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시간의 Sheer Driving Pleasure
베이커리 카페 사장은 남자가 수상했다.
하루에 두 번 남자가 온다. 이른 아침에 한 번, 점심에 한 번. 동행인은 늘 바뀐다. 젊은 여성이 대부분이고 간혹 나이 든 여성이나 젊은 남성도 있다. 나이 든 남성과 온 적은 지금까지는 없었다. 더욱 수상한 건 동행인들의 태도다. 차로 남자를 태워 오더니 의아할 정도로 깍듯하게 커피를 대접한다. 호칭도 선생님이다. 선생님인 남자는 커피를 마시고 가끔은 빵을 먹었다.
팔당댐의 이 베이커리 카페에 오기까지 많은 숙박업소가 있다. 남한강의 멋진 경치 때문에 데이트 코스로 이름난 곳이다. 그래서 더 수상했다. 6개월을 참았다. 동행인이 화장실에 가고 남자 혼자 남았을 때 사장은 남자에게 물었다.
당신 뭐 하는 사람입니까?
저요? 운전 가르칩니다.
사장은 이제야 알았다는 듯 웃는다. 운전연수 강사인 그 남자는 어쩐지 사장님이 본인을 대하는 태도가 냉랭했다고 한다. 오해가 풀리자 사장은 손님을 데리고 오는 남자가 고맙다. 이제 둘은 하루 두 번 즐겁게 인사를 나누는 사이다.
운전연수를 100시간 받았다고 하면 반응은 둘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운전 잘 배우면 좋지’, ‘얼마나 운전을 못하길래?’ 30대 중반이 되어서 딴 면허에, 왕복 약 80km의 출퇴근길을 생각한다면 나는 운전을 잘 배워야 했다. 남이랑 박든 가드레일에 박든 도로에 멈추어 서서 깜빡이를 켜고 전전긍긍하는 일은 끔찍하다. 그 일을 피하고자 주말 아침마다 집에서 회사로, 회사에서 집으로 모의 출퇴근을 했다.
평생 제1순환고속도로만 탈 것도 아니고 다른 운전 경험이 필요할 때 팔당댐 코스를 밟았다. 천천히 핸들을 돌려 완만한 커브 길을 오르고 나면 목덜미에 뻑뻑함이 어렸다. 내비에 찍은 목적지, 저 베이커리 카페에 도착해 차에서 내려 기지개를 켜면 몸도 풀리고 해냈다는 성취감도 컸다.
운전자만큼이나 긴장하는 선생님도 기지개가 후련하긴 마찬가지였으리라. 그 마음에 나도 깍듯하게 ‘선생님, 음료 뭐 드시겠어요?’라며 지갑을 열었다. 선생님과 사장님은 아는 척을 했다. 이 카페에 오는 길이 초보가 S자 커브 연습을 하기 좋다고 한다.
운전연수를 마칠 때쯤 차를 장만했다. 벌써 59,000km를 달렸다. 운전으로 출퇴근이, 취미가, 여행이 달라졌다. 집 주차장에서 첫 사고가 날 거라는 선생님의 예언은 적중했고 – 주차를 못해서는 아니다. 익숙한 곳에선 신경을 덜 쓴다는 평이다 – 두 번째 사고는 택시와, 세 번째 사고는 다시 집 주차장이었다.
그렇게 끔찍하게 생각했던, 도로에 차를 세우고 깜빡이를 켜고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는 일은 테헤란로에서 있었다. 상상을 오래 해와서 오히려 차분했다. 문짝이 찌그러졌지 (흑흑) 몸이 찌그러지지 않아서 여유가 생겼을지도. 마침 새해여서 ‘기사님 저희 올해 대박나나봐요. 액땜이 제대로예요’라고 농담을 했다. 이제 차 뽑은 지 (흑흑) 한 달이 되었다는 기사님도 짜증을 낼 기세더니 ‘우리 비싼 한방병원 가고 그러지 맙시다’하고 약속의 악수를 청했다. 보험사에서 산정한 과실비율은 7:3이었는데, 마지막에 기사님이 8:2로 본인 비율을 좀더 높여 전달했다.
길이 막히면 앞 차의 번호판을 읽는다. 활자중독자들이 운전하면 그렇다. 번호판 밑에 적힌 위트 있는 가드 문구는 별사탕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드는 건 BMW.
Sheer Driving Pleasure
긴 연습 끝에, 멈추지 않아도 되는 기쁨이 나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