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카셀에서의 아침 그리고 놀이터
시차는 적응 할 필요없이 왠지 딱 들어맞았다. J도 현지시각으로 잘 시간에 잠을 잤고(21:30 쯤?) 아침에도 평소처럼 일어났다. 아내와 단둘이 하는 여행이었다면 첫 날 부터 바지런히 움직였을텐데. 오늘은 하루 집에서 푹쉬기로 했다. 그래도 J가 나가자고 졸라서 아침에 둘이 산책은 나갔다.
아침을 간단히 먹고 집앞으로 나왔다. 걷다가 아이들 소리가 나서 그쪽으로 가보았더니 학교가 나왔다. 운동장이 없고 작은 놀이터 같은 곳에서 큰애 작은애 할 것 없이 아이들이 막 뛰어다니고 있었다. 근데 동양인 아이와 아빠가 들어갔으니 모두 우리를 쳐다보았고 몇몇 아이들은 다가왔다. 선생님 같아보이는 사람이 놀아도 되는데 사진은 찍지 말라고했다. 나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나중에 여행속여행으로 암스테르담에 가는 기차를 환승하러 가는 길에 귀여운 아이와 엄마가 걸어 가길래 뒷모습을 찍으려고 했더니, 아빠같은 사람이 카메라를 막으며 'No!'라고 한 것도 이해가 되었다.
처남도 일어나 곧 우리를 뒤따라와서 좀 더 큰 놀이터로 데려다 주었다. 가는 길에 옆골목에 장이 서서 잠시 구경을 했다. 유럽에 오자마자 이런 장이라니! 진짜 우연도 이런우연이 없다.
데려다 준 곳은 동네에서도 많이 큰 놀이터였다. (이걸 놀이터라고 해도 되는지? 공원이라고 하자) 아침부터 J랑 비슷한 또래의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많이 나와있었다. '나가요병' 은 여기 카셀에도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한국이랑 더 비슷하 것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손주들을 데리고 나왔다는 것이다. 아 부모님의 도움이 없으면 이 동네도 아이 키우기는 어려운가보다.
육아하는 모습은 여기도 비슷한 것 같았다. 서울에서는 모래놀이를 안했는데 모래놀이터가 크고 잘되어있어서 J가 맘껏 놀았다. 장난감이 없었는데 어떤 할아버지가 가지고 놀라며 아이에게 몇 개 건내 주셨다. 이 분은 다음날도 또 만났다.
이 날은 아빠들도 아이를 많이 데리고 나왔는데(엄마는 없고) 그 중에 슬로베니아에서 온 올리버 아빠랑 이런저런이야기(첫 애냐? 둘 째는 낳을거냐? 등등) 하고 사진을 한장 찍어주고, 메일로 바로 보내줬더니 엄청 좋아했다. 사진 찍어주는 것 참 좋은 취미다.
돌아와서 아내에게 놀이터 아니 공원 이야기를 해줬다. 내일 같이 가자고 했다.
오후에는 마트에 들려서 이것저것 샀다. 처남집에 신세지는 것도 고마운데 물건도 다 쓸 수 없으니 우리가 쓸 것은 우리가 사야했다.
역시 마트 구경은 재밌다. 처남은 노래(정확히는 오페라)를 연습하러 극장엘 갔고 우리끼리 좀 더 쉬다가 저녁에 같이 만나기로 했다.
몇 가지 물건을 빼먹어서 집앞에 마트에 한번 더 갔는데, 말로만 듣던 그 Aldi 였다. Aldi는 생각보다 별로였다. 근처에 있는 Lidl을 한번 가봐야겠다.
시내에 나가서 맛있는 것을 먹기로 했다가 역시 멀리가기 싫어서 집앞에 스테이크 집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여기가 또 맛집이었다. 배부르게 먹고 맥주도 마셨다. 처남은 그새 네 잔이나 비웠다. 지금 드는 생각이지만, 독일어 잘하는 든든한 처남이 있으니 너무 편했다. 먹는 내내 아이가 잘 자줘서 편하게 이야기 하면서 먹을 수 있었다.
저녁에는 집 근처에 축제가 열렸길래 처남이랑 둘이 구경을 갔다. 생각보다 규모가 있는 축제로 주말내내 열린다고 했다. 카메라를 챙길까 하다가 두고 왔더니 역시 찍을거리가 많아 아쉬웠다. 맥주, 예거, 잭코크 순서로 한 잔씩 더 마시면서 처남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리고 들어오니 한 시가 다 되었다.
동네에서 보낸 관광이 아닌 진짜 휴가같은 그런 하루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