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가 들려주는 브랜딩 이야기 #1
브랜딩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 카페가 자리 잡을 용산 열정도 거리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해야지 싶다.
이 지역은 1967년 초입에 작은 구멍가게를 열면서 상권이 형성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많은 구멍가게와 잡상인들이 모여 점차 거리의 구성을 이루어가던 이 길은 1980년대 들어서 인쇄소와 회사등으로 번창하기 시작하였으나 용산의 주변 다양한 호재와 더불어 재개발 이슈가 발생하며 오래된 건물이 철거되기 시작했고 그러한 분위기는 2023년이 되어서도 어수선하게 이어져오고 있었다. 과거에는 '열정도'라는 이름으로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였던 적도 있었지만 지금의 분위기는 주변의 도심 분위기에 비해 낙후된 이미지가 없지 않아 있기에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분위기로 듬성듬성 사람을 채우고 있는 편이다.
열정도 거리는 커피숍과 더불어 다양한 먹거리 가게들로 아직은 바람 앞의 촛불을 유지하고 있는 편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 중심가에 지어지는 커피숍의 전반적인 브랜딩 작업을 진행했었다.
적적하고 서늘한 분위기에 따뜻한 봄날의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다 생각이 들었다.
카페는 오래된 구옥의 1층에 자리를 잡을 예정이었다. 구옥의 형태가 마치 영화 업에서 풍선을 달고 날아가는 집처럼 보였었다. 어쩌면 나는 이 조용하고 서늘한 상권에서 나는 이 카페만 풍선을 잔뜩 달아 빼내고 싶었을지도 몰랐지 싶다. 햇살이 밝게 들어오는 거리에는 묘한 감성이 있었고 이 감성을 담아낼 수 있는 것은 우리가 브랜딩 할 커피가 전해주는 냄새뿐이라 생각하였다.
풍선, 그리고 바람. 브랜드 비주얼의 전반적 디렉션 이미지가 자리를 잡았다. 한적한 분위기는 그대로 담아내고 싶었지만 조금 더 밝고 여유를 전해주는 카페가 되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봄날의 바람에 커피 향을 실어 나를 수 있는 커피숍. 브랜드의 네이밍은 그렇게 여러 네이밍 디벨롭과정 끝에 브리즈커피살롱이라 칭해졌다.
이전의 이미지를 벗겨내다.
구옥 건물에는 이미 오랜기간 운영해왔던 두유전문 매장이 자리를 잡고있었다. 개화기를 컨셉으로 초록색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활용해 고전적인 분위기를 전하던 매장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새롭게 들어설 카페의 이미지를 입히기엔 다소 벗겨내야할 요소들이 많아보였다. 다만 현실적으로 채도가 높거나 시선을 강하게 이끄는 컬러는 활용이 오히려 독이될것같은 분위기였기에 신중히 컬러디렉션을 모색하였었다.
브리즈커피살롱의 이름은 산들바람에 실려 날아가는 커피 향을 통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 꽃이 펴지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며 의미를 담았다. 카페 안에는 아늑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기존의 어두운 분위기보다 밝은 분위기의 인테리어가 구성되는 것을 바라였고, 사장님께서 센스 있게 밝은 분위기의 의자를 밖에 내놓아주셨다.
원두가 아니라 생두에서부터.
브랜드 컬러가 적색인 이유는 원두의 갈색이 아니라 커피를 만드는 시작점이라 이야기될 수 있는 커피 생두의 색을 담고자 함에 있다.. 커피에 무엇보다 진심이셨던 사장님의 마음을 알고 오랫동안 커피업계에 종사하셨던 것을 잘 알기에, 단순한 브라운의 컬러로 브랜드 키 비주얼을 가져가기보다는 커피의 처음을 나타내는 생두의 컬러를 가져오고자 하였다. 그리고 커피브랜드의 주력이 될 라떼를 상징하는 브라운계열 아이보리가 서브컬러로 자리를 잡았다. 브랜드 컬러차트 구성의 너무나 단순한 이유였다.
커피를 싣고 하늘을 날아가는 열기구. 브랜드의 컨셉이다.
열정도 조그만 거리 밖으로는 높은 기업들, 주거시설의 건물들이 하늘의 절반을 가리고 있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하늘을 제대로 바라보고 꿈꾸지 못하고 살고 있고, 이곳 용산의 사람들은 더하면 더했을 것이라 생각되었다. 커피 한잔에 가파른 비탈길을 오르고 있을지라도 잠시 여유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마치 열기구에 올라 세상을 바라보는 것처럼 말이다. 영화 업에서 시작된 풍선을 통해 자유로운 분위기를 담고자 했던 아이데이션은 결국 열기구 형태를 아이덴티티로 채택하는데 까지 이르렀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커피잔을 싣고 나르는 열기구이다. 커피숍이 손님들에게 그렇게 느껴지기를 바라였다.
픽셀아트로 표현한 삭막한 용산의 재개발 지역.
커피숍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는 컬러의 일관성을 통해 소비자들이 느끼는 경험에 시선의 집중을 더하고자 하였다. 적색의 브라운이 배색컬러로, 워딩 및 포인트 표기는 아이보리 컬러로 동일하게 구성하여 실내 인테리어와 어울리는 구성을 갖추는데 노력하였으며, 열기구가 날아가는 배경을 용산의 분위기를 더한 도시를 표현하고자 픽셀아트로 구성하였다. 삭막한 도심의 분위기 속 유유자적히 날아가는 열기구를 나타내고자 하였다. 더불어 황무지 산을 날아가는 비주얼 시안도 갖추었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바와 어울리지 않아 활용하지 않았다.
브리즈 커피살롱의 전반적 비주얼과 브랜딩 구성은 이렇게 진행되었었다. 산들바람에 커피 향을 전하는 것. 결국 브랜드는 소비자들의 여유를 찾아주는데 키 포인트를 두고자 하였다고 해도 옳다고 생각된다. 지역적 특색을 담아 보이는 것들에 대한 개선을 목표로 두었던 프로젝트였고, 재개발의 그림자 속에서도 아직까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기분 좋은 커피 향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