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인 메리는 학교에 가기 싫다. 학교에 가면 2+2=4 같은 덧셈을 가르쳐 주지만 메리는 이미 미적분을 이해하는 아이다. 메리는 수학적으로 뛰어난 천재성을 지닌 아이다. 그녀의 뛰어난 머리는 천재 수학자였던 엄마에게 물려받은 것이다. 하지만 메리의 엄마는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고 메리는 삼촌 프랭크와 함께 지낸다. 프랭크는 학교에 가기 싫다는 메리가 꼭 학교에 갔으면 한다. 물론 학교의 교육은 메리에게 적합하지 않지만 또래 친구들과 뛰어놀며 평범하게 자랐으면 하는 게 프랭크의 바람이다.
학교에서는 자연스럽게 메리의 천재성이 드러난다. 메리의 선생님도 메리가 영재학교로 학교를 옮기는 게 좋겠다고 권유하지만 프랭크는 메리가 계속 일반학교에 다녔으면 한다. 그런 프랭크의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메리의 외할머니이자 프랭크의 어머니인 에블린이다. 그녀는 메리의 재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는 것 같아 불만이다. 딸의 재능을 물려받은 손녀라면 그녀의 딸이 미처 풀어내지 못하고 떠나버린 못다 한 업적을 이루어줄 수 있을 것만 같다. 에블린은 어떻게든 메리를 프랭크에게서 떼어놓고 본인이 생각하는 더 좋은 교육환경에서 메리가 자라기를 바란다. 그렇게 메리를 둘러싼 양육권 소송이 진행된다.
메리가 정말 어메이징 한 이유는 단순히 비상한 두뇌를 가지고 있어서만이 아니다. 메리는 학교에서 괴롭힘 당하는 친구를 위해 직접 나서서 못된 아이의 코뼈를 부러뜨리는 정의감(?)을 드러낼 줄 아는 아이이며, 훌륭한 숙제를 친구들에게 보여주지도 못하고 망쳐버린 아이를 위해 위로를 건네주기도 하는 천사이다. 그렇다고 마냥 애어른 같지도 않다. 삼촌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혼이 날 때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 뛰어 들어가 버리고 피아노가 치고 싶어서 마냥 조르기도 한다. 물론 앞니 두 개가 모두 빠진 채 해맑게 웃는 메리의 모습이 가장 어메이징 한 것 같기도.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생각해보게 되는 바를 단순히 ‘자신의 높은 이상을 실현하고자 밀어붙이는 부모와 인간적인 삶을 추구하는 가치관에 대한 충돌’ 이 한 가지로만 보기에는 생각해볼 것들이 많았다. 특히 법정에서 메리의 할머니인 에블린이 단호하고 확신에 찬 어조로 이야기하는 반박들은 사실 꽤 타당하게 들렸다. 뛰어난 재능과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책임이 따르고 그녀의 딸도 아마 어느 정도 자신의 몰아붙임을 고마워했을 것이라는 것. 사실 아예 틀린 말은 아니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분명 간과하고 들여다보지 못하는 가치들이 그냥 지나가버린 부분들이 있었을 테고. 인과관계가 분명하진 않지만 어쨌든 결론적으로 일어나버린 비극이 또다시 비슷한 패턴으로 반복되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게 삼촌 프랭크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나는 만약 나에게 메리 같은 아이가 생긴다면 에블린 같은 부모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잠깐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삼촌 프랭크가 메리와 이야기하는 장면들에서 훌륭하다고 느껴지는 지점들이 많았다. 그는 절대 메리에게 무언가를 가르치거나 타이르려고 하지 않았고 메리가 생각해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늘 메리를 존중해주었다. 우리 사회에서 누구나 저지르는 가장 치명적인 잘못이 바로 이와 관련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잘못’이 아니라 ‘실수’라고 표현하려다가 ‘잘못’이라고 적었다. 마치의 스카이캐슬처럼 부모와 자식 간의 가장 많이 일어나는 잘못이기도 하다. 부모로서 자식이 잘됐으면 하는 당연한 마음이었을 테니 실수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결국 그로 인해 일어나버리는 갈등은 이를 잘못이라고 말하기에 타당하다. 이건 비단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서만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라 배우자 혹은 애인, 상사와 하급자, 내 편이라고 생각하는 친한 친구 등 세상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관계에서 상대방의 주관을 받아들이는 일에 우리는 별로 관대하지 못하다. 특히 더욱 애정 어린 관계일수록 최대한 내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이기심이 드는 게 사실이다. 스스로를 여러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돌아보게 된다.
다행히도 메리가 우는 모습이 아니라 웃는 모습으로 영화가 마무리되어서 개인적으로 만족스럽다. 난 무조건 해피엔딩이 좋아. 나중에 메리가 또 다른 세계적 난제를 풀게 되거나 그렇지 못하거나 아니면 평범하게 자라서 수학과는 전혀 관계없는 미래를 걸어간다 해도 이제 전혀 걱정되지 않아 보인다. 어쩌면 메리가 받은 가장 큰 축복은 똑똑한 머리보다도 진심으로 메리가 행복하길 바라는 사람들이 주변에 가득하다는 사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