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avan: Tiny House Hotel 취재기.
알버타 아트 디스트릭트(Alberta Art District)는 작은 갤러리들과 커피숍, 레스토랑이 점차 들어서며 로컬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동네이기는 하지만, 포틀랜드를 짧게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머물라고 권하기에 좋은 곳은 아니다. 최근 포틀랜드 다운타운에는 부티크 호텔부터 최고급 호텔까지 꾸준히 들어서고 있는 추세인데, 에어 B&B에서 머물 것이 아니라면 호텔을 찾으려고 굳이 강을 건너 동네 마을까지 들어올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이 지역 한 가운데 위치하고 있는 ‘캐러밴: 타이니 하우스 호텔(Caravan: Tiny House Hotel)’은 외관상으로 봐도 호텔은 아니다. 흘깃 보면 고급 캠핑 지역 같기도 한데, 캠핑카는 아니고, 바퀴가 달려있는 캐러밴을 잘 개조해 호텔 룸으로 사용하고 있는 중이다. 게다가 모든 객실이 꽉 차있을 정도로 인기가 있다.
“현재 사람들이 지나치게 큰 집에 살면서 탄소 배출량, 쓰레기를 너무 많이 만들어내고, 필요 이상의 물건을 소비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이에 대한 논의는 최근 꽤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요. 우리에게는 과연 얼마만큼의 공간이 필요한가? 얼마나 많은 물건이 필요한가? 단지 환경적인 이유 때문만은 아니에요. 지금 포틀랜드의 젠트리피케이션 속도는 놀랄 정도예요. 도시 인구 밀도는 점점 높아지는데, 그에 맞는 주거 형태와 숫자가 이를 따라잡지 못하니 큰 문제가 됐죠. 특히 포틀랜드는 농경지로 지정된 땅을 주거 지역으로 개발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집값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사람들이 살 공간은 부족해요. 그에 대한 대안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 하나가 이렇게 작은 집을 만들어 사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 타이니 하우스 무브먼트는 각 도시별, 나라별로 조금씩 다른 사이즈와 형태의 주거 공간을 제시하고 있기는 하지만, 환경에 최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건축공법으로 작은 집을 완성해 인간이 최대한 자연에 해를 끼치지 말고 살아가자는 운동이다. 또한 몇몇 집들이 함께 사용하는 공용공간을 마련해 현대사회 주거 공간에서 배제된 커뮤니티 내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청소년 사회정의 단체를 운영하고 있는 뎁(Deb)과 환경운동을 하고 있는 그녀의 남편 콜(Kol)은 15년 전 알버타 아트 디스트릭트로 이사를 왔다. 7년 전 동네 코너에 상업용지로 지정되어 있던 자동차 주차장을 인수하면서 이 놀라운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알버타 아트 디스트릭트에는 비영리기관이 하나 있는데, 동네에 상업공간으로 지정된 건물이나 자리가 비게 되면 최대한 지역 주민들이 직접 비즈니스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줘요. 그렇게 지역 주민들이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떠나가지 않도록 막는 역할을 하는 거죠. 저희 역시 그 도움을 받아 호텔을 오픈하게 됐어요.” 캐러밴은 지역 비영리단체 이외에도 포틀랜드 시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젠트리피케이션이 가장 극심한 도시 중 하나인) 포틀랜드에서는 도시의 새로운 주거형태를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에 ‘작은 집'이라는 개념을 잘 이해했고, 애초에 주거 공간으로 허가받기 어려운 캐러밴을 심지어 ‘호텔'로 인가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와주었다. 또한 뎁과 콜은 캐러밴을 구성하는 모든 것을 오레건 지역에서 나는 자원과 인력으로 한정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야말로, ‘캐러밴 : 타이니 하우스 호텔'은 로컬 운동의 본보기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친환경, 지속가능성, 지역 커뮤니티, 지역 자치 단체와의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호텔이라니? 게다가 왜 하필 지역주민이 가득한 동네였을까? “저희 부부는 여행을 좋아하고, 포틀랜드도 너무 좋아해요. 포틀랜드를 찾는 여행객이 진짜 포틀랜드의 문화를 목격하고 그와 동시에 이런 주거 공간을 체험할 수도 있지 않겠어요? 뿐만 아니라, 저희는 이런 주거 공간이 필요하다는 걸 포틀랜드 이웃들에게 알리고 싶기도 했어요. 이곳은 일종의 모델하우스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네요. 한번 쯤, 친환경적인 작은 집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은 해보지만, 그 집에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어마어마한 돈을 쓸 수는 없잖아요. 손님들 중에는 ‘생각해본 적도 없었는데 작은 집으로 옮겨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간 사람도 있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면서 ‘난 절대 이런 작은 집에서는 못살겠어’ 하는 분들도 있어요. 양쪽 모두, 저희가 바라는 결과를 얻고 돌아간 셈이에요. 과연 내가 작은 집에서 살 수 있을까? 살만한가? 이를 체험하기 위한 공간이니까요.”
캐러반: 타이니 하우스 호텔은 객실을 대여하는 것 이외에 타이니 하우스란 무엇인지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호텔 투어도 한다. 또한 이 공간이 지역 커뮤니티의 소통의 장이 되어야 한다는 의무도 잊지 않는다. 수요일에는 호텔 앞 마당에서 로컬 예술가들의 공연을 열어 수익은 전적으로 예술가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돕고, 날씨가 좋은 여름에는 ‘직접 고기를 들고 와서 구워먹는’ 바베큐 파티를 벌이고 있다. “단 하루라도 타이니 하우스 호텔에 머물면 알게 될 거예요. 포틀랜드의 문화가 무엇인지.”
<에스로우S'low> 매거진을 위해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