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파도 위를 조용히 걷는 글
사라지기 전에 붙잡고 싶은 마음들. 끝내 말하지 못한 문장들과 침묵의 조각들 위에, 조용히 질문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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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들이 있어요.
소리 내지 못한 기억들,
보내지 못한 편지들,
나만 알고 있었던 감정들.
그 조각들이 사라지기 전에,
나는 글로 붙잡아 두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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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언제나 같은 자리에 있으면서도
매일 다른 얼굴을 보여줘요.
글도 그런 것 같아요.
같은 기억을 바라보더라도,
마음은 그날의 파도에 따라 달라지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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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글은 완성된 대답이 아니라,
언젠가 이해하고 싶었던 흔적이에요.
왜 그렇게 느꼈는지,
왜 말하지 못했는지,
왜 아직도 기억하는지.
쓰는 동안 나는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조용히 질문을 던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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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언젠가,
말하지 못했던 마음들이
파도처럼 밀려올지도 몰라요.
처음엔 조용히 스며들다가,
어느 날 문득
기억의 모래밭 위에 흔적을 남기죠.
나는 그 흔적들이
다시 지워지기 전에,
한 줄씩 써 내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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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답을 찾으려는 게 아니에요.
나를 더 잘 이해하게 해주는
질문들을 따라가고 있을 뿐이에요.
말해지지 못한 것들에
목소리를 주기 위해,
그렇게 계속 써요.
때로는, 말하는 것이
다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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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그런 순간이 있었나요?
이름 붙일 수 없었던 그때,
끝까지 말하지 못한 문장,
사라지지 않은 침묵.
그렇다면,
여기 잠시 머물러도 괜찮아요.
이 이야기가,
당신의 이야기일 수도 있으니까요.
-Ha Eun Mar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