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당신이 손등에 입을 맞추었을 때

마음이 먼저 기억한 순간

by Ha Eun Marel



아무 말도 없던 그 밤, 당신의 입맞춤이 내 손등에 머물렀어요. 몸이 먼저 기억한 감정,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그 순간의 온기.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카페에서 나와 나란히 걷던 그 밤,

너는 내 손을 천천히 잡았어.

잡았다기보다는,

건드렸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몰라요.

마치 오랜만에 꺼낸 기억을

조심스럽게 다루듯이.



나는 움찔했지만,

뿌리치지 않았어요.

너는 나를 보며 가볍게 웃었고,

그 순간,

내 심장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조용히 뛰고 있었어요.







네가 손가락을 하나씩 감싸더니,

천천히, 조용히,

내 손등에 입을 맞췄어요.


그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어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요.


그저 속으로 이렇게 말했어요.

“날 사랑하나 봐. 진짜로 사랑하나 봐.”


그 말은 나조차 몰랐던

마음의 중심에서 올라왔어요.

이해도, 계산도 아닌,

몸이 먼저 말해버린 문장이었죠.



네 손이 내 허벅지 위에 가볍게 얹혀졌을 때,

나는 숨을 참았어요.

그 감촉, 그 온기,

그 익숙한 무게.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세상이 전부 당신이었어요.


네 눈빛은

나를 오래 알고 있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표정이었어.

낯설고 익숙한 그 느낌 사이에서

나는 무너졌어요.



같은 장면도

빛이 닿는 방향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어요.

기억도 그래요.

그때는 몰랐던 마음이

시간이 지나서야 보이기도 하죠.


그리고 언젠가,

말할 수 없었던 마음들이

파도처럼 밀려올지도 몰라요.


처음엔 조용히 스며들다가,

어느 날 문득

기억의 모래밭 위에

흔적을 남기죠.


나는 그 흔적들이

다시 사라지기 전에,

한 줄씩 써 내려가요.



너는 모를 거야.

그날 이후로,

누군가가 내 손을 잡을 때마다

나는 아직도 그 순간을 떠올려.


시간이 지나도,

마음은 종종

몸을 따라가지 못해요.



내 손끝엔

아직도 네가 있어.


-Ha Eun Mar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