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무렵, 경력 20년이 되어가면서 교직에 입직하는 혹은 입직하고자 하는 젊은이들에게 부끄러운 선배가 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서 블로그에 편지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편지 시리즈의 제목이 "젊은 교사들에게 드리는 편지" 였습니다.
그 때만 해도 출간작가가 되겠다는 따위의 생각은 감히 하지 못했고, 다만 내 글이 교사를 꿈꾸는 혹은 막 교사가 된 젊은이들 몇명에게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램 정도 가졌습니다. 그렇게 많이 읽히지도 않았습니다. 조회수가 100회 넘어가도 뿌듯함을 느꼈으니까요.
그런데 그 편지들을 엮어서 한 권의 책이 되고, 더구나 그 책이 나름 '스테디 셀러'로 자리잡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바로 이 책입니다. 어쩌면 젊은 선생님들 중 학창 시절에 이 책을 읽었던 분들도 제법 계실 것입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제 이름을 알고 있는 분들도 꽤 계시죠.
http://www.yes24.com/Product/Goods/20114007
스스로 이렇게 말하긴 민망하지만, 이 책은 아주 좋은 책이었습니다. 훌륭한 글은 아니지만 진심을 담아 쓴 글이니까요. 물론 편집자의 수고가 많이 보태어졌기 때문에 블로그 글하고는 상당히 결이 달라졌긴 하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저는 이제 퇴직하여 더 이상 교사가 아닙니다. 그 당시 수신자로 설정된 젊은 교사들도 이제는 30대 후반에서 40대 중반이 되었을테니 젊은 교사라기 보다는 중견 교사가 되었습니다. 한 마디로 그 당시 이 편지의 수신자가 이제는 "젊은 교사에게 드리는 편지"를 써야 할 때가 된 것입니다..
가장 큰 변화는 저의 진심이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저 책을 쓸 때만 해도 희망을 가지고 있는 진보적인 교사였던 제가 어떤 면에서는 냉소적이고 무력한 사람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 10년도 넘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러니 그 편지를 썼던 때와 많은 것이 달라져 있어야 했습니다. 그 편지를 쓸때도 "이 편지에서 비판하는 것들이 옛날 이야기가 되어 있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10여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났는데도 저 책이 여전히 스테디셀러란 뜻은 별로 바뀐게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더 좋아진 건 없는데, 더 힘들게 하는 것들이 늘어났습니다. 가령 그 시대만 해도 "학부모 갑질" 같은 문제가 두드러지지 않았고, "학교폭력"이 학생이 아닌 교사를 이렇게 고달프게 만들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고, 학교 공무직도 없었고, 학교에서 일하는 여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교사에게 틈만 나면 비수를 꽂을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더군다나 여자 선생님들이 수업 동영상이나 사진의 유출을 두려워해야 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페이스 북에 마음껏 사진들을 올렸으니까요. 지금은 거의 다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다시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사실 한창 지적으로 신체적으로 왕성했던 전과 비교하면 지금은 머리도 몸도 손가락도 그렇게 기민하게 움직이지 못합니다. 그러니 그때처럼 편지가 빨리 빨리 업데이트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래도 이따금씩 편지 하나씩 올리면 꼰대소리라 여기지 마시고, 아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고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제가 뭔가 주도적으로 주제를 정하기 보다는 여러 후배님들이 선배로부터 정말 듣고 싶은 이야기, 알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댓글로 주문을 해 주시면, 그 주문들을 받아서 편지를 써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