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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고 Nov 24. 2021

스페이스 카우보이는 왜 시트콤이 되었을까

Netflix Original, 카우보이 비밥

글을 쓰기에 앞서서 내 감상평은 정답이 아니고, 만약 내가 틀리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의 생각이 맞을 것이다. 같은 것을 보더라도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세상에 넘쳐나는데, 내 감상도 그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감상해주면 좋겠다.



11월의 크리스마스다.


넷플릭스의 기대작 3편이 연달아 공개되었다. 연상호 감독의 '지옥',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의 애니메이션 신작 '아케인', 그리고 고전 애니메이션 명작을 실사화 한 '카우보이 비밥'까지.



지옥과 아케인은 시작하자마자 각자 한 번씩 1위 자리에 발을 올려보았다. 하지만 아직 카우보이 비밥은 아케인을 꺾지 못하고 있다.


출처: FlixPatrol, 11월 23일 기준


정말 슬프게도, 카우보이 비밥의 드라마를 칭찬하려고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마음에 들지 않아서 쓴다. 정말 좋았던 것은 아케인이었는데, 이는 나중에 다뤄볼 수 있으면 다루려고 한다.


우선 개인적인 리뷰에 앞서 카우보이 비밥 드라마는 해외에서도 굉장히 평이 많이 갈리는 작품이다. 누구는 원작의 팬으로서 너무 좋다고 한 사람도 있고, 시간을 아끼라고 조언한 사람도 있다. 나는 이중에 시간을 아끼라고 말해주고 싶은 쪽에 있다.


드라마를 보고 싶은데 아직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스포일러를 조심해야 될 것 같다. 일단 재미있게 보고, 그다음에 글을 읽어주면 좋겠다.



우주 느와르에서 프렌즈가 되어버린 실사 드라마


때는 2022년, 지구와 달 사이의 게이트에서 발생한 큰 폭발로 지구는 물론, 달마저 파괴되어 오랜 역사를 지닌 지구는 더 이상 살 수 없는 별이 되어버렸다. 지상에서 살 수 없게 된 인간은 지하로 내려가거나, 다른 행성으로 이주하여 삶을 살아간다. 시간이 더 흐른 뒤 위상차 게이트를 활용해 태양계 어디든 생활권이 된 2071년의 미래에는 한 현상금 사냥꾼이 고독한 싸움을 이어가는데...


원작과 드라마 모두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러하다. 기본적으로 느와르를 깔고 간다. 중간중간 일상적인 개그나, 극 중 배경과 잘 녹아드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사마냥 풀어가는 이야기다.


기술의 개발로 지구가 황폐화되고, 이를 떠나 우주를 돌아다니며 생활하는 4명의 이야기는 이와 잘 어울린다. 애초에 비밥이라는 말 자체가 극 중 주인공 일행이 타고 다니는 배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1940년대 전후로 흑인 뮤지션들에 의해 만들어진 재즈의 일종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비밥은 그냥 듣기에는 각자의 악기가 뚱땅거리는 것 같으면서도 그것이 조화롭게 연결되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이 특징은 원작의 서로 다른 4명의 주인공 일행들이 서로 얽혀가며 풀어내는 이야기와 닮았다고 생각한다.


원작을 보면서 느낀 주된 정서는 '쓸쓸함'이다. 중간중간에 만화적 요소가 들어간 개그가 첨가되어있지만, 주인공들은 모두 각자의 어두운 면을 항상 생각한다.


스파이크 스피겔, 드라마에서는 존 조가 연기했다.


주인공인 스파이크 스피겔은 과거, '레드 드래곤(드라마에서는 '신디케이트'로 변경되었다)'라는 거대 마피아 조직에서 해결사로 일했던 적이 있다. 동료였던 '비셔스'와는 서로의 목숨을 봐줄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던 그는 '줄리아'라는 여성을 만나면서 자신의 삶에 회의감을 느껴 한 임무를 마지막으로 죽은 것으로 위장해 조직에서 나가려고 한다. 공교롭게도 줄리아는 비셔스의 애인이었고, 스파이크가 줄리아와 함께 조직을 나가려는 것을 알게 된 비셔스는 그에게 분노하며 줄리아에게 스파이크와 같이 죽지 않으려면 스파이크를 죽이라고 협박하고, 결국 그 어느 것도 결정하지 못한 줄리아는 도망가기로 한 당일 잠적을 해버린다.


스파이크는 결국 임무를 수행하며 죽은 것으로 처리되고, 비셔스는 도망가려다 죽은 동료와 애인을 잃은 슬픔에 광적으로 권력에 집착하며 이를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된다.


결국 조직에서 나가게 되었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지 못하게 된 스파이크는 '이건 그저 나쁜 '꿈'일뿐이다.'라며 사랑이라는 말에 회의적인 남자로 변하지만, 그럼에도 줄리아와 관련된 이야기만 나오면 사람이 변해버리는 모순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페이 발렌타인, 드라마에서는 다니엘라 피네다가 연기했다.


작 중에서 흔치 않은 여자 현상금 사냥꾼인 페이 발렌타인은, 어린 시절 지구 주위를 유람하던 도중 우주선 폭발 사고로 냉동인간이 되었다가 2071년으로부터 3년 전인 2068년에 기억을 잃은 채 깨어난다. 냉동인간이 된 채 치료를 받으며 거액의 빚을 지고, 믿었던 남자에게 배신당하며, 빚을 갚기 위해 온갖 범죄 행위를 저지르기도, 현상금 사냥꾼을 하기도 하면서 자신의 기억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냉동인간에서 깨어나서 살아온 환경이 그렇다 보니 사람을 잘 믿지 않고, 악착같은 모습이 많이 보인다.


페이라는 캐릭터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기억'이다.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을 수 있다면 비밥호의 사람들에게 민폐가 되어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고 행동할 정도로 막무가내다. 물론 나중에 주인공들에게 마음을 열고 같이 자신의 기억을 찾아낸다. 캐릭터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또 그것이 원작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잘 맞는데, 저마다의 상실감을 해소해나가는 방식이 주된 이야기의 흐름이다.


이외에도 제트 블랙, 에드가 비밥 호에 있지만, 이 상실감과 고독함과는 거리가 멀다. 에드의 경우에는 마지막에 자신을 두고 떠난 아버지를 찾아 비밥 호를 떠나긴 하지만 워낙에 낙천적인 성격의 소유자라 일단 여기서는 제외했다.


아무튼 원작의 분위기는 이런 과거를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우주 속을 살아가며 자신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무거워질 때는 한없이 무거워지고, 가벼울 때는 한 없이 가벼워지는 것이 원작의 매력이었다고 생각한다.


자 그럼 오래 기다렸다. 이제 본론을 이야기해보자.


나는 재해석을 시도하는 영화에 매우 좋은 평을 주는 편이다. 원작이 가지고 있는 틀을 다른 관점에서 보여주는 것은 시청자의 입장에서 굉장히 만족스러운 경험이 된다. 그래서 말레피센트가 나왔을 때 그렇게 열광하기도 했고. 하지만 이번 카우보이 비밥의 경우 좀 다르다.


첫 번째로, 원작의 분위기를 살리지는 못했다.

각자의 삶의 방식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고, 각자의 결핍을 어떻게 해소해 나가는지에 대한 고민이 너무 얕았다고 생각한다. 주인공인 스파이크의 경우 주인공이니 어느 정도 비춰준 것 같지만, 평소에 보여주는 모습은 그냥 유쾌한 현상금 사냥꾼의 모습이다. 페이도 기억을 찾아가는 과정이 그다지 몰입도 있게 보이지 않았다. 이쪽 면에서는 실사 드라마를 기대했던 나로서는 많은 실망을 했다. 무게감은 없고 유쾌한 삼인방의 현상금 사냥꾼 이야기를 다룬 시트콤 처럼 느껴졌다.


두 번째로, 이건 호불호이지 않을까 싶지만, 너무 뒤죽박죽이다.

드라마 특성상 애니메이션의 흐름을 따라가기가 힘들다. 당연히 어느 정도는 스킵을 하는 부분이 있어야겠지만, 등장인물들이 만나게 되는 화도 '너가 왜 여기서 나와?'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뜬금없긴했다. 원작의 빌런들은 좋았지만 그래도 다음 시즌까지 준비할 정도였으면 동료를 만나게 되는 에피소드는 조금 신경을 써주지.

원작과 똑같을거면 안하는게 낫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이왕 하게 되었다면 좀 자연스럽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들었다.


세 번째, 비셔스.

처음에는 비셔스 역의 싱크로율이 꽤 높아서 좋아했다. 하지만 작이 거듭해갈수록 원작에서의 차분하면서도 광기가 있는, 지략가의 모습을 한 비셔스의 모습이 아닌, 스파이크의 이야기만 나오면 마치 두려워하기라도 한 듯 반응하는 비셔스는 참 아쉬웠다. 조금 더 괜찮게 표현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으면서도 자신의 애인을 뺏어간 스파이크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인물로만 묘사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네 번째, 시즌 2 떡밥

원작 카우보이 비밥은 시즌 1로 완결이다. 원작에서는 줄리아가 비셔스 부하의 총에 맞아 죽고, 비셔스와의 전투를 끝낸 스파이크가 쏟아지는 빛을 받으며 손으로 Bang! 하며 쓰러지는 장면은 아직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명장면 중 하나이다. 물론 원작에서도 죽었다고 오피셜로 내놓은 바는 없지만, 마지막 연출은 죽음을 암시하기에 충분했고, 나는 스파이크가 자신의 과거와 맞서며 끝까지 싸워내고 장렬히 전사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줄리아가 죽지 않고 자신이 신디케이트의 수장이 되며, 스파이크는 비셔스와의 전투 후, 같이 떠나자고 말한 줄리아에게 총을 맞고 건물 밖으로 떨어진다. 어떻게인지는 모르겠으나 살아나서 길거리를 걷던 스파이크는 한 골목길에서 쓰러지는데, 그곳에서 에드를 만나며 시즌1이 종료가 된다.



이외에도 한 가지 실망스러웠던 점은, 개인적으로 원작에서 가장 찡했던 에피소드였던 에드와 페이, 아인이 떠난 이야기에서 크레딧에 나온 SEE YOU COWGIRL, SOMEDAY, SOMEWHERE이 시즌 1 마지막에 에드와 스파이크가 만나는 크레딧에 나온다는 점이다.


동료가 떠나간 상실감을 뒤로한채 아무말 없이 먹는 계란의 모습은 속의 감정을 꾸역꾸역 눌러담는 모습처럼 보인다.



저 문구는 제트가 4인분 요리를 한 뒤에 다들 떠난 걸 알고는 스파이크와 아무 말 없이 음식을 꾸역꾸역 먹으면서 나와야 그 찡함이 와닿는데... 이런 부분은 너무 신경을 안 쓴 게 아닌가 싶다.

 



감상평 : 노래는 좋지만 스토리는 이대로 가다간  죽어어어어


가뜩이나 평가가 심하게 갈리는 작품이다. 새로운 버전을 좋아하는 이도 있고, 그렇지 못한 부류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인 감상평으로는, 원작을 감명 깊게 본 사람에게는 기대되지 않는 시즌 2가 될 것 같고, 원작을 보지 않은 사람들 중에 재미있게 본 사람들에게는 기대되는 작품이 될 것 같다.


줄리아가 신디케이트의 수장이 된 후 어떤 식으로 이야기가 펼쳐져 나갈지, 살아남은 비셔스가 어떻게 될 지에 대해 생각해보면, 나는 조금 부정적이다. 굳이 가만히 내버려두어도 괜찮은 작품을 네임벨류만 믿고 너무 질질 끄는 것이 아닌가 싶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으로는 더욱 나은 스토리가 나올지 의문이다.


물론 다음 시즌이 나오면 보기는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전혀 기대가 되지 않는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 같아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각본가분이 알아서 잘해주시겠지...라고 또 한 번 속아본다.




여담으로 페이 발렌타인 역을 맡은 다니엘라 피네다가 SNS에 올렸던 내용이 재미있다.

사람들이 초기에 페이의 역이 비주얼이 너무 맞지 않는다고 불평하니


"팬 분들에게 사과드리고 싶다. 나는 해부학적으로 페이 발렌타인 캐릭터와 맞지 않는다. 키 180cm에 가슴이 DD 사이즈, 허리 2인치의 여자를 찾으려고 모든 곳을 뒤졌는데 못 찾았다. 그래서 제작진은 내 짧둥한 엉덩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또, 원작의 옷과 정확히 똑같지 않아 사과드리고 싶다. 하지만 그런 휴지 같은 옷을 입고 액션 연기를 하면 옷이 사라진다. 제작진이 원작 오리지널 옷을 몇 개 만들었는데, 내 몸의 여러 틈들이 옷을 먹어버려서 회수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오랜 시간 동안 버티도록 옷을 만들어야 했다."


라며 실제 캐릭터와 똑 닮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부분에서는 개인적으로 너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내가 걱정하는 부분은 얼마나 닮고 안 닮고의 문제가 아니라 재미있게 납득하며 볼 수 있는 스토리였는데... 참 아쉬움이 많이 느껴지는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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