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좀 놀랐어.
아침에 일어나니까 새벽에 보낸 너의 문자가 와 있어서.
나에겐 별로 좋지 않은 타이밍이었지.
그 전날은 회사에서 힘든 일이 있었고
그날은 친구 결혼식 때문에 신경이 쓰이는 날이었거든.
나는 일도 사랑도 멈춰버린 것 같은데
친구들은 야무지게 한 걸음씩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서
부럽기도 하고 울적하기도 했지.
그 허무함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친구 결혼식에는 예쁜 옷을 입고 생기 있는 얼굴로 가고 싶었는데
아침부터 너의 문자를 보고 오늘 사진이 잘 나오기는 틀렸구나 했어.
그게 참 복잡하고 오묘한 기분이더라.
아주 친했던 친구의 익숙한 말투 때문에 반갑기도 한데
우리는 다시는 만나지 않기로 약속을 한 사이라서
반가움을 삼가야 하는 마음.
아무렇지 않은 척 안부를 묻기에는 너무 멀어진 사이가 되어 버린 거지.
잘 지내?
그렇게 묻는 내 대답이 혹시나 또 다른 상처로 이어질까 봐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되었지.
내 친구는 하얗고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신랑과 함께 행진을 했어.
모순으로 가득하고 불확실한 이 세상을 앞으로는 신랑과 함께 살기로 한 거지.
나도 아주 잠깐 그런 생각을 했어.
우리도 조금만 더 서로의 단점을 이해하고,
조금만 더 서로의 불확실함을 믿어주었다면
저 길을 함께 걸을 수 있었을까.
그렇게 잠깐 생각하고 친구를 위해 열심히 박수를 쳐 주었지.
나는 아직도 이렇게 자주 의미 없는 공상을 해.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가능성도 있고
수없이 많은 사고가 있는 것 같아.
내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우연적이고 필연적인 사고들.
텔레비전으로 아주 먼 나라에서 벌어지는 자연재해를 볼 때처럼
안타깝지만 속수무책인 상황들 말이야.
그러고 보니까 <그래비티>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산드라 블록의 눈앞에서 점점 멀어져 가는 조지 클루니.
천천히, 다시는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는 곳으로 멀어져 가는 사람을
그냥 안타깝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그 상황.
우리도 점점 멀어지고 있지.
우리 사이의 우주가 점점 커지고 있지.
각자가 각자의 궤도를 찾기 전까지는
점점 서로에게서 멀어져 가는 상황이겠지.
안타까워하는 것이 또한 나의 역할인 것 같아.
가끔 함께 할 수도 있었을 우리의 우주를 상상하면서.
그래서 나는 친구를 축하해주고
너에게 답신을 보내지 않기로 했지.
그게 맞는 일인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