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마 독서지도 #4편
꼬꼬마 독서지도, 4편
독서 지도를 하다 보면 다양한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성격부터 취향까지 전부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다. 그러나 대다수의 아이들은 한 가지 부문에서 공통점을 보인다. 바로 문해력 저하이다.
우리나라의 문맹률은 전 세계를 통틀어 보더라도 낮은 편에 속한다. 2008년 국립국어원은 국민의 기초 문해력 조사를 진행하였는데, 조사 대상 19세~79세 중 완전 비문해자는 1.7%로 나타났다.* 연령층이 높아질수록 비문해율도 높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2024년에 들어 해당 통계를 살펴보는 것은 무의미한 일 같다. 현장에서 바라보면 실상은 더욱 심각하기만 하다. 예전에는 노년층으로 향할수록 비문해율이 높았지만, 최근에는 아이들 사이에서도 비문해율이 높아지는 것 같다.
이 같은 사회 현상은 이미 한 차례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온라인 수업을 진행한 것이 문해력 저하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사진이나 짧은 영상 (숏폼)으로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는 SNS 문화가 퍼진 것도 한몫할 것이다.
이 같은 고민으로 독서 지도를 시작하려는 보호자들이 참 많다. 독서 지도를 위해서는 책을 읽는 것이 필수적이니까. 아이가 책 읽는 것을 거부하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이다. 문해력 향상만을 고려한다면 독서 지도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으리라.
그러나 독서 지도사의 입장에서는 고려해야 할 것이 참 많다. 앞서 '독서 지도를 위해서 책을 읽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말 그대로 문장을 읽는 것이다. 그런데 문해력이 부족한 아이들은 짧은 그림책을 읽는 것조차 어려워한다.
간혹 가다가는 이런 일도 있다.
"이 책은 어떤 내용이었어?"
"호랑이랑 아이들이 친구 하는 내용..."
아이가 읽은 책은 <해님 달님>이었다. 아이들의 엄마로 변장한 호랑이가, 아이들을 잡아먹으려 하는 것이 책의 줄거리이다. 하지만 아이는 문장을 읽지 않고, 책에 그려진 그림만 보고 내용을 유추했다. 본래 줄거리를 생각해 보면 <해님 달님>을 재창작한 것과 다름없을 정도의 대답이다.
놀랍게도, 이런 일은 매우 자주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독서 지도사는 아이들의 이런 습관들을 손쉽게 파악해 낸다. 그 후 올바른 책 읽기 방법을 끊임없이 아이에게 설명해 준다. 다행히 그림만 읽던 아이들도 달이 지날수록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한 단어에서 두 단어로, 두 단어가 한 문장으로 읽는 글이 늘어나기 시작한다.
이때가 되면 새로운 문제가 대두된다. 아이들이 드디어 글을 읽기 시작했지만, 글을 이해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특히 문제를 풀 때 이런 경향은 더욱 뚜렷해진다. 지문과 문제를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했기에 정답도 찾아낼 수가 없는 것이다.
신기한 것은 1:1로 글을 다시 읽혀주면 내용을 전부 이해한다는 것이다. 혼자 읽는 것보다 선생님과 읽으면 이해가 쉬우니, 매번 도움을 요청해오곤 한다. 그러나 혼자 읽는 힘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자주 도와주는 것 역시 지양해야 한다.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이 수개월. 스스로 한 권의 책을 다 읽고, 온전한 감상을 꺼내놓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마라톤을 달리듯 장기간 이어져야 하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아이가 책에 흥미를 읽지 않도록. 끊임없이 살피고 칭찬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
문해력 저하는 더 이상 남 일이 아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은 SNS에 익숙해 책을 접할 기회도 현저히 적다. 기르는 것은 어렵지만, 손 놓고 있으면 뚝뚝 떨어지는 것이 문해력이다. 내가 수업에서 들은 <해님 달님> 이야기는 더 이상 남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루 한 장이라도 좋으니, 오늘은 우리도 책장에서 책을 꺼내보는 건 어떨까.
* 출처 : 김순임 (2008), 2008 국민의 기초 문해력 조사 개요, 국립국어원
https://www.dbpia.co.kr/journal/articleDetail?nodeId=NODE07253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