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평균 이하로 산다는 것

평균.

사람들은 좋은 조건과 비교할 때는 자신의 처지가 평균보다 이하라고 과소평가하고, 나쁜 조건과 비교할 때는 평균 이상, 그러니까 평균보다 훨씬 불행하다고 과대평가한다. 내 연봉과 재정 상태는 평균 이하이고, 불행과 불안은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내가 가진 능력은 과소평가하고 내 불행은 과대평가한다. 둘이 합치면 중간 지점이 되어야 하는데 왠지 더 잃은 느낌이다. 그래서 내 꿈은 뛰어난 것도, 잘난 것도 아닌 고작 ‘평균’인지도 모르겠다.



세상은 평균을 중심축으로 하여 돌아간다. 정확히 말하자면 사회는 개인들에게 평균적인 삶을 유도한다. 그것이 가장 편안하고 안정된 상태임을 강조하며. 너무 높지 않은 수치를 제시함으로 해서 박탈감을 느끼지 않되 그 평균에 미치지 못하면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암묵적 불안을 조성하면서 무의식적으로 우리 삶에 깊숙하게 개입한다. 이러한 토대 안에서 우리는 평균의 삶보다 내 삶이 얼마나 나은지, 또는 부족한지, 채우기 위해서는 얼마만큼의 노력을 해야 하는지 가늠하며 자기 계발이란 이름을 붙여가며 평균이 되기 위해 노오력을 마지않는다. 그렇게 실체 없는 평균은 일정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나와 타인을 비교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 조건이 되고 능력을 평가하는 지표가 된다.



돌아보면 내가 살면서 가장 제일 도달하기 어려웠던 것,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어려운 것 중 하나는 대한민국의 평균이 되는 것이다. 평균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키,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평균 연봉, 평균보다 높아 쓸데없어진 학력, 평균이 되기 싫은 삐뚤어진 시선.

버스 손잡이는 잡기엔 너무 높았고, 교복은 허리를 뺀 나머지는 모두 길어서 3년 내내 접고 다녔다. 성인이 되어서는 학업과 일을 병행해야 하는 까닭에 남들을 퇴근할 때 출근하고, 출근할 때 퇴근해야 했다. 그마저도 퇴근이란 단어는 육아가 시작되면서 개념 자체가 사라져 버렸다. 육아가 어느 정도 익숙해질 때 쯤해서 나는 ‘과로사가 꿈’인 프리랜서의 길에 들어섰으니 이제 정말로 평균의 삶을 살긴 글러버린 것도 같다. 사실 평균의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제안받는다고 해도 수용할 자신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한 번도 평균의 삶을 살아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평균의 삶은 마치 남의 인생을 훔쳐 사는 것만 같은 느낌이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새해는 평균에서 더더 멀어져 가는 삶을 살 것이 그렇지 않을 확률보다 높다. 지금의 객관적 조건에 미루어 짐작해볼 때 말이다. 물론 인생은 장담할 수 없지만 내가 쌓아온 경험의 빅데이터를 분석해봤을 때 별반 다르지 않다. 그리고 그게 무엇이든 새로운 것에 도전을 멈추지 않는 이상 나는 아마도 늘 평균 이하 어딘가에서 맴돌 것이다. 시작은 늘 제로에서 출발해야 하고 평균으로 끌어올리려면 수많은 시간이 쌓이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니.


지금까지 나의 의지로 선택한 수많은 것들은 늘 평균 이하라는 결과를 안겨주긴 했지만 적어도 나는 그것을 비관하거나 남 탓을 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것이 지금의 나를 버티게 해 준 유일한 자존감이나 마찬가지다. 남 탓하기 전에 나를 먼저 반성하는 가장 단점이자 장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에도 묵묵히 지켜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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