취업할 때 자격증 칸에 한 줄은 쓸 수 있겠지.'


 자격증을 취득하고 나서도 자격증을 사용할 마음은 없었다. 대학 시절 나름대로 노력했다는 증거. 딱 그 정도 의미였다. 하지만 자격증을 취득하자마자 곧장 사용할 일이 생겼다. 우연히 민간 기관에서 진행하던 독서지도 봉사활동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학업과 독서지도 봉사를 병행하며 4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아이들은 잘 따라와 주었고, 나의 새로운 적성을 발견하는 계기도 되었다. 이후 임기가 끝나 봉사활동도 그대로 종료되었다. 즐겁고 보람 있는 경험으로 남았기에 언젠가 다시 독서지도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만 한 것이 꼬박 2년이었다. 학교 수업과 대외활동을 병행할 동안 독서지도와 마주할 기회는 없었다. 무엇보다 나의 첫 번째 꿈은 작가였기에 적극적이지 않기도 했었다. 시간이 지나며 점점 독서지도에 대한 열정을 잊어가던 나날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독서지도사 모집 공고를 발견하게 되었다. 집과 가까운 거리. 학업에 방해받지 않을 정도의 수업 시간. 적당한 시급. 모든 조건이 나와 잘 맞아떨어지는 곳이었다. 우연히 발견한 공고라 더욱 신기했다. 곧장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준비해 제출했고, 면접 일정까지 순조롭게 잡혔다.



 

  면접 준비 과정에서 잊고 있었던 아이들과의 보람찼던 수업이 떠올랐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합격이 절실해졌다. 쐐기를 박기 위해 요청하지도 않았던 수업 커리큘럼까지 준비해 갔다. 합격만 한다면 잘 해낼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다시 독서지도사로 활동할 수 있는 계기가 찾아왔다. 이번에는 봉사활동이 아닌, 내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일로써. 


 학원의 아이들과 만난 시간이 벌써 6개월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자격증을 취득할 때만 해도 내가 이 길로 활동하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인생 어디로 흘러가는가.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잠시 스쳐 지나갔던 경험조차 인생에 큰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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