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장편소설 디누 1부 마지막회

by 권재원

3

“유선이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에요. 지네트가 이렇게 말하던데?”

이 한 마디에 최유선은 벌써 모든 것을 다 짐작했는지 국어 시험에 단골로 등장하던 단어 ‘체념과 달관의 경지’를 보여주는 듯한 묘한 미소를 지었다.

한 동안 그러고 있던 유선이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연구실 벽에 세워진 클라비코드 앞에 앉았다.

“선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네.”

“기대? 내가 뭐 물어볼지 알고 하는 말이야?”

“질문 하나, 내가 디누를 돌보던 91년부터 결혼할 때까지 무슨 일이 있었나? 둘, 디누가 손이 아팠고, 그 때문에 약물 트러블까지 있었던 거 알고 있었나, 셋, 내가 쌍둥이까지 데리고 런던으로 간 게 일 때문이 아니라 혹시 일종의 별거 같은 거 아니었나? 이거 물어볼 거잖아?”

“귀신이네.”

나는 혀를 차며 고개를 끄덕였다. 유선의 번뜩이는 머리는 늘 머리 좋은 것을 자랑삼던 나에게 굴욕을 안겨주곤 했다. 하지만 나는 유선만큼 샤프하진 못해도 더 끈질겼다.

“질문이 뭔지 알고 있으면 대답을 해야겠지?”

유선이 마치 대답이라도 하듯 클라비코드의 덮개를 올렸다. 미묘한 공명음이 강의실을 잠시 진동시켰다. 유선은 말 대신 클라비코드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스카를라티?”

“잘 아네.”

“나 딜레탕트잖아?”

“대답을 원해?”

“아니? 지금은 연주를 듣고 싶은걸?”

“그럼 테오르보라도 하나 들고 끼어들어주면 고맙겠는데.”

“미안. 내가 할 줄 아는 악기가 피아노뿐이라. 음. 곡이 바뀌었네? 음. 프레스코발디?”

“척척 박사시네?”

“어, 또 바꿨어? 에이, 이건 너무 뻔하다. 파헬벨이잖아?”

“재밌죠?”

“재밌긴 한데, 갑자기 웬 놀이?”

“제 정신으로 말 못하겠으니 BGM이라도 깔아 두려고.”

유선의 연주가 파헬벨에서 북스테후데로 바뀌었다.

“Herr, Wenn Ich Nur Dich Hab...”

너무 아름다운 곡이고 내가 무척 좋아하는 곡이었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입에서 노래가 튀어나왔다.

Herr, wenn ich nur dich hab,

So frag ich nichts nach Himmel und Erden,

Wenn mir gleich Leib und Seel verschmacht,

So bist du doch Gott allezeit,

Meines Herzens Trost, und mein Heil.

Alleluja.

주여, 당신만 가질 수 있다면,

하늘과 땅에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내 몸과 영혼이 모두 쇠잔해질 때에도

당신은 언제나 계시며,

내 마음의 위안이시며 구원이십니다.

알렐루야.

간단한 대위법으로 진행되는 곡이라 내가 흥얼거리며 노래하자 곧바로 유선이 그 유장한 콘트랄토 목소리로 따라 들어왔다. 노래하랴, 오르간, 바이올린 파트를 모조리 클라비코드로 연주하랴 무척 복잡할 것 같았지만, 유선에게는 아무 장애가 되지 않는 것 같았다.

작은 모테트라 3분 정도면 끝나는 곡이지만, 바로크 곡들이 그렇듯 계속 순환하면서 연주자가 끝내야 끝이 나는 법, 유선은 한사코 ‘알렐루야’ 부분을 연주하지 않고 ‘위안이며 구원이십니다.’ 부분만 반복했다.

내가 반복되는 가사를 부르지 않고 목소리를 멈추자 비로소 ‘알렐루야’를 시작했지만, 유선은 끝내 연주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그대로 클라비코드 위에 엎어지고 말았다.

엎드린 유선의 등이 잠시 떨리는가 싶더니 마침내 소리 내어 오열하고 말았다. 위로하거나 달래주고 싶었지만, 유선의 이런 모습은 실제는 물론 상상 속에서도 본 적 없었기에 나는 어찌해야 할 바 모르고 그저 시간이 지나가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디누를 너무 사랑했어.”

오열에서 흐느낌으로 조금 진정된 유선이 입을 열었다.

“오직 나만이 디누를 사랑했어. 미우도, 아녜스도, 지네트도 아닌 오직 나만이 디누를 사랑했어. 세상에서 오직 나만이. 그래서 디누를 지키지 못했어.”

뭐라고 대답하기 어려웠다. 아녜스나 지네트 역시 디누를 사랑했다고 확신을 가지고 말했다. 유선 역시 그들이 그렇게 말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체 무슨 뜻으로 이런 말을 하는지 짐작하기 어려웠다.

“재단 세운 것도, 선배한테 의뢰한 것도 모두 일종의 속죄야. 꾸짖어 줄 사람이 필요했고, 선배가 가장 적합 하다고 생각했어.”

오호라. 그제서야 나는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내가 어떤 장기 판 위에서 춤추고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좋아. 그럼 아주 엄하게 추궁해 주지. 지네트는 충분히 추궁했으니까 이제 네 차례야. 당장 이것부터 묻겠어. 넌 두 번 정우 곁을 떠났어. 1989년, 그리고 2002년. 그런데 그 두 번 모두 정우에게 큰 일이 일어났지.”

“그게 내 책임이라고?”

“오비이락일수도.”

유선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 잘못이야.”

이렇게 나오자 오히려 내가 더 미안해졌다.

“아니, 오비이락 맞아. 네가 일부러 정우를 해꼬지 한 것도 아니고, 다만 그때 곁에 없었을 뿐인데, 그것까지 책임진다고? 정우가 젖먹이 어린아이도 아니고.”

유선이 다시 냉정을 되찾으며 말했다.

“어린아이 맞아. 위대한 예술가였고, 세상을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정작 자신에 대해서는 어린아이. 보살펴 주어야 했어. 하지만 내가 보살펴서 힘을 얻으면 그 사람은 다시 음악을 향해 세상을 향해 질주했어. 나한테는 눈길도 주지 않고. 지네트가 현명했어. 지네트는 디누의 여자가 되는 것을 피하면서 대신 뮤즈의 자리를 차지했지. 상처투성이 디누는 여자의 몫이지만 찬란한 디누는 언제나 뮤즈의 차지. 그게 나의 불행이고 디누의 불행이야. 내가 그냥 여염집 규수였다면 디누를 보살핀다는 보람으로 살아갈 수 있었겠지만, 나는 내가 뮤즈가 아니라는 것에 화가 났어. 나도 자부심을 가진 예술가니까. 그래서 떠났어.”

“지네트가 뮤즈 자리에서 행복했던 것 같지는 않던데?”

“알아. 하지만 그때 나는 스무살이었거든. 디누의 모든 것을 갖고 싶었다고.”

“그게 1989년이지?”

유선이 대답대신 고개를 한번 까딱 했다.

“그리고 네가 떠나고 1년만에 정우는 심각하게 망가지고 상처 입은 채 돌아왔지? 결국 지네트와 너 사이 모종의 합의가 있었고?”

“사람을 살려야 하니까. 지네트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어. 망가진 디누를 관리하는 일은.”

“너 아니면 아무도 못하지.”

“하지만 내내 힘들고 혼란스러웠어. 지네트는 뮤즈 자리를 꿰차고 있고, 나는 디누의 뭐지? 매니저? 간호사? 아니면 유모? 이런 혼란. 그러다 그만 덜컥 임신해버리고, 쫓기듯이 결혼했고, 쌍둥이를 낳고, 혼란도 정리되었어.”

“로사, 마리의 엄마로?”

“로사, 마리. 내가 세상에서 살아가는 의미가 디누만은 아니라는 게 무척 많은 위로가 되었어. 오히려 내 나름의 음악을 추구할 수 있었고. 디누로부터 독립이라고 할까? 그러다 보니 디누에게서 내 자리가 영영 없어지더군. 나는 다만 쌍둥이 엄마일 뿐, 디누의 그 무엇도 아니게 되더라고.”

유선이 클라비코드를 쓰다듬었다.

“그래서 아이들 데리고 떠났구나. 이혼 전 단계까지 간 거였어.”

유선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애들 성까지 바꿨더라? 권로사, 권마리에서 로사 디누, 마리 디누로? 한국인으로 살게 할 생각 없는 거야?”

유선이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정우가 아녜스를 사랑했을까?”

갑자기 내 입에서 뜬금포가 나갔다. 아이고, 이 말을 왜 했을까? 하지만 유선은 오히려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반응했다.

“이런, 이런. 아직도 선배 머리 속에 아녜스가 들어 앉았네. 하긴 디누도 그랬으니까.”

“헛 나온 말이니까 대답할 필요 없어.”

그러나 유선은 표정하나 바뀌지 않고 대답했다.

“사랑했지. 사랑했어. 단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아녜스에게 어떤 역할을 주고 그 역할에 맞춰 사랑하는 디누식 사랑. 누구든 그 역할을 넘어 자기 삶 속에 들어오려 하면 불같이 화를 내는 디누식 사랑.”

“그럼 아녜스도 계속 정우를 사랑했을까?”

“장례식 때 봤죠?”

“봤지. 지네트는 오지 않았고, 아녜스는 하늘이 찢어져라 통곡하다 구급차에 실려갔지.”

“정작 아내라는 사람은 덤덤하게 있고. 맞아. 그게 아녜스의 역할이고, 지네트의 역할이고 또 내 역할이었어. 아녜스는 언제나 풋풋하고 애틋한 청춘의 사랑, 지네트는 예술로 맺어진 천상의 사랑. 디누가 떠나는 그날까지 각자 자기 역할에 충실했네. 아녜스는 서럽게 울고, 더 이상 음악을 함께 할 수 없게 된 지네트는 찾아오지 않고. 나만 분수를 몰랐어. 애초에 결혼한 게 잘못이야. 그 사람은 반려자를 만나 가족을 이룰 사람이 아니었는데. 그만하죠? 선배 정도면 더 말 안 해도 다 알았을 것 같은데? 괜히 기분만 구질구질해지네.”

“맞아. 다 알았어. 하지만 네가 아니면 말해줄 수 없는 어려운 문제는 따로 있어. 1989년 겨울부터 1991년까지.”

“아, 그 미스테리 2년?”

“그래. 그 미스테리 2년. 대체 무슨 일이 있었지? 정우는 왜 그렇게 완전히 잠수를 탔던 거지?”

“아팠죠. 알려져 있다시피.”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가. 1991년 모차르트 200주년 기념 음악회에서 연주하기로 되어 있었어. 피아니스트에게 이보다 더한 영광이 어디 있어? 죽을 병 아닌 다음에야 기어서라도 갔어야 하는 거 아냐? 그런데 그것마저 거절했어.”

“디누가 완벽주의자라는 걸 생각해 봐. 자기 확신 안 생기면 절대 연주 안하고, 확신 생기면 프로그램에 없는 곡들까지 끝없이 연주하고. 2년 아픈 뒤라 보통 콘서트도 아니고 모차르트 200주년 기념 연주회라면 감당할 컨디션이 아니라고 판단했겠지.”

“아니야. 그것 말고 뭔가 있어. 너만 알려줄 수 있는.”

“왜 하필 내가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해? 이유라도 있어?”

“잠수했던 정우가 1992년에 갑자기 나타났어. 그리고 느닷없는 일들을 벌였지. 마스터 클래스를 열고, 오케스트라를 창단하고, 콘서트 홀 공사를 시작하고, 너하고 결혼했어. 이게 금방 되는 일들이 아니잖아? 더구나 내가 아는 정우는 그렇게 조직적으로 일을 척척 해내는 능력은 없어. 그렇다면 누가 몇달 전부터 미리 준비하고 있었단 뜻이야. 누굴까? 딱 답이 나오잖아.”

“맞아. 내가 디누 마스터 클래스, 프로무지카 서울 오케스트라, 콘서트 홀 다 기획했어.”

“그렇다면 너는 정우를 피아니스트가 아니라 교육자, 지휘자로 복귀시킨다는 계획을 짜고 있었단 뜻이고.”

“대단하네. 맞아요. 디누가 음악 교육자, 지휘자로 음악계에 복귀하도록 계획한 게 나야. 디누는 거기에 따랐고.”

“그건 네가 정우를 관리했단 뜻이야. 거의 지배할 정도로.”

“지배? 나 그렇게 이상한 사람 아니야. 지네트도 그때 한국에 들어와 있었다고.”

“하지만 정우는 다시 음악활동을 재개했어. 너가 짠 계획대로 활동하면서.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너하고 결혼했지. 지네트의 역할? 영향력? 이런 건 거의 느껴지지 않아.”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물론. 지네트가 한국에 계속 드나들었던 것은 보살펴야 했던 사람이 따로 있었기 때문이야. 정우 말고.”

“성진 오빠.”

“다 아는구나. 맞아. 그런데 설사 성진이 아니더라도 지네트는 안타까워하고 눈물을 흘리기야 하겠지만, 대책을 세우고, 일정을 짜고, 조직을 만들고 차선책을 만들어가진 못해. 1990년부터 정우를 철저히 관리했고, 복귀 이후의 활동도 조정한 사람은 너뿐이야.”

“그렇다면 내가 지배했다 쳐. 조종했다 하던가.”

“그런데 내가 정말 궁금한 건. 어째서 다시 돌아온 정우가 한사코 피아니스트의 길을 피해 다녔냐는 거야.”

”다시 돌아온 디누는 아내인 나보다 친구인 선배랑 더 많은 대화를 했어. 혹시 말 안 했나요? 왜 그랬는지?”

“계획을 세운 건 너잖아? 이유가 있었을 거 아냐?”

“있었지.”

“내가 어디까지 파헤쳤나 시험하려고? 좋아. 정리해 보자. 넌 정우가 다친 손가락으로 4년간 엄청난 연주 활동을 했다는 거 알고 있었어. 해마다 수십 회, 어쩌면 백번이 넘을 수도 있는 공연을 했지. 정우가 다친 손가락으로 4년이나 맹렬한 연주활동을 할 수 있었던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 그리고 단지 손가락이 아픈 거라면 왜 2년간 모든 대외활동을 중단하고 잠적해야 했을까?”

“다 알고 하는 얘기 아니야?”

“맞아. 90% 이상 확신하고 있어. 다만 확인만 하는거야. 난 딱 하나 밖에 안 떠올라. 부상의 고통과 공포를 잊게 해주지만 조만간 치명적인 파멸을 불러오는 것. 약물. 그리고 2년간의 재활. 천재들의 공모. 처음에는 디누의 신화에 어떤 오점도 남기지 않으려 했겠지. 하지만 영원히 그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공모자들은 디누를 신화 속에 감추기보다는 역사로 남기기로 결정했고. 감춰둔 진실을 실토할 필요가 생겼지만 자기들 입으로 그걸 털어놓기는 곤란하고. 그래서 내가 고용된 거지. 자, 그러니 이제 시원히 다 말해.”

“정말 선배는 집요하네. 내가 기대했던 것 보다 훨씬 더.”

유선의 입에서 한숨이 터져 나왔다.

“좋아요. 다 털어 놓을게요.”

그리고 유선은 엄청나게 많은 이야기를 쏟아내었다. 특유의 거두절미 화법에도 불구하고 몇 시간이나 이야기했으니 담겨있는 메시지는 보통 사람들이 하루 종일 이야기한 것보다 많았다.

그 동안의 의문도 풀렸고, 또 너무 놀라운 이야기에 잠시 넋을 잃기도 했다. 하지만 여기에 자세한 이야기를 옮기지는 않겠다. 간단히 적을 성질의 것들도 아니고, 또 여기서 모든 이야기를 다 해버리면 이 프롤로그가 끝나고 이어질 소설 본편을 읽을 이유가 없어지니 말이다.

어쨌든 긴긴 이야기를 마치고, 나는 아내와 예니까지 불러서 최유선 모녀, 즉 정우의 유가족과 저녁을 함께 했다. 정우가 빠졌지만가족 동반해서 즐겁게 보내곤 하던 시간이 돌아온 것이다.

아내와 유선은 여러 해 만에 다시 보는지라 자매처럼 반가워했지만, 예전 보다 부쩍 자란 아이들은 서로서로 서먹서먹해했다.

하지만 아이들의 서먹서먹함은 함께 음악을 연주한다는 공통분모가 생기면서 금세 녹아버렸다. 예니는 용케 어린 시절 피아노 건반을 두드려가며 놀았던 똑같이 생긴 언니들을 기억해 내었다.

예니, 로사, 마리,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세 소녀가 트리오를 연주했다. 그 트리오는 사랑스러웠고, 평화로웠고, 적어도 내 귀에는 보자르 트리오보다 더 훌륭하게 들렸다.

“너 아이 생기면 첼로 가르쳐라. 선생은 내가 붙여줄 게.”

문득 정우의 오래 전 목소리가 떠올랐다.

“왜 하필 첼로야?”

“그래야 트리오가 되잖아?”

“아니, 그러니까 왜 피아노나 바이올린은 안되고 꼭 첼로라야 하냐고?”

“우리 쌍둥이가 이미 하나씩 잡았으니까. 하하하. 누가 장가 나보다 늦게 가래?”

“에라, 이놈이.”

참으로 어이없는 이유였다.

어쨌든 예니는 여섯 살 때부터 첼로 레슨을 시켜주었다. 뜻밖에 빼어난 소질을 보여주었고, 6년 만에 제법 그럴듯하게 연주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아직은 가야할 길이 멀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일단 이렇게 결실을 보았다. 로사, 마리, 예니의 트리오 연주. 정우가 아니 디누가 이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애석했다.

“슬슬 얘들 준비시켜야지?”

연주를 듣고 있던 유선이 말했다.

“준비라니 뭘?”

“데뷔.”

“데뷔라니?”

“2년 뒤에 데뷔시켜. 트리오로.”

그 말에 아내가 깜짝 놀라며 손을 마구 내저었다.

“너무 이른 거 아니야? 로사, 마리야 그때 열 일곱이지만, 예니는 중 1 밖에 안될텐데?”

“디누는 그 나이 때 DG에서 음반을 냈어.”

그 말에는 나도 손을 내저었다.

“예니가 그런 신동일리가.”

“5학년 짜리가 풀 사이즈 악기도 들기 전에 중등부 대회 쓸고 다니면 그게 신동이지 뭐야? 심지어 디누도6학년이나 되어야 중고등부 쓸고 다녔거든. 두고 보자고요. 그나 저나 예니 참 예쁘네. 하긴 엄마 닮았으면. 사범대 5대 미인이었던가?”

아내가 즉시 정정했다.

“3대.”

순간 나는 마음 속에 스위치가 켜지는, 아니 컴퓨터가 부팅되는 느낌을 받았다. 드디어 소설을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로부터10년 뒤 마침내 소설을 완성하였다.

이제 와서 고백하는데 여기 까지가 바로 그 소설의 머리말이다. 두꺼운 책 한 권 분량을 읽게 만들고 기껏 하는 말이 머리말이라니 이 무슨 짓이냐는 분노에 찬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내가 봐도 그렇다. 이 벽돌 책 분량의 글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뭐란 말인가?

결국 이 한줄이다.

디누의 삶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는가?

그럼 성공이다. 이거보다 훨씬 두꺼운 본편 읽을 마음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니까.

곧 나온다. 꼭 사서 보기 바란다.

-1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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