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닫깨닫] No.1 나는 정도가 중요한 사람.

[깨고, 닫고, 깨닫고] 첫번째이야기

by 해와

무언가, 누군가 깊이 좋아한다는게 어느정도일까. 나는 요즘 ‘정도’의 늪에 빠져있다. 정도가 내게 얼마나 중요한지 혹은 내가 그것을 얼마나 정확히 표현하고 싶어하는지 알게 되었다. 나의 성격의 어느 부분을 알게된 셈이다.


“나는 뭔가 진짜 좋아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


의기소침한 내 말에 친구는 나를 위로 하기 위해서인지, 그게 정말인가를 증명하고 싶어서인지 나를 관찰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주거나 좋다고 표현할 때 이것저것 묻는 일이었다. “좋아?”라는 질문을 하면 나는 대체로 “흠.. 그렇게 좋아한다고 할 순 없지만 분명히 안좋아하진 않아”이런 식의 대답을 늘어놓았다.


그렇게 몇차례, 친구의 결론은 ‘정도를 모르는 애’였다. 후엔 그것도 정확한 표현은 아닌 것 같아 정도가 필요한 사람이라던지, 정도가 중요한 사람으로 고쳐서 말하기 시작했는데 좌우지간 그 ‘정도’하는 건 매우 흥미로웠다.


난 말이 긴 편이다. 생각이 많기도 하고, 설명해야 할 양도 많다. 나쁘게 말하면 하고 싶은 말을 촌철살인의 언어로 표현해내지 못한다. 좋게말하자면 오해없이 전달하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나의 긴 말을 끝까지 잘 들어주는 이는 매우 드문 것 같다. 꽤 길긴하다. ㅇㅈ.


나는 왜 길게 말해야만 하는 걸까. 나는 왜 오해가 없기를 바라는 것일까. 한편으로 오해없이 전달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일을 포기할 수 없다. 짧은 몇마디로 표현하면 늘 뭔가 어설프고 부족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나는 어떤 관계에서 그 사람이 나를 제대로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 굉장히 안심한다. 그에게 한없이 여유로워지고 그의 말을 무조건 수용하게 된다. 하지만 그런 이를 만난지 참 오래되었다. 나는 어쩌면 그런 친구를 사귀고 싶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와의 의사소통이 어려울 것 같다고 스스로 생각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보자면 이런거다.


“너 커피를 자주 마시는거보니 엄청 좋아하나보다~” 라는 말에


“흠.. 엄청 좋아한다기보다는 중독에 가까워 커피가 항상 당기니까. 그렇다고 좋아하지 않는데 억지로 먹는 건 아니고 꽤 좋아하는 편인거 같아. 하지만 매일 몇잔씩 마시는 이유는 습관같다고나 할까. 중독성이 전혀 없는 음료였다면 하루 한잔 정도의 좋음??”


뭐 이런 당연하고도 답답한 소리를 줄줄이 늘어놓는다. 그럼 친구는 “.....????...;;;으응;;” 대강 이런 느낌의 표정을 짓는거 같다. 글로 써서 읽어봐도 지루하지만 말로하면 더 지루할 듯한, 오히려 더 혼란스러울듯한 설명들이다.


예전엔 이런 내가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싫었다. 이건 고치고 어쩌고 할 수 없는 종류의 습관이었다. 그냥 술술 나오는... 그런데 ‘정도’의 문제라는 것을 인식한 후 막연한 이상한 말이 아니라 이유있는 말들이 되었다. 좋은 징후다. ‘오해없이 전달하기 위해서 노력했던 거구나’, ‘아직 조금 서툴 뿐이구나’ 이젠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


물론 내가 이런 사람인것에 대해 타인에게 일일이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내가 내 습관의 이유에 대해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은 완전히 다르게 다가온다. 내 행동의 이유를 알게되는 것이란 모래밭에서 보물을 찾아낸 느낌이랄까.


무엇보다 나처럼 길게 말하는 사람을 조금은 헤아려볼 수 있게 되었다. ‘혹시 저이도 오해없이 전달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하고.

오해가 싫다. 오해는 때로 너무나 크고 무서운 벽 같다. 시간이 흘러 스스로 허물어지기도 하지만 더욱 단단해지고 높아지기도 한다.


오해를 시작할 땐 의지가 필요없지만, 오해를 풀어야할 땐 굉장한 의지가 필요하니까. 나는 오해가 무서운가보다. 오해 싫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