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상점 해월섬
“결국 아가씨는 이쪽으로 오게 될 거니까 너무 힘 빼지 마. 아가씨도 알고 있잖아.”
사주, 타로, 신점, 자미두수, 점성술… 어두운 현실에 촛불하나라도 얹고 싶어 답을 찾아 헤메일때마다 어디를 가던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하나. 언젠가 나는 다른 사람들의 인생을 점쳐주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빌어주며 살게 될 거라는 것.
그게 싫다는 건 아니다. 좋고 싫음을 논하기에는 너무 어릴 적부터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하게 줄을 타듯 살아왔으니. 멋모르고 말해버린 곧 이루어질 일들도, 미처 막지 못해 입 밖으로 튀어져 나간 “조언”들도 나를 사회의 일반구성원들에서 이방인으로 만들어 왔으니, 다른 사람들의 삶을 점쳐주는 삶은 내게 놀랍지도 어색하지도 않은 삶이다.
지금도 눈 감으면 두루마기 휴지조각을 흰 천 마냥 휘두르며 내게 “귀신아 물렀거라” 굿을 하듯 호통치던 반 친구가 어제처럼 선명하다. 그 아이의 어깨 업히듯 매달려 나를 보고 웃던 그림자도, 그리고 얼마 지나지않아 사고로 다쳐 분명 내게 저주받은 것이라고 수근거리던 학교 친구들까지.
어디까지 말해도 되고, 어떤 건 말하면 안 되는지, 사람들과 경험하는 세상이 다르다는 것이 어디까지 나를 괴롭게 할 수 있는지 배우기까지는 꽤나 오랜 시간과 상처, 고독을 대가로 했다. 그리고 삼십 대가 된 지금의 나는 아직도 과연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진실인지, 내가 서있는 이 곳이 얼마나 간단히 허물어지는 곳인지 두려워하며 살고 있다.
기묘상점 해월섬은 마치 지푸라기 같은 존재다. 현실에 어떻게든 발을 딛고 살고 싶은 내가, 내 현실과 다른 이들의 비현실을 엮어내기 위한 곳. 그리고 이 글들은 나의 서글픈 날들의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