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할 수 없던 사랑의 기억
그 노래를 처음 들은 건,
우리 집 부엌이었다.
평범한 오후였고,
휴대폰 속에서 나탈리아 라포르카데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달콤하면서도 슬픈 음색.
그 울림엔, 우아하게 아픈 무언가가 있었다.
“나는 금지된 존재야(soy lo prohibido)” —
그 목소리는 단순한 노래가 아니라,
고백처럼 들렸다.
가사의 한 글자, 한 숨결마다
내 이야기의 조각들이 숨어 있었다.
그건 단순한 멜로디가 아니었다.
말끝마다 떨림이 있었고,
그 떨림이 내 이야기와 너무 닮아 있었다.
노래를 들으며 가슴 한켠이 조여왔다.
왜 눈물이 났는지도 몰랐다.
음 하나하나가 내 숨을 막았고,
이유도 모른 채 눈가가 젖어갔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그 노래는 나였고,
너였고,
우리의 이야기였다.
우리가 있었고,
아직도 어딘가에서 존재하는 그 모든 것이었다.
⸻
“말할 수 없는 입맞춤, 그게 바로 나야.”
그 가사와 함께 떠올랐다.
부산의 그 방,
소금기와 이별 냄새가 섞인 공기.
세상이 멈춰 있던 몇 초,
그 짧은 순간, 우리의 입술이 마지막으로 닿았던 기억.
창문 사이로 스며들던 노을빛,
둘을 감싼 고요,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다 알고 있던 그 예감—
그건 다시 오지 않을 입맞춤이었다.
다정함도 있었지만,
그보다 큰 건 두려움이었다.
때를 잘못 만난 사랑의 두려움,
보이면 안 되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의 두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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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생각한다.
아마 그 사랑이 진짜였던 이유는
그것이 감춰져 있었기 때문일 거라고.
우리만 알고 있던 비밀.
그 방, 그 시간,
너의 손끝과 나의 숨결 사이의 경계—
그곳을 벗어나면 세상은 아무것도 몰랐다.
어쩌면, 그게 괜찮았는지도 모른다.
⸻
“이곳 밖에서는 결코 부르지 않을 그 이름, 그게 바로 나야.”
그보다 정확한 말은 없었다.
나는 네가 침묵 속에서 배운 이름이었고,
숨처럼 들이마시고 감추어야 하는 비밀이었다.
나는 네 안에서 하나의 소문이 되었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로.
⸻
“너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 부인해야 했던 사랑, 그게 바로 나야.”
그래서 널 원망할 수 없다.
나라도 그랬을 것이다.
삶은 종종 우리에게 선택을 강요한다.
옳은 것과 살아 있는 것을 택해야 할 때,
우린 생존을 택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프지 않은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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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원망한 날도 있었고,
널 몰랐으면 좋겠다고 바란 날도 있었다.
그래야 마음이 잠시라도 편해질 것 같아서.
그런데,
다시 돌아가도 난 아마 똑같이 널 바라봤을 것이다.
끝이 같을 걸 알면서도.
⸻
“죄처럼 찾아와 사랑을 다시 믿게 한 존재, 그게 바로 나야.”
아마 나는 그랬을 거다.
죄가 아니라, 잠시의 숨결.
잘못이 아니라,
네가 아직 느낄 수 있다는 걸 일깨운 순간.
⸻
“네가 계속 나아가게 만든 짧은 모험, 그게 바로 나야.”
그래, 그랬다.
너는 걸어갔고,
나는 남았다.
시작도 끝도 되지 못한 자리,
그 경계 위에.
아마 그게 내 역할이었을지도.
끝이 아닌,
한 걸음의 계기.
⸻
그리고 마지막 가사,
“그녀의 품 안에서도 너는 나를 꿈꾸지.”
그 부분만 들으면 아직도 가슴이 저릿하다.
믿고 싶어서가 아니라,
어딘가 너의 꿈속에 내가 남아 있을 것 같아서.
지워지지 않는 잔향처럼.
자랑스럽지도, 슬프지도 않다.
그저 우리가 진짜였음을 증명할 뿐이다.
비밀 속에서도 분명히 존재했던 사랑.
⸻
금지된 존재가 된다는 건,
더럽거나 잘못된 게 아니다.
그건 경계에 서 있는 일이다.
밖으로는 살 수 없지만,
그 안에서는 누구보다 진실했던 감정.
나는 침묵 속에서 사랑받은 그림자였고,
아무도 모르게 불린 이름이었으며,
불타오르지만 숨겨져야 하는 존재였다.
그건 잔인함이 아니라,
존재할 수 없는 사랑이 살아남기 위한 방식이었다.
⸻
가사의 한 줄, 한 줄이 속삭였다.
“너는 인정할 수 없지만, 부정하지도 못하는 그 무엇이야.”
나는 부끄러움과 욕망 사이,
욕망과 포기의 사이에 서 있었다.
머무를 수 없음을 알면서도,
끝까지 널 바라봤다.
⸻
어쩌면 가장 순수한 사랑은
세상에 드러나지 않는 사랑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다치게 하지 않기 위해
감춰야 했던 사랑.
너는 그것을 “신중함”이라 불렀고,
나는 “두려움”이라 불렀다.
그 두 단어 사이에서,
우린 서로를 잃었다.
⸻
그날 부엌에서 들리던 그 노래는
아직도 내 머릿속에서 멈추지 않는다.
너는 그 노래를 들어본 적이 있을까.
혹은, 그 멜로디 속에서 나를 떠올렸을까.
만약 그렇다면,
그리고 혹시 이 글을 —우연이든, 운명이든— 읽게 된다면,
이건 죄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어떤 존재였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허락되지 않은 곳에서 사랑했던
두 사람의 이야기.
나는 네 실수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저 네 진실이고 싶었다.
비밀 속에서라도.
—Ha Eun Mar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