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선별에서 권리로 ― 복지 인식의 변화①

1부. 현장에서 바라 본 K-복지 20년의 변화

by 햇살마루

2000년대 초 복지는 늘 ‘정말 어려운 사람’을 가려내는 일이었다. 동주민센터에서 복지담당을 찾는 사람들 대부분은 조심스러웠고, 때로는 불안한 표정이었다. 도움을 요청하는 일은 쉽지 않았고, 관련 서류를 제출하는 과정은 까다로웠다. 복지는 권리라기보다, 본인의 가난을 증명하고 받는 시혜에 가까웠다.

당시 행정의 언어는 자연스럽게 ‘선별’에 맞춰져 있었다. 기준은 엄격했고, 담당 공무원은 그 기준에 적합한지를 판단하는 역할을 맡았다. 누군가는 지원 대상이 되었고, 누군가는 탈락했다. 그 판단은 제도에 근거했지만, 결과를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은 늘 복잡했다. “기준에 적합하지 않다.”는 말은 삶의 어려움을 부정당한 것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또한 그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동주민센터에서 고성을 지르거나 난동을 피우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 시절의 복지는 부족한 자원을 가장 필요한 사람에게 집중하기 위한 제도였다. 그래서 선별은 당연했고, 제한은 불가피했다. 복지를 받는다는 사실 자체가 드러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도 강했다. 지원을 받는 사람은 사회적 약자로 구분되었고, 그 위치는 쉽게 벗어나기 어려운 낙인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복지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점차 달라지기 시작했다. 보육료 지원, 기초연금과 같은 제도가 확대되면서 복지는 특정 계층만의 제도가 아니라, 국민 다수가 삶의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용하는 제도가 되었다. 아이를 키우는 가정이라면, 노년에 접어들었다면, 일정한 조건만 충족하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복지가 늘어났다.

이 변화는 통계보다 먼저, 현장에서 사람들의 말과 태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제가 받을 수 있을까요?”라고 조심스럽게 묻던 사람들이, 이제는 “왜 저는 복지급여가 안 나오나요?”라고 말한다. 같은 질문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담긴 인식은 완전히 다르다. 전자는 도움을 요청하는 태도였다면, 후자는 권리를 확인하고 요구하는 태도다.


복지를 바라보는 시선의 전환은, 특히 장애인 복지 현장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과거에는 장애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보호의 대상이 되었고, 지원은 ‘배려’의 영역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제 장애인은 단순히 보호받는 존재가 아니라,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함께 살아갈 권리를 가진 시민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현장에서 만나는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들의 태도 역시 달라졌다. “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는 말 대신, “이건 제가 누려야 할 권리 아닌가요?”라는 질문이 나온다. 이동권, 돌봄, 활동지원, 사회참여에 대한 요구는 시혜를 바라는 호소가 아니라, 삶의 조건을 요구하는 목소리다. 이는 장애인 복지가 동정의 대상에서 권리의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사회복지공무원의 역할도 바꾸어 놓았다. 과거에는 지원 가능 여부를 가르는 심사자의 역할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제도를 설명하고 권리를 안내하는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안 됩니다”라는 말보다, “이 복지서비스는 가능합니다”라는 설명이 늘어났다.


물론 모든 복지가 무조건 제공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기준은 존재하고, 제도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기에 “다 준다면서 왜 나는 안 되느냐”는 질문도 함께 늘어났다. 이 질문은 행정을 어렵게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복지가 이제는 ‘받아도 되는 것’이 아니라 ‘왜 안 되는지를 설명받아야 하는 것’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더 이상 복지를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복지에 대해 묻고, 설명을 요구하고, 때로는 문제를 제기하는 사회는 그만큼 성숙해졌다는 의미다. 복지는 소수에게 베푸는 특별한 지원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함께 합의한 사회적 약속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선별’에서 ‘권리’로의 전환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변화가 아니다. 제도의 확대, 행정의 개선, 그리고 무엇보다 국민의 경험이 쌓이면서 서서히 형성된 결과다. 아이를 키우며, 노후를 맞이하며, 장애와 함께 살아가며, 사람들은 복지를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주민이 자신의 권리를 이해하고, 제도의 문턱 앞에서 머물지 않도록 돕는 일은 이제 행정의 중요한 역할이 되었다. 복지는 더 이상 ‘받는 것’이 아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시민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가 되었다.

이 인식의 변화야말로, K-복지 20년이 만들어낸 가장 근본적인 변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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