껌을 씹으면서 앞에 가는 남자의 허벅지를 바라본다
단물이 엉덩이와 허벅지에서 달게 흐르고
한 줌에 잡히는 생명의 출구를 생각하면 아래턱에 침이 돈다
무엇보다
지진이 일어났을 때
꽉 잡을 허벅지가 필요하다
뒤숭숭한 소문이 먼지처럼 일렁이고
한밤중 윗집의 아득한 소란이 잡힐 듯 말 듯
잡히지 않는 것들 때문에
보이지 않는 신경과민에 떨고 있으면
차라리 지진은 안심이었다
그럴 때 허벅지가 필요하다
질퍽이는 껌을 철썩철썩 붙여서라도
콱 잡고 싶은 두 다리
양 손이 가득 단단하게 차면
어차피 대피할 곳은
누군가의 등 뒤에 두 짝 달린 손잡이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