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쳐 들은 이야기 4
화요일 오후의 홍대.
한가로운 카페에는 직업이 의심스러운 사람들만 모여 앉아 있다.
창가에 앉은 이십 대의 두 남자 역시 잠에서 덜 깬 뒤숭숭한 얼굴.
한 명은 스냅백에 기타 가방을 갖추었고 한 명은 초췌한 더벅버리다.
더벅머리는 얼마 전까지 몸을 쓰는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거기 일하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 했던 것 같다.
더벅
자기 부류 사람이랑 어울려야 해. 안 통하더라고 말이.
...
...(친척들을) 명절 때 만나면은 방송 언제 나오냐, 앨범 얼마나 팔았냐 그러고.
이쪽 사정을 모르는 거야. 곡 하나 다운 받으면 얼마 받냐고 그런 거 물어봐...
스냅백
저번 달 얼마 들어왔어?
더벅
이천 원 들어왔더라
스냅백
오. 그래도 많이 들어왔네.
더벅
한 달에 삼천 원은 들어오는 것 같애.
스냅백
우리랑 비슷하게 들어오네.
더벅
너넨 저작권료 그런 거 다 나누냐?
스냅백
어 똑같이 다 나눠.
더벅
휴... 이러다가 한 번에 빵 뜨면 돈 버는 거야.
스냅백
우린 저번에 라디오 한 번 나왔거든? 그거 땜에 돈 들어오는 거야.
더벅
근데 그걸 뭘 나누냐? 얼마 되지도 않는 걸.
스냅백
나중에 혹시 문제 생길까 봐. 동전까지 다 나눠.
더벅
우리도 빨리 곡 쓰고 그래야 되는데, 애들이 글(가사)을 못 쓰니까.
스냅백
형 가사 잘 쓰더라.
더벅
형도 처음엔 병신이었지. 근데 계속 써봐. 발음이랑 어울리는 말들...
... 내가 사람을 잘 안 만나. 노는 시간이 아까워.
그냥 자고 있다가 '씨발 시간 아까워' 그러면서 일어나서 기타 치고...
연봉 2-3000만 원을 따지는 시대에
자작곡으로 한 달에 2-3천 원을 버는 사람들도 있다.
오후 늦게 일어나 만 번쯤 스트리밍 되어야 겨우 몇 천 원 벌 수 있는
멜로디와 가사에 매달린다.
나는 무모하고 무의미해 보이는 일에 매달리는 사람들이
항상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아직도 저런 바보들이 남아 있어서
우리의 감수성이 멸종되지 않은 것이라면
어느 동네나 바보형 한 명쯤 먹여 살리고 있듯이
홍대도 이런 바보들을 보듬어야 할 것이다.
치사하게 집세나 올리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