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서치] 불안장애 조사 - 6.불안장애에 대한 대응

Project Bluebird

by 해솔


6. 불안장애에 대한 현재의 대응 (치료 및 지원 현황)


6.1 주요 치료법 (심리치료, 약물치료 등)


불안장애는 적절한 치료를 통해 증상을 관리하고 완화할 수 있는 질환이다. 현재 의료현장에서 권고되는 주요 치료법은 심리치료(정신치료)와 약물치료의 두 축으로 나눌 수 있으며 이 둘을 병행하는 통합적 접근이 종종 활용된다.

우선 심리치료는 불안장애 치료의 핵심적인 요소로 간주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연구 근거를 갖고 있는 방식은 인지행동치료(CBT, Cognitive Behavioral Therapy)이다. 인지행동치료는 환자의 비현실적이거나 부정적인 생각 패턴(과도한 위험 예상, 자기비하 등)을 재구성하고, 불안을 유발하는 상황에 점진적으로 노출(노출치료)시켜 두려움을 극복하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사회불안이 있는 환자에게 단계적으로 작은 모임에서 발표해보도록 연습시키거나 특정공포증 환자에게 공포 대상의 사진 → 영상 → 실물을 순차적으로 접하게 하여 공포 반응을 둔감화하는 식이다. 이러한 노출치료(exposure therapy) 기법은 CBT의 중요한 구성요소로 연구에 따르면 공황장애, 광장공포, 사회불안, 특정공포증 등 다양한 불안장애에서 높은 효과를 보인다 .


심리치료는 전문 정신건강 임상가(임상심리사, 정신건강사회복지사 등)나 정신과 의사에 의해 1:1 또는 그룹 형태로 진행될 수 있으며 대면 상담뿐 아니라 온라인 상담이나 자조서적/프로그램을 통한 자기주도 치료도 활용된다. 특히 경증의 불안장애의 경우 자가 도움(self-help) 방법으로 불안 관리 기술을 배우는 것도 권장된다. 심리치료 기법 중 이완 훈련(relaxation training)이나 마음챙김 명상(mindfulness) 등은 불안 증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보조적으로 활용된다. 또한 불안을 유발하는 스트레스 상황에 대한 대처 기술(예: 문제해결 능력, 사회적 기술 향상)을 가르치는 치료도 환자의 삶의 기능 회복에 유익하다.


약물치료는 중등도 이상 불안장애에서 흔히 사용되며 주로 항우울제(antidepressants) 중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 계열이 1차 선택된다. SSRIs (플루옥세틴, 설트랄린, 에스시탈로프람 등)는 뇌의 세로토닌 농도를 높여 불안과 우울 증상을 개선하며 공황장애, 사회불안, 범불안장애 등에서 유효성이 입증되었다. 경우에 따라 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SNRI)나 부스피론(busipirone) 등의 항불안제가 쓰이기도 한다. 약물치료의 효과는 수 주 이상 꾸준히 복용해야 나타나므로 인내심이 필요하며 의료진 지도 하에 부작용 및 효과를 모니터링하면서 용량을 조절한다.


한때 벤조디아제핀계 항불안제(알프라졸람, 로라제팜 등)가 불안장애에 광범위하게 처방되었으나, 현재는 높은 의존성과 내성 문제로 인해 장기 치료에는 권장되지 않는다. 벤조디아제핀은 즉각적인 진정·항불안 효과가 있어 극심한 불안발작 시 단기간 활용될 수 있지만, 장기간 복용 시 약에 대한 신체적 의존과 금단 증상, 인지기능 저하 등의 위험이 커지므로 가급적 사용을 최소화한다는 것이 국제적 가이드라인의 추세이다.


이 외에도 불안 수준을 낮추기 위해 베타차단제(프로프라놀롤)가 발표 공포 등 특정 상황에서의 신체 증상 완화 용도로 쓰이기도 하고, 불면 해소를 위해 짧은 기간 수면제를 병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약물은 어디까지나 증상 완화 수단일 뿐 근본적인 인지·행동 패턴 교정은 어려우므로 약물치료와 심리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재발 방지와 기능 회복에 가장 효과적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한편, 한국에서는 서양의학적 치료 외에 전통 한의학적 접근도 일부 환자들에게 이용된다. 한방에서는 불안장애를 화병 또는 기허(氣虛) 등의 개념으로 해석하여 한약 처방(가미소요산 등), 침 치료, 향기요법 등을 적용하는 사례가 있다. 최근 연구에서는 8주간 한약 투여로 삶의 질(QoL: Quality of Life) 지표가 향상되었다는 결과도 보고되었지만, 한방 치료의 효과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한국 환자 중 일부는 양방치료에 대한 거부감이나 부작용 우려 등으로 한방이나 대체요법을 선호하기도 하므로 이를 고려한 통합적 치료 전략도 모색되고 있다.


요약하면 불안장애 치료에는 심리치료(특히 CBT)와 약물치료(SSRIs 등)가 핵심이며 필요시 병행하여 최적의 결과를 얻는다. 이러한 치료들을 통해 대부분의 불안장애는 호전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하지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상당수 환자들이 이러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으므로 다음 절에서는 치료 접근성 및 장벽에 대해 더 자세히 논의한다.



6.2 치료 접근성과 장벽


불안장애 치료의 효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많은 환자들이 치료에 접근하지 못하거나 기피하는 문제가 크다. 전 세계적으로 불안장애 환자의 약 4분의 3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한국은 그 비율이 90% 이상으로 추정될 만큼 치료 공백이 심각하다. 이러한 치료 접근성의 낮음에는 여러 장벽이 존재한다.

첫째, 질환에 대한 인식 부족과 낮은 정신건강 문해력이다. 많은 사람들이 불안장애를 단순한 성격 문제나 의지 부족으로 치부하고 ‘누구나 불안한 건데 참아야지’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증상이 치료가 필요한 의학적 문제임을 깨닫지 못하거나 인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WHO 보고서에서도 자신의 상태가 치료 가능하고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인식 부족이 주요 장벽으로 꼽혔다. 실제로 ‘정신과 약은 중독된다’거나 ‘평생 낙인이 된다’는 오해도 퍼져 있어 초기 상담조차 꺼리는 경우가 많다.


둘째, 사회적 낙인(stigma)과 편견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을 주변에 숨기는 경향이 강하며 회사에 알려질까봐, 기록에 남을까봐 두려워 치료를 포기하는 일이 적지 않다.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 묘사와 차별이 아직도 존재하기 때문에 환자 입장에서는 치료를 받는 사실이 알려질 경우 잃을 것이 더 많다고 느끼게 된다. 이러한 낙인은 가족 내에서도 작용하여 부모가 자녀의 불안장애 증상을 ‘커서 나아질 것’이라며 부정하거나 치료 권유를 꺼리는 경우도 있다. 정부와 언론에서 정신건강 인식 개선 캠페인을 벌이고 있고 최근엔 조현병 등 심각한 정신질환 관련 미디어 보도 가이드라인도 만들어져 시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내재된 낙인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장애물이다.


셋째, 치료 서비스의 한계다. 정신건강 전문 인력과 시설이 수요에 비해 부족하거나 지역 간 편차가 크다. 대도시와 달리 지방 소도시나 농어촌에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크게 부족하고, 심리상담 서비스도 접근성이 낮다. 설령 의료기관이 있더라도 진료 대기 시간이 길거나 비용 부담 때문에 지속적인 치료가 어렵다. 한국의 경우 국민건강보험이 정신과 진료와 약물에는 적용되지만, 정신과 전문상담이나 임상심리치료(ex. CBT)는 보험 급여가 제한적이라 비용 장벽이 높다. 1회 상담에 수만원 이상의 본인부담이 들 수 있어 경제적 여력이 안 되는 환자는 포기하게 된다. 이런 경제적 장벽은 중요한 요인인데, 한 연구에서는 불안장애 환자 대상 4주간 한방치료의 평균 비용이 약 179만원이며 이 중 76%가 비보험 본인부담으로 나타나 저소득층이나 노년층의 접근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보험체계의 한계와 비용 부담은 환자들의 치료 지속을 어렵게 만든다.


넷째, 치료에 대한 효과 불신 또는 부작용 우려다. 약물치료의 경우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졸림, 체중증가 등)이나 한번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한다는 잘못된 인식 때문에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 심리치료에 대해서도 '말로 해서 낫겠어?' 하는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장기간 노력해야 하는 과정에 대한 인내 부족으로 중도에 그만두는 일이 생긴다. 과거에 충분한 효과를 못 봤거나 치료자와 맞지 않아 실망한 경험이 있는 환자는 재시도를 꺼릴 수 있다.


다섯째, 시간 및 접근 편의성 문제다. 직장인이나 학생 등은 시간 내어 정기적으로 상담이나 진료 받기가 어렵고, 특히 정신과는 평일 주간에만 운영하는 곳이 많아 이용이 불편하다. 주변에 믿고 상담할 곳이 없거나 교통이 불편한 지역에서는 실질적으로 치료받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복합적인 이유들로 인해 불안장애의 낮은 치료율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해결을 위해서는 공급 측면과 수요 측면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공급 측면에서는 정신건강 서비스 인프라 확충, 보험 coverage 확대, 비용 지원 등이 있을 것이고, 수요 측면에서는 대중 교육과 홍보를 통해 ‘치료받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며 오히려 현명한 선택’이라는 문화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다행히도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시간과 장소 제약을 줄인 원격 정신건강 서비스가 등장하여 일부 장벽을 완화시키고 있다 (ex. 앱으로 익명 상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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