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책에서 제2차 세계대전이 종식되었음에도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은 채 필리핀 북부 루방섬에 혼자 숨어서 30년을 저항한 '오노다 히로오'의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그는 22세에 조국을 떠나 전쟁이 끝나고도 홀로 30년간 전쟁아닌 전쟁을 치루다 어느 일본인 청년에게 발견되어 52세에 일본으로 돌아왔다.
미친 사람의 어이없는 이야기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나'라는 허구의 자아감을 견고하게 유지하기 위해
인생의 모든 에너지를 소모하는 우리의 서사와
어딘가 많이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