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 오랜만에 타자를 치고 있다.
아주 오랜만에 나만의 글을 쓰기 위해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틀 뒤에 심리상담 예약이 하나 있다. 별 거는 아니고 그냥 제삼자에게 와르르 내 얘기가 하고 싶어서 예약했다. 심리상담이라 하면 여전히 너무 조심스럽거나 거리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하는데, 뭐 나도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는 그저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는 편이면서도 내가 하고자 하는 뜻이 한 뼘 더 앞서는 사람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두서가 길고 정신이 없었는데, 내가 요즘 조금 그렇다.
무슨 일을 하던 꼼꼼하고 똑 부러지게 하는 게 거의 내 천성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 보면 오만이었다.
요즘은 자주 놓치기도 하고 허둥지둥 대기도 하며 하루를 보낸다. 그래서 스스로가 실망스럽냐고 되묻는다면 또 그런 건 아니다. 어쩌면 오히려 편한 것 같기도 하다.
하루를 힘 빼고 흘려보낸다는 게 얼렁뚱땅 보낸다는 의미는 아니다.
새로 시작한 발레 시간 때는 머리를 조여 묶고 발 끝에 힘을 주고 버티다,
때 늦은 점심을 해치울 땐 허둥지둥 먹으며 준비하다,
석사세미나 준비에 글을 써내려 갈 땐 머릿털을 쭈뼈 세우고 집중하다,
집 가는 길엔 길거리에 끌리는 디저트를 랜덤으로 골라 담아 집으로 향한다.
의도적으로 힘 빼기를 하지 않아도 힘이 서로 엉겨 붙었다가 또 스스스 흩어진다.
이런 느낌의 날들이 익숙하지는 않다. 그래서 맞는지 틀린 지도 모르겠지만.
조금씩 창문 틈으로 흘러 들어오는 봄기운이 주는 나른함이라 둘러대보려 한다.
분명 여름이 다가올 때쯤엔 바짝 활기가 돋아 이리저리 계획을 세울 게 분명하니.
아무튼 오랜만에 안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