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구네 Aug 01. 2022

TOSS의 라커룸

낯선 콘텐츠에서 익숙한 향기가 느껴질 때

아마존이나 애플처럼 콘텐츠 플랫폼 하려는 거 아니야?.. 싶었다.

1년 전 TOSS가 만든 다큐멘터리 'FINTECH - BEHIND THE SIMPLICITY'는 높은 몰입도와 공중파 뺨치는 영상미로 큰 화제였다. 기업 소개 영상으로는 이례적으로 100만 조회 수를 넘기며, 한편으로는 'TOSS가 콘텐츠도 잘 만드네?'라는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했다.


챌린지 다큐 DON'T 1편. 익숙함을 느꼈던 자막의 레이아웃.

그로부터 1년 4개월 뒤, TOSS가 "챌린지 다큐 DON'T"라는 영상 캠페인으로 다시 돌아왔다.

기대감에 부풀어 영상을 보던 나는, 영상 전반에서 어디선가 본듯한 익숙함을 느꼈다.

'어디서 봤더라? 누가 만든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답을 찾지 못했었는데,

2번째 출연자로 BANG(前 리그오브레전드 프로 선수)이 나온 것을 보고 단번에 눈치챘다.

'아, T1(리그오브레전드 구단) 콘텐츠 만들던 PD구나!'


정우진 PD는 T1에서 영상을 만들 때부터 눈여겨 봐오던 분인데, 올해 초 퇴사를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과연 어떤 일을 하려고 퇴사를 했을까 궁금했었는데 이번에 TOSS와 함께 작업을 했던 것이다.

TOSS의 내부 직원으로 들어간 것인지, 외주를 받아 작업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리그오브레전드 T1의 다큐멘터리 콘텐츠 '더 라커룸'

내가 영상을 보면서 익숙함을 느꼈던 포인트는 사실 별것 아닐 수 있다.

1. 아마도 저 영문 폰트를 매우 좋아하는 것 같다.

2. 정중앙에 위치한 큰 사이즈의 자막 레이아웃을 쓴다.

3. 본 에피소드를 다루기 전에 인트로 씬과 함께 전경을 화려하게 담는다.

영상의 톤이야 함께 오래 작업했던 외주 촬영팀을 그대로 썼을 것이니 비슷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늘 이야기하려는 포인트는, '나는 영상을 보고 이 사람을 알아봤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현시대를 살아가는 PD들에게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자체 브랜드를 가진 PD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무한도전 김태호 PD

예를 들어 PD를 꿈꿨던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김태호 같은 PD가 되고 싶어!"라는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매일 새로운 기획을 짜내는 아이디어, 센스 있는 자막, 탁월한 캐릭터 설정 등

무한도전 당시 김태호 PD는 모든 PD 지망생들의 우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PD가 단순히 방송국에서 일하는 직장인이라는 인식을 벗어나, 자신만의 IP를 가진 크리에이터로서 대중들에게 인식됐던 순간이다.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이경규가 간다 등을 연출한 김영희 PD.

사실 PD가 방송에 출연하기 시작한 것은 '쌀집 아저씨' 김영희 PD가 시초이다. 

당시만 해도 스태프는 시청자들의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철칙이었다고 하는데,

김영희 PD는 이런 불문율을 깨고 MC들과 직접 소통하며 자연스러운 현장의 분위기를 카메라에 담았다.

유재석은 PD가 멘트를 받고, 리액션 해주는 상황이 처음이어서 당황했지만 너무 신났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이후 김태호 PD, 프로그램 전면에서 진행자 역할을 자처했던 나영석 PD까지 대박을 치면서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 PD들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현재 유튜브 예능 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독보적인 편집 스타일을 만들어낸 워크맨의 고동완 PD,

공부왕 찐천재에서 홍진경과의 미친 케미를 보여주고 있는 이석로 PD,

출연자에게 괴롭힘당하는 PD 포지션으로 웃음을 선사한 빽사이코러스의 정PD,

터키즈, 바퀴입의 깔깔마녀까지... 이제는 제작진이 콘텐츠에 녹아있는 모습을 어색하게 보는 시청자가 드문 수준이다.


제작진, 혹은 PD가 자신만의 색깔을 콘텐츠에 녹여내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맨 처음 보여준 사례처럼 간단하게는 자막 스타일일 수도 있고, 콘텐츠 안에 직접 출연할 수도 있다.

혹은 기발한 드립 자막이나 상황에 적합한 특이한 효과음, 심지어 독특한 웃음소리 만으로도 가능하다.

범람하는 OTT 시장에서 PD가 가진 IP는 그 사람의 몸값을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자산이 된다.

여러분이 만든 콘텐츠는, 여러분만의 시그니처를 갖고 있는가?



작가의 이전글 PD들은 왜 곤조가 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