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 대 애정의 세계
이제 결혼을 생각하는 삼십 대 남자는
무기력해 보일 정도로 신중하고 냉소적이다.
철없고 과한 흥분상태에 있었을 이 남자의 이십 대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싶을 만큼
삼십 대 남자의 무미건조한 셔츠, 꼭 조여 맨 넥타이.
그 어디에서도 어린애다운 구석을 찾을 수 없다.
에너지가 없는 음울한 표정으로 앞에 앉은 여자의,
어쩌면 미래의 결혼상대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여자의 가능성을
아주 조심스럽게 경계하며 살펴볼 뿐이다.
조금은 슬픈 표정을 하고 있어서
이 남자의 경계심, 조심스러움, 계산 속이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처음에는 그의 차가운 표정에서 무관심만 보였는데
사실 그 표정 뒤에는 나약한 남자의 두려움이 있었다.
섣불리 감정을 표현했을 때 뒤따르는 감정 처리 문제,
이 넓은 세상에는 의외로 자신과 맞는 사람 찾기가 어렵다는 자신이 직접 체득한 진리,
자기가 만든 세계를 방해받고 싶지 않은 방어적 태도,
그리고 여자 자체에 대한 피로와 두려움.
이 남자에게 삶의 에너지와 무모함, 유치함이 사라진 것이 아니다.
그것을 아무 때나 아무에게나 발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배운 후
그것을 온전히 발산할 사람을 찾고 있는 것뿐.
이제 누군가를 새로 만날 때 장점만 보이지 않는다.
그 사람의 단점을 내가 감당할 수 있는지 조심스럽게 가늠해보게 된다.
이 남자를 세 번째 만났을 때 그는 자신의 약점 몇 가지를 알려주었고
나는 조금 놀라긴 했지만 그런 약점이라면 이해하고 보듬을 수 있다는 생각과 함께
이 사람에 대한 호감이 더해지는 것을 느꼈다.
예쁜 사람, 강한 사람, 나 보다 나은 사람보다
내 약점을 털어놔도 나를 멀리하지 않을 사람이 더 좋아진다.
나만큼 약점 투성이라서 더 좋아지는 삼십 대 애정의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