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리에 각인시킬 아웃풋 이미지가 9할.
미팅을 다녀왔더니
책상에 웬 회사소개서가 놓여 있습니다.
“법제상 의무 고용해야 되는 직군의
고용/관리를 대신해주고 수수료 받는 회사더라구요.”
후배 직원의 말이 끝나자마자
사장님께 문자가 옵니다.
[각 사업법인에서
OOO직군의 의무 고용 미달에 대해
당국에 부담금을 낸다고 들었습니다.
드린 책자를 참고하셔서
효율적인 방안은 없을지 검토 바랍니다.]
아하.
벌금(부담금) 내는 게 낫냐, 외주 비용 내는 게 낫냐.
롸저 댓.
순수하게 검토하란 걸까,
잠정적 답(외주를 쓰라는 의중)이 있는 걸까.
사장님이 문자로
“… 부담금을 낸다고 들었습니다”
라고 했습니다. 부담금에 대해 처음 들으신 거죠.
저 회사가 인맥을 타고 사장님께 영업했을 확률 99.9%.
‘각 계열사들에서 이렇게 눈먼 비용 나가는 걸
알고 계셨냐’며 문제의식을 고취했겠지만,
영업 화술은 노노. 휘둘릴 분 아닙니다.
외주를 주면 정말 비용절감이 되는지 궁금하신 겁니다.
결론. 순수한 검토 건입니다.
계산만 잘하면 짧게 끝날 일 같습니다.
잠깐 해당 법령에 대해 스터디를 좀 해본 후,
상사는 부수적으로 생겨난 돌발 사안에 대해
본인의 판단 시간을 줄여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일을 시켰습니다.
이런 스팟성 과제는
보고서에 검토결과가 애매하게 표현되면 안 됩니다.
또한 장황하게 다뤄서도 안 됩니다.
가령, 먼저 이 제도의 개요를 다루고
우리가 얼마나 고용을 하고 있으며 등등은 노노.
사장님은 지금 비용이 궁금하니
인원수는 참고로만 밑에 넣고
비용을 전면에 부각해야 합니다.
향후 검토 결과,
옵션(벌금 vs. 외주비용) 간 비용 차이가 크다면
사장님 마음속에
이게 낫다 / 저게 낫다
명확히 각인시켜드리는 게 낫습니다.
언어, 숫자, 표, 차트
어떤 형태를 취하든 피보고자가 읽고 난 후,
'하라는 거구나' '하지 말라는 거구나'
를 알게 해야 합니다.
그래서
인셉션마냥
사장님 마음속에 각인시킬 프레임을
먼저 노트에 끄적여봅니다.
이르케… 이르케… 이런 느낌? ... 끄적끄적
사장님은 이 제도에 대해 잘 모르십니다.
비교 결과도 중요하지만,
당최 얼마의 벌금이 부과되는지
고용이라는 방법 외 벌금을 피하거나
경감시킬 여지가 없는지 등 설명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상단에는
[금액의 흐름이 설명될 수 있는 차트]를 통해
감면액이라는 게 있다는 점과
옵션 간 비교 결과를 보여주고,
하단에는 고용 현황을 표로 간단히 정리하기로 합니다.
이렇게 구상하고 시작하더라도
실제 쓰다 보면 디테일은 바뀝니다만,
모르는 사람이 이 한 장을 읽어본 후
어떤 메시지가 남을지
…를 계속 생각하며 바꿉니다.
각 사업법인에 요청한
고용, 납입액 데이터를 기다리는 마음은
마치 저 짤방과도 같습니다.
고용 미달인원이 대체 몇 명인지,
그들에 대해
{우리에게서 나가는 벌금 Sum} vs.
{외주업체 조건에 맞춰 시뮬레이션 한 비용}
이 둘 간에 격차가 심하게 나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벌금이 크든 외주비용이 크든 격차가 커야만
생각해둔 아웃풋 이미지가 의미가 있습니다.
막상 데이터를 취합해서 봤더니 차이가 크지 않다면
제3의 방안을 찾아봐야 합니다.
외주를 혼합해서 고용할 수 있는
직무가 무엇이 있는지도 살펴보는 등.
검토사항이 많아지겠지요.
———
인사기획자 본업
(이 어딨겠냐마는 어쨌든 본업)은
인사제도 설계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빈도수로 보면
이런 스팟성 검토 과제가 훨씬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검토 과제를 대하는 기획자의 자세?
랄까요,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이 주제 역시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보니,
스팟성 과제를 하면서 제가 느낀 점들도
간간이 써볼까 합니다.
[요약]
상사로부터 검토과제를 받으면,
1. 의중을 헤아린다. 원하시는 답이 있는지
2. 바로 그려본다. 각인시킬 아웃풋 이미지를
☞ 때로는 이게 9할
3. 치성을 드린다. 생각대로 데이터가 뽑히기를
데이터가 생각과 다르면 제3안 찾기(고생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