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한다고 무조건 전공으로 삼으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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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고와 일반고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는 영재고는 세부 전공을 잡아서 전공 과목을 중심으로 수강을 한다는 점이다. 물론, 일반고도 문과와 이과를 선택하고 그 안에서도 과학 탐구 과목을 설정하지만, 영재고의 전공만큼 학생 간의 편차가 크지는 않다. 영재고에서 전공은 대학교 전공과 의미가 거의 같다. 즉, 자신과 다른 전공을 듣는 친구들이 전공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면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 없다. 반대로 내가 전공 얘기를 하면 다른 전공 친구들은 내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전공마다 아예 다른 과목을 듣기 때문이다. 가벼운 예를 들자면 물리 전공자들은 일반물리1, 일반물리2를 넘어서 회로이론, 광학 관련 수업 등 대학교 물리학과 1, 2학년 전공자 수준의 과목을 배우게 된다. 화학 전공자들은 일반화학1, 일반화학2를 넘어서 유기화학, 재료공학 등의 분야까지 배우게 된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화학 전공자가 일반물리를 듣거나 물리 전공자가 일반 화학을 배우기도 하지만, 해봐야 일반 과목 수준까지만 듣지, 대학교 2학년 전공 수준까지는 해당 전공 전공자가 아닌 이상 듣지 않는다.
그렇기에 영재고에서 전공을 정한다는 것은 단순히 관심있는 분야를 선택하는 일을 넘어서는 이야기가 된다. 듣는 수업부터 하는 연구, 만나는 친구들까지 전공에 따라서 변하게 된다. 전공에 따라서 듣는 수업이 나눠지기 때문에, 같은 전공을 듣는 친구들끼리 계속 같은 수업에서 만나게 되고 함께 공부를 하게 된다. 연구의 경우도, 물론 자신의 전공과 다른 연구를 할 수는 있지만 (필자는 화학 전공이지만 연구는 물리로 했다.) 쉽지 않은 길이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자신의 전공과 동일한 분야로 연구를 수행하게 된다.
전공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그럼 전공은 단순히 잘하는 분야로 선택하면 될까? 전혀 그렇지 않다. 내가 이 분야를 잘하니 이 분야를 전공으로 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전공을 선택하면 후회할 일이 많다. 그 이유와 그럼 어떻게 선택하면 좋을지에 대해서 차근차근 이야기하고자 한다.
실력이나 재능을 고려하기 이전에 내가 해당 분야를 좋아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위에서 이야기했던 바와 같이 자신이 선택한 전공 분야로 연구도 수행하게 되는데, 이 때 해당 분야에 호기심이나 관심이 없다면 연구 과정이 굉장히 고통스러워진다. 내가 해당 분야에 관심이 많아야만 제대로 즐기면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
또한, 영재고 전공은 단순히 고등학교에서 끝나지 않고 대학교 전공으로 이어진다. 영재고 학생들은 대부분 학종이나 계열적합형 등의 수시 입시 전형으로 대학교에 들어가게 되는데, 이때 대학교에서는 전공 적합성을 평가하기에 영재고 전공과 관련이 없는 전공으로 대학을 지원하기 상당히 힘들다. 결국, 자신이 영재고에서 정한 전공과 유사한 전공을 선택하게 된다. 물론, 카이스트와 같이 무학과로 입학하는 학교로 가면 문제가 해결되지만, 영재고에서 배운 전공에 익숙해지기 때문에 대학에 가서도 관련된 전공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기에 적어도 관심이 있고 좋아하는 분야를 전공으로 선택하기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그렇다고 좋아만 하고 못하는 분야를 선택하면 안 된다. 전공 과목을 중심으로 수강한다는 의미는 해당 전공을 못하면 내신이 망함을 의미한다. 결국 고등학교 내신을 잘 받고 이를 기반으로 대학교 입시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재능과 실력은 있는 분야를 선택해야 한다. 잘하기만 하는 분야를 선택하라는 의미는 아니지만, 평균보다는 잘하는 분야를 선택해야 한다.
적성도 중요하지만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국 그 분야를 포기하게 된다. 아무리 좋아해도 남들보다 성적도 나오지 않고 연구도 제대로 되지 않으며 이해도 되지 않으면 결국엔 흥미가 사라진다. 그렇기에 너무 흥미에만 매몰되지 말고 자신의 실력을 파악하여 전공을 선택하기를 추천한다.
영재고는 다양한 전공을 권장하기에 대부분의 전공이 모두 잘 구성되어 있고, 연구나 수업 모두 잘 준비되어 있지만, 결국 전공마다 사소한 차이가 존재한다. 어떤 전공은 수업은 좋은데 실험 시설이 안 좋을 수도 있고, 어떤 전공은 수업이 별로이나 실험이나 연구 환경이 잘 조성되어 있을 수도 있다. 이런 점들도 고려하면 좋다. 내가 수업에 집중하는 스타일인지 아니면 실험이나 연구에 더 호기심이 있는지를 고려해서 전공을 선택하면 자신에게 더 알맞은 전공을 고를 수 있다.
내가 아무리 다양한 전공 과목을 듣고 싶어도 해당 분야는 수업의 수가 부족한 편이라면 학교에서 정한 수업만 듣고 졸업을 하게 될 수도 있고 (물론 다른 전공 과목을 들으면 되지만, 전공 적합성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하기 힘든 경우도 있다.), 난 실험이나 연구를 깊게 하고 싶은데 해당 전공은 제대로 실험 환경이 잡혀져 있지 않아서 그러지 못할 수도 있다. 물론, 영재고는 대학교와 연결된 경우가 많아서 이런 경우에는 연계된 대학교 실험실에서 연구를 할 수도 있지만,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인 면에서나 쉽지 않다.
결론적으로 단순히 실력이나 호기심에만 휘둘려서 전공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 최소한의 호기심과 이를 뒷받침할 실력, 그리고 내가 추구하는 방향성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서 전공을 선택하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