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신부

공포

by 장해월

마치 민화와도 같은 묘한 꿈을 꾸었다.


형형색색의 무언가가 축제라도 벌어진 양, 놀이공원의 퍼레이드처럼 줄지어 가며 드디어 도깨비가 신부를 모신다고 퍽이나 즐거워했다. 알록달록한 짐승과도 같은 것들이 언젠가 멀리 서나 보았던 풍물소리에 맞춰 내 주위를 돌며 춤을 추었고, 흥겨운 노랫소리에 나 또한 정체 모를 그들과 함께 어울려 춤을 출 뻔했다 - 그들이 말하는 도깨비 신부가 나라는 것을 깨닫기 전까지.


분명 꿈인데 이상하게 생시 같은 불안감에 내게 곱게 입혀지는 어여쁜 각시 옷을 벗어젖히고 연지곤지를 문질러 떼어가며 도망가다가 귓가에 울리는 방울소리에 잠에서 깨었다.


‘딸랑’ 하고 한 번씩 울려 퍼지는 방울소리는 창밖의 어둑한 새벽하늘과 함께 내게 공포감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창문이 열려있지는 않을까, 방문이 열려있지는 않을까? 달빛에 비추어 내 방을 둘러보지만 방울 소리가 들릴 만한 곳은 없다. 내가 잠에 들려하면 한 번씩 들리는 방울 소리에 겁이 나 뜬눈으로 밤을 새우던 중, 숨소리가 들렸다.


“얘야? 마음에 두고 계신다는 이가?” 키득거리며 웃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내 귀에 대고 말했다. 앳된 여자아이의 목소리는 분명하게 들려왔지만 목소리의 주인은 주위를 둘러봐도 알 수 없었다. 나는 분명 방에 홀로 있다.


“취향도 이상하시지, 하고 많은 것들을 두고 인간이라니. 도대체 왜 이 아이를 고르신 지 알 수가 없단 말이지.” 내 방 저편에서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역시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목소리로 미루어보아 중년의 남성이 아닐까, 혼자 생각할 뿐.


“힘도 강하지 않은 것 같은데- 귀도 반, 눈도 아직 반만 열렸네. 반푼이구나? 반푼이 도깨비 신부라니, 이상하기도 하지.” 먼저 들렸던 앳된 목소리가 내 주위를 돈다. 누군가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시선은 항상 즐겁지 않다. 특히나 시선의 근원을 알 수 없다면.


“주위를 둘러보는 걸 보니, 우리도 보이지 않나 보구나. 한동안 많은 관심을 받을 터이니 차라리 보이지 않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지.” 중년 남성의 목소리에 연민이 묻어 나오는 것은 나의 착각일까. 분명 나에 대해서 말을 하는 것 같은데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다. 들린다고 다 말이 아니라더니.


“반푼이라니 항상 보이고 들리지는 않겠지. 그러니까 내가 이렇게 해도 보이지 않는 거지.” 앳된 목소리가 다시 들리는 듯싶더니 내 얼굴 바로 앞에서 숨결이 느껴졌다. 뱀 앞의 개구리가 이런 느낌일까- 숨소리조차 낼 수 없다.


“그만하렴, 무서워하는 것 같으니. 애초에 정말 저 아이가 신부가 된다면 괴롭혔던 모든 이들에게 역정을 내실 거다.” 중년 남성의 목소리와 함께 내 앞에 있던 무언가가 조금 거리를 둔 것이 느껴졌다.


이건 분명 한 여름밤의 꿈이 아닐까. 좀 피곤하면 눌린다는 가위일까. 몸이 움직이기 않기를 바라며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자 내 기대를 배신하듯 몸은 너무나도 잘 움직인다. 아까와 이어지는 꿈인 걸까? 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여보지만 얼굴모를 이의 웃음소리만 간간히 들릴뿐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다.


간혹 ‘헛것’이라고 불리는 것들과 마주해도, 보이지 않는 듯, 들리지 않는 듯, 눈감고 귀 막아가며 살아오기를 30년. 언젠가 찾아갔던 무당은 내 사주에 있다는 귀문관살을 탓했다. 평생 외줄 타기 하는 인생이니,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한 번 뛰어 볼 수 있으면 뛰어보라던 그녀의 표정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녀도 도망가고 싶었을까?


꿈에서 들리던 노래가 방울 소리와 함께 다시금 귓가에 울린다. 나는 이 꿈에서 깰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