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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세 Aug 23. 2016

꿈이 흔들릴 때

좋겠다 헬륨 풍선



반년 전까지만 해도 

내가 꿈꾸던 시나리오 작가가 되기 위해 

나름대로 정석 코스를 밟고 있다고 생각했다. 

밤에 자려고 누우면 

집필 중인 시나리오의 주인공들이 눈앞에 나타나고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과 작업할 생각에 마음이 들떠서 잠이 오지 않았다.

그러다 보면 생각의 꼬리는 미국으로 헐리우드로 자꾸만 뻗어가서

내일 당장 밥값이 없어도 걱정이 없었다. 


그랬는데

같이 일하던 배우랑 틀어지고, 감독이랑 틀어지고 

어느새 내가 있던 코스에서 자꾸자꾸 멀어지더니

지금은 내가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분야에서 돈을 벌고 있다. 

돈 걱정 좀 덜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인데

처음에는 글 쓰는 사람이 글 쓸 시간이 없다는 자괴감에 못 견디겠더니

지금은 그 일에서도 재미를 찾아서

시나리오를 생각하는 시간이 많이 적어졌다. 


사람들이 자꾸만 묻는다.

뭐 하다가 여기 오게 된 사람이냐고.

처음에야 콧대 높게

내가 당신들 같은 회사원들하고 어울릴 수나 있겠냐고 새침하게 굴었는데

지금은 내가 작가인지 회사원인지 

도대체 뭘 하고 싶어서 사는 사람인지 헷갈린다.


얼마나 오랫동안 잡고 있던 꿈인데

이렇게 잠깐 놓으면 저렇게 멀어져 버리는 걸까

헬륨 풍선처럼. 


좋겠다 헬륨 풍선

자기 정체에 대한 아무런 고민 없이

그냥 위로만 올라가면 된다, 본능에 맞춰서.


나는 핑계도 많고 한눈도 팔고 게으름도 많아서 

자꾸만 방향을 잃는다. 

그런데 조금 달라진 것이 있다면

옛날처럼 조바심 내는 대신

그런 나를 그냥 바라보고 있다는 것.


방향을 잃은 나를 고요히 바라본다.

조금 기대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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