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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세 Oct 26. 2016

허벅지가 필요하다


껌을 씹으면서 앞에 가는 남자의 허벅지를 바라본다

단물이 엉덩이와 허벅지에서 달게 흐르고

한 줌에 잡히는 생명의 출구를 생각하면 아래턱에 침이 돈다


무엇보다

지진이 일어났을 때

꽉 잡을 허벅지가 필요하다

뒤숭숭한 소문이 먼지처럼 일렁이고

한밤중 윗집의 아득한 소란이 잡힐 듯 말 듯

잡히지 않는 것들 때문에 

보이지 않는 신경과민에 떨고 있으면

차라리 지진은 안심이었다

그럴 때 허벅지가 필요하다


질퍽이는 껌을 철썩철썩 붙여서라도

콱 잡고 싶은 두 다리

양 손이 가득 단단하게 차면

어차피 대피할 곳은 

누군가의 등 뒤에 두 짝 달린 손잡이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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