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 좀 사줘

훔쳐들은 이야기 5

by 해세



떡 좀 사줘. 한 개에 천 원, 두 개에 이 천 원.

나 월세 살고 몸도 아파 죽겠어. 떡 좀 사줘.




알바로 일하고 있는 카페에 떡장수 할머니가 들어왔다.

너무나 대담히 들어와 떡하니 테이블에 앉는 바람에 건물주라도 되는지 헷갈릴 정도였다.

떡이 들었으리라곤 도저히 짐작할 수 없는 플라스틱 양동이 두 개를 내려놓은 할머니는

테이블에 앉아 태연히 떡을 사달라고 했다.

먹거리를 팔기에는 무척이나 꾀죄죄한 그 모습이 신경 쓰였는데,

빛바랜 잠바와 때가 낀 얼굴에 세네 개 밖에 남지 않은 이 때문에 발음이 자꾸만 샜다.

떡이 먹고 싶다가도 떡 먹을 마음이 싹 가시는 모습이 아닐 수 없는데

할머니의 마케팅은 대단히 기발했다.


내가 경계심을 보이자 할머니는 주문을 외우듯이 자기의 신세를 줄줄이 늘어놓기 시작했다.

웅얼거리는 말투 때문에 정확히 들리지는 않았지만 몸이 아프고 월세에 살고 있으며 빚도 있다는 것 같았다.

자기의 비참함을 드러내는 데 조금의 부끄러움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신세가 내가 떡을 사주어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는 듯이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이 새로운 마케팅 전략에 현기증이 날 정도였지만 아쉽게도 나에겐 별로 효과적인 방법은 아니었다.

나 역시 핸드폰이 곧 끊기기 직전의 지경에 놓인 알바생에 불과했으므로.

게다가 나는 연민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그런 식으로 강요하는 연민엔 더더욱 거부감이 든다.


내가 그 할머니를 얼마나 이해할 수 있겠는가.

어쩌다 자기 연민을 팔아야 하는 상황까지 가게 되었을까.

그러면서도 어떻게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게 되었을까.


나는 막연하게 할머니와 나 둘 중에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 할머니가 자기 삶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좀 현기증이 나긴 하지만 당당하고 거침없는 것이다.

할머니는 온몸으로 온갖 역경의 세월을 살아왔음을 보여주고 있었고,

지금의 그 상태에 대해 어떤 불만이나 불안함 없이 그냥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았다.

오늘 하루 종일 떡 한 개를 팔지 못 하더라도 그 할머니는 좌절하지 않을 것이다.

그 할머니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내가 떡을 사지 않겠다고 하자 할머니는 카페에 들어왔던 거친 발걸음 그대로 다시 카페를 나갔다.

도대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나는 알 수가 없다.

할머니를 도와주지 않았다는 죄책감은 한 톨도 없었지만 나는 스스로가 조금 부끄럽게 느껴졌다.

할머니 덕분에 그동안 내가 나를 가엾게 여기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 할머니는 떡을 팔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불쌍함을 강조할 뿐이지

스스로 자기 삶을 불쌍하게 여기지는 않는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하루를 시급으로 계산해야 하는 내 처지를 비관하고 있었던 것이다.

연민이 싫다고 하면서도 스스로를 연민하고 있었다.


세상에 부끄러운 밥벌이는 없는 것 같다.

자기가 부끄럽다고 생각하는 밥벌이 외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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