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다양한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고 합니다. 집과 회사에서의 모습이 다르고 친구와 연인, 가족에게 보이는 모습이 의도치 않게 다른 것처럼 관계에서의 다양한 사회적 가면은 어쩌면 필수 불가결한 본능의 영역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도 제 작은 옷장에 다양한 사회적 가면을 구비해놨습니다. 하지만, 제 사회적 가면의 대부분은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일부러 만들어낸 게 아니라 성격상 어쩔 수 없이 생겨난 것들이 많습니다. 낯가림이 심한 성격이라 깊은 관계가 아닌 이들 앞에서는 한 없이 차분하고 조용한 사람이지만, 실상은 장난기가 많은 성격인 것처럼요.
한편으로, 겉으로는 차분해 보이지만 사실은 적잖은 불안을 갖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낯선 공간에서 제 꿈을 선포하는 데에는 거리낌이 없지만, 정작 친한 친구들한테는 진짜 제 꿈을 날 것 그대로 드러내는 데에 두려움을 느낍니다. 그래서 저는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은 척, 괜찮은 척, 다수가 걸어가는 안정적인 노선을 택해 걸어가고 있는 척하며 살아가는 '척쟁이'입니다.
하지만, 제가 '감정의 번역'에서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그런 사회적 가면에 대한 것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좀 더 내밀하고 깊은 곳에 위치한 가치관과 신념, 우리 모두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꼭 되뇌고 지속적으로 읊조려야만 하는 '무언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20대 초반부터 9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다른 플랫폼에서 글을 썼습니다. 주로 꿈을 향한 방황,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갖춰야 할 제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나'와 '세상'에 대해 고민한 끝에 어느 정도 자기중심이 잡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마침 브런치 작가로서 글을 쓸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그동안의 제 방황과 방황 끝에 갖추게 된 세상을 바라보는 저만의 눈, 그리고 이 두 눈이 담아내는 세상에 대해 부족하게나마 표출하고자 합니다.
이상주의자, 행복주의자, 사회학도, 내향인, 데이터 분석가
사람들은 누구나 여러 정체성을 갖고 살아갑니다. 회사에서는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으로 살아가고, 때로는 누군가의 친구로, 가족 구성원으로 살아갑니다. 저도 여러 정체성을 갖고 살아가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명확한 정체성은 크게 6가지입니다.
저는 내향인이면서 29살의 졸업을 앞둔 졸업예정자입니다. 한편으로는 사회학을 전공했지만 비즈니스 데이터 분석가로 일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술을 통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든다'라는 신념을 갖고 살아가는 이상주의자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행복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없다고 맹신하는 행복주의자입니다.
'감정의 번역'은 위의 5가지 정체성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때로는 데이터 분석가로서, 때로는 사회학도로서, 때로는 내향인으로서, 때로는 10년 동안 대학을 다니며 30살에 졸업을 하는 29살 사회초년생으로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단상을 그려나갑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 정체성을 혼재시켜 세상을 바라보기도 합니다. 행복주의자인 내향인, 데이터 분석을 도구로 삼아 세상을 바꾸고 싶어 하는 이상주의자 등 여러 정체성을 혼합하여 세상을 바라보고 그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이렇게 여러 정체성 간에 발생하는 충돌에 대한 이야기도 솔직하게 담아냅니다.
감정의 번역을 통해 독자들에게 지식을 전달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럴만한 경험도, 연륜도 부족하고요. 다만, 저처럼 여러 정체성을 갖고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제 이야기를 통해 공감과 위로를 전하고 싶습니다. 저처럼 말도 안 되는 꿈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과 내향적인 사람들에게, 혹은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고통받는 사람들, 대학을 늦게 졸업하거나 데이터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 등 저의 5가지 정체성과 교집합에 위치한 사람들에게 조금은 위로가 될 수 있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