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억누를 수 없을 때
또 다시 일어났다.
그의 목소리가 벽을 때렸다.
천둥처럼.
개조차 짖기 시작했다.
나는 가만히 서 있었다.
표정 하나 없이.
이미 너무 많이 본 폭풍 앞에서
더 이상 놀라지 않는 사람처럼.
⸻
그의 분노는 사소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걷잡을 수 없는 불로 자라났다.
붉고.
타오르고.
다가오는 모든 것을 태우려는 듯.
나는 막지 않았다.
두려워서가 아니었다.
이제는 말할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벽 앞에서 단어를 낭비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 지친 목소리는
더 이상 귀머거리의 귀에
쏟아질 가치가 없었다.
내 인내는
또 다른 패배를 견딜 만큼
남아 있지 않았다.
⸻
그러나 어느 순간
나도 지쳤다.
불이 나를 삼켰고,
마침내 나도 타올랐다.
⸻
—짓거리에 질렸어.
이제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
⸻
그는 멈췄다.
그리고 그 침묵 속에서
나는 언제나 알았던 것을 다시 확인했다.
만약 분노가 경쟁이라면,
나는 그를 재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쪽이라는 것을.
⸻
나는 통제력을 잃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그것을 어떻게 다루는지 안다.
불꽃을 삼켜
폭발하기 전에 억누르는 법을 안다.
억눌린 분노의 재, 공기 중에 떠 있다.
하지만 내가 불타기 시작하면,
나를 끌 수 있는 것은 없다.
내 불은 더 높고,
더 사납고,
더 절대적이다.
그도 안다.
그래서 침묵한 것이다.
멈출 수 없는 불, 폭풍 속에 비치다.
그 후, 그는 나를 안았다.
목소리는 낮고, 떨렸고,
거의 후회하는 듯했다.
—미안해.
오늘은 내가 왜 이런지 모르겠어.
그러나 오늘만이 아니었다.
어제도.
그저께도.
늘 그랬다.
사과는 이제 더 이상 같은 무게를 가지지 않는다.
약속이 아니라.
메아리일 뿐이다.
너무 많이 반복되어
공기에 닿는 순간
흩어지는 말들일 뿐이다.
⸻
나는 믿지 않은 채 그를 안았다.
신뢰 없이 그의 용서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내 안 깊은 곳에,
매번 불타는 그 질문이 남았다.
다음은 언제일까.
—Ha Eun Mar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