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공감이 많이 가는 주제의 프로그램인지라 본방사수를 못하더라도 꼭 다시 보기로라도 챙겨보고 있다.
우리나라엔 생각보다 "망한 걸그룹 멤버"들이 많다.
나 역시 그 가운데 한 명이기도 하고.
나는 뉴질랜드로 이민 가기 전부터 아역 활동을 했다.
주부 리포터로 활동하던 우리 엄마의 영향 때문인지, 나는 어릴 적부터 무대 위에 서서 노래하고 춤추는 것을 유난히 좋아했다. 만 5살 때는 밤새 노래방 기계를 붙잡고 노래하다 지쳐 마이크에 기대어 잠든 적도 있다. 그래서인지 기억이 나는 언젠가부터 나의 꿈은 가수였고, 10대 때에는 정말이지 오직 그 목표 하나만을 위해 내 인생 전부를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 16세.
나의 친구들, 가족, 집인 뉴질랜드를 떠나 MBC 대학가요제 출전을 위해 한국을 왔다.
가족을 떠나 홀로 생활한다는 외로움보다 드디어 내 인생일대의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것 같아 마냥 설레기만 했다. 그렇게 대학가요제 3차 예선에서 떨어져 인생이 끝난 것처럼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을 때, 나에게 첫 번째 연습생 기회가 생겼다. 연습생으로서의 삶은 내가 상상했던 것 훨씬 더 혹독했다. 매일같이 몸무게를 재고, 열몇 시간씩 연습실에 갇혀 노래와 춤을 반복하는 주 6일 일상은 뉴질랜드에서 평생을 자유로이 살다 온 나에겐 정말 신세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았다. 내 꿈에 다가가는 발자취들이라고 생각하고 기꺼이 내 청춘을 바쳤다. 데뷔에 목숨을 걸었던 나는 회사에 잘 보이기 위해 같은 연습생 동료들에게 영어회화를 가르치곤 했다. 어릴 적부터 한국 유학생, 아이들을 꽤나 가르쳐본 경험으로, 내 수업은 꽤나 유익했다. 가끔은 회사 실장님도 내 수업에 참관하시곤 했다. 그렇게 열정적으로 노력하는 나를, 대표님도, 이사님도 정말 좋게 봐주셨다. 그때 참 좋았다. 회사에 잘 보여야 내 데뷔가 안정적일 테니까.
그렇게 6개월쯤 지났을까, 월말평가에서 안무선생님에게 엄청나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00아. 가수가 왜 되고 싶어?”
“노래하고 춤추는 게 좋아서요.”
“00 이는 잘하는 게 많잖아? 그 가운데서 노래랑 춤을 제일 잘한다고 생각해?”
정말 혀를 찌르는 질문이었다.
자랑스럽게 “네,”라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사실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너무 서러워서 눈물샘이 폭발해버렸다. 20년이 가까운 시간 동안 나는 ‘가수’가 아닌 내 모습을 상상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의 1년 반 가량의 연습생 생활이 지나고, 결국 나는 위 회사가 아닌 다른 회사에서 그토록 꿈꾸던 데뷔를 하게 되었다. 그 후, 머지않아 우리 팀은 해체를 하게 되었고, 여러 비운의 걸그룹들 중 한 팀으로 역사 속에 남게 되었다.
그렇게 해체를 하고 나서 방황하던 중, 문득 안무선생님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내가 제일 잘하는 것이 뭘까, 나는 어떤 걸 가장 잘할까? 그렇게 나는 스무 살에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엔터테인먼트, 연예활동을 접목시킨 사업을 말이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가수 생활은 1년도 안돼서 막을 내리게 되었지만, 사업을 시작하고 이끌어간 지 어느덧 7년이 되었다.
우리는 모두,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그리고 ‘하고 싶은 것’이 다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싶지만, 현실에 부딪혀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잘하는 것’은 대게 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다 다반사다. 세 가지 사이의 끊임없는 줄다리기를 하는 것이 인생인 것 같다. 나의 경우에 두 가지를 적절하게 접목하니 답이 나오더라. 좋아하는데 잘하지 못하면 경쟁력이 없고, 잘하는데 좋아하지 않으면 불행해진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 중 한 명인 박진영 님이 이렇게 이야기한 적 있다.
“좋아하는 게 음악이고, 잘하는 게 회계라면 JYP회계 팀에 들어오세요”라고.
꿈은. 좋아하는 분야+ 잘하는 일이 섞여야 한다.
내가 현재 살아가는 하루하루는 비록 나의 10대 시절의 꿈과는 완전히 다른 모양이 되었지만,
나는 결코 내가 내 꿈을 이루지 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처음에 생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모양이긴 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하루하루 내 꿈을 이루면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꿈은 결코 한 가지 모양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니 중간에 넘어지게 되더라도 너무 슬퍼하지 말자. 단지 꿈이 변형되는 과정일 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