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한부모가족지원 ―다양한 형태의 가족 지원

2부. 공공부조로 본 K-복지 20년의 성과

by 햇살마루

오랫동안 대한민국의 복지는 ‘전형적인 가족’을 기준으로 설계되어 왔다. 부모와 자녀로 이루어진 핵가족, 안정적인 소득을 전제로 한 가구 형태는 제도의 기본 단위였고, 그 틀에서 벗어난 가족은 언제나 예외로 취급되었다. 이혼, 사별, 미혼 출산 등으로 인해 한부모가 된 가족은 제도의 중심이 아니라 주변부에 머물렀다.

한부모가족의 어려움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였지만, 사회는 오랫동안 이를 개인의 선택이나 책임으로 바라보았다. 가족이 ‘전형적이지 않다’는 인식은 지원의 근거가 되기보다 오히려 낙인이 되었고, 도움을 요청하는 일조차 조심스러워야 했다. 복지는 가족의 형태를 보호하지 못했고, 한부모가족은 제도와 현실 사이의 틈에 놓여 있었다.

2006년을 전후한 시기의 한부모가족 지원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모·부자가정 보호법에 따라 일부 저소득 가구에 생계비와 학용품비가 지급되었지만, 지원 수준은 최소한에 그쳤다. 소득 기준은 엄격했고, 조금이라도 근로소득이 발생하면 지원 대상에서 탈락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일하면 지원이 줄고,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일을 포기해야 하는 구조 속에서 많은 한부모가 빈곤과 불안정 사이를 오갔다.

양육과 생계를 동시에 책임져야 하는 현실은 제도 속에서 충분히 고려되지 못했다. 아이가 아프거나 돌봄 공백이 발생하면 근로는 중단될 수밖에 없었고, 이는 다시 소득 감소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이어졌다. 한부모가족의 삶은 늘 단절과 불안정의 반복이었다.

이러한 한계를 인식하며 전환점이 된 것이 2007년 「한부모가족지원법」의 제정이다. 이 법은 한부모가족을 보호의 대상이 아닌 정책의 주체로 명시하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분명히 했다. 이는 단순한 제도 신설을 넘어, 가족 형태의 다양성을 공적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후 한부모가족 정책은 점차 확대되었다. 아동양육비 지원은 생계 보조 차원을 넘어, 양육의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 제도로 자리 잡았다. 초기에는 제한적인 금액과 대상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지원 연령과 수준이 단계적으로 확대되었고, 학용품비 지원 등 아동의 일상적 교육비 부담을 덜기 위한 지원도 함께 마련되었다. 이는 ‘한부모가 아이를 키운다’는 사실 자체를 사회가 함께 책임지겠다는 방향으로 정책이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청소년 한부모 지원 역시 중요한 변화 중 하나였다. 학업과 출산, 양육을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청소년 한부모는 가장 취약한 위치에 놓여 있었지만, 과거에는 사실상 제도권 밖에 존재했다. 학습 지원, 양육비, 주거 연계 정책이 마련되면서 청소년 한부모 역시 사회가 보호해야 할 시민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주거 지원의 확대 또한 한부모가족 정책의 중요한 축이다. 매입임대주택, 전세임대, 공동생활가정 등 다양한 주거 유형이 마련되었고 신청 시 가산점 부여나 우선 선정을 통해 주거 불안정으로 인한 빈곤의 고리를 끊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다. 안정적인 주거는 단순한 공간 제공을 넘어, 양육과 근로를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과정에서 한부모가족 지원은 단일 제도가 아니라 공공부조, 주거, 보육, 돌봄, 교육 정책과 유기적으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생계비 지원만으로는 삶을 유지할 수 없다는 현실을 반영해, 제도는 점차 ‘통합적 지원 구조’로 진화해 왔다.

현장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분명하게 드러난다. 과거에는 한부모가 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위기의 시작이었다면, 이제는 제도를 통해 삶을 다시 설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 “아이를 키울 수 있을지 막막하다”는 말 대신,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알고 싶다”는 질문이 늘었다. 복지는 생존의 마지막 수단이 아니라, 삶을 유지하기 위한 사회적 기반으로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아동양육비 수준은 실제 양육 비용에 비해 충분하지 않으며, 근로소득 증가에 따른 급격한 지원 감소 문제도 반복되고 있다. 비양육 부모의 양육비 이행 문제 역시 여전히 개인의 책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제도가 존재함에도 현실에서는 체감되지 않는 이유다.

그럼에도 분명한 변화는 있다. 과거의 한부모가족 정책이 ‘최저선의 보호’에 머물렀다면, 현재의 정책은 ‘삶의 유지’를 목표로 한다. 한부모가 빈곤층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막고, 아이가 부모의 가족 형태로 인해 불리한 출발선에 서지 않도록 제도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K-복지의 중요한 성과를 보여준다. 대한민국 복지는 더 이상 획일적인 가족 모델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가족의 모습은 다양해질 수 있지만,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삶의 권리는 동일하게 보호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제도로 구현되고 있다.

한부모가족 지원은 특정 집단에 대한 특별한 배려가 아니다. 이는 가족 형태의 변화라는 사회적 현실에 대한 국가의 책임 있는 응답이며, 아이의 삶을 안정적으로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공공 개입이다. 가족이 어떻게 구성되었는가가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존엄한 삶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복지의 기준이 되기 시작했다.

K-복지는 완전한 복지를 지향하지 않는다. 모든 삶을 국가가 대신 책임지는 제도도 아니며, 개인의 노력을 배제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위험이 발생했을 때, 그 위험이 삶 전체를 무너뜨리지 않도록 버팀목을 제공한다. 한부모가족 지원은 바로 그 방향성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영역이다.

가족의 형태가 달라도 삶은 보호되어야 한다.

이 원칙이 선언이 아니라 제도로 작동하기 시작했을 때, 복지는 비로소 사람의 삶에 닿는다.

한부모가족 지원의 확대는 대한민국 복지가 ‘누구를 보호할 것인가’에서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K-복지의 중요한 성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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