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15시간의 비행
우여곡절 끝에 비행기 티켓팅을 했다.
8/16~26 까지 약 9박10일 이직기념 독일여행이다.
좀 더 여유있게 다녀오도록 일정을 짜면 좋았을텐데 이게 최선이었다. 비행기 티켓은 84만원/인당 인데 이것저것 합치니 약 250만원 정도가 계산이 되었다. (J는 이 때 19개월이라 티켓값은 무료였다)자꾸 연봉협상한 금액과 차액으로 여행경비를 맞추려고 한는데 이미 오버되었을 것이다.
아내가 정말 수고를 많이 해준 덕분에 나는 내 옷가지만 준비하고 동생네서 유모차만 가지고 오면 되었다. 정말 유모차를 안가져왔더라면 너무 힘들었을 것이다. 힙시트 보다 유모차가 훠얼씬 유용하다. 다시하는 이야기이지만 항상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아내가 너무 고맙고, 뭐든 혼자 척척 해내려고해서 너무 좋다.
출발일 아침에 지하주차장이 있는 장모님댁 아파트 주차하고, 인천공항행 버스를 탔다. 평소에 버스를 좋아하는 터라 무리없이 인천공항까지 도착했다. 중간에 잠들어서 도착했을때 컨디션도 좋아졌다. 물론 나 말고 내아이 J가 말이다
공항에서 좌석확인하고 짐을 부치고, 특히 baby meal을 가장한 반찬박스가 여간 큰 짐이었는데 그래도 가지고 오길 잘했다. 유심찾고, 환전한 돈도 찾고 간단히 밥을 먹었다. J는 이때도 기분이 최고였다. 넓고 뛰어다닐 수 있는 공간이면 어디든 좋아한다.
면세점에서 아내가 이것저것 보다가 셀린느 지갑을 산다고 해서 사라고 하고 게이트로 먼저갔다. 뒤따라온 아내가 지갑을 결재까지 하려다가 안샀다고 했다. 내심 안사길 기대했지만 이번엔 사도 좋았다. 근데 아내는 이번 유럽여행을 하면서 유럽사람들 처럼 '머리가 맑고 내면이 풍부한 사람' 이 되어야 하는데 자꾸 물욕이 생기는 자신을 반성하게 된다며 지갑을 사려던 자신을 반성했다고 한다. 그럼 난 좋지 ㅎㅎ
다행히 비행기 맨 앞자리에 앉게되어 조금은 넓은 좌석을 쓸 수 있었다. 비상게이트쪽 까지 넓게 되어 있어서 아이가 혼자 놀 수 있을만한 놀이터공간이 확보되었다. 실제로 아이는 온 비행기를 왔다갔다하면서 너무 잘 놀았다. 이해해 주신 탑승자분들과 아이를 귀여줘해주신 승무원분들께 너무 감사한다. 착륙 할때는 누구나 무섭고 불편하니까 그건 이해가 된다. 거의 11시간 비행동안 너무 잘 있었다. 15개월 아이가 있는 승무원에게 칭찬받을 정도로 였으니 이정도면 체질이다. 너무 기특하고 고마웠다. 아내도 불편했을텐데 호흡을 잘 맞췄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으로 출국 전에 조그만한 장난감을 엄청 이것저것 몰래 사두었던 아내 덕에 위기 상황때마다 하나씩 하나씩 마술상자처럼 꺼내서 위기를 잘 넘겼다. 물론 입국 때, 사용할 장난감들은 절대 꺼내지 않았다.
우리가 앉은 옆자리에 긴머리의 매너좋은 사진작가가 앉았는데 아쉽게도 몇 마디 나누지 못했다. 남성분이었는데, 긴 머리는 기부를 위해 기른다고 했다.
아이와 장거리 비행 Tip
1. 작은 장난감(J같은 경우에는 나갈 때는 타요 중장비 세트, 들어올 때는 타요 버스친구들)
2. 유투브 영상들이 다운로드 된 아이패드(타요 중장비 노래만 두 시간 들었던 것 같다)
3. Baby Meal(기내식 말고, 아기 간식을 준비 했다. 평소에 맛보지 못한 신세계 간식들을 이때만큼은 마음껏 제공했다.)
4. 그리고 평소에 주지 않았던 금단의 간식 ,비타민, 종류 별 과자, 아기육포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해서는 나도 너무 피곤했다. 오랜만에 유럽이라 조금 긴장도 되었다. J는 코가 건조했고 피곤했는지 코피를 좀 쏟았다. 이번에는 당황하지 않고 잘 처리했다. 짐을 찾고 이제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으로 향했다. 아이가 있으니 출국/입국수속을 빨리 받을 수 있는 것은 좋았다. 엘레베이터를 찾아다녀야하는 것은 불편했다.
기차표를 끊어서 공항에서 중앙역으로 이동했다. 라고 썼지만 이 과정도 어리바리해서 좀 오래걸렸다. 역에 도착하니 2년 전에 아내와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왔을 때 들렸던 것이 생각났다. 그때는 아이가 없었는데 이제 셋이 오니 기분이 묘했다. 기념으로 소시지를 먹었는데 역시나 아내는 옷에 케첩을 다 흘렸다. 기차를 타고 승무원을 도움으로 예약한 가족 cabin으로 무사히 앉았다. (유럽에 아이를 데리고 가는 가족에겐 무조건 cabin 좌석을 예매하기를 추천하고 싶다. 가격은 약 10유로 정도 차이가 나지만, 100유로의 값어치를 한다) 사람도 많고 짐도 많아서 여기까지도 엄청 힘들었다. 긴장이 그제서야 조금 풀렸다. 그리고 목적지인 카셀에 도착했다.
독일에서 성악가로 활동중인 처남이 '형님!' 하면서 마중을나와 우리를 맞아주었다. 나는 바로 케리어를 패스해줬다. 너무 무거웠기 때문이다. 무거웠다기보단 반찬이 든 아이스박스가 끼어있어서 핸들링 하기가 아려웠다고나 할까? J녀석도 전에 외삼촌을 본 기억이 있는지 처남을 보고 방긋 웃는다. 역에서 나와 트램을 타고 집에 들어오니 거의 저녁8시였다.
짐을 풀고 옷을 갈아입고(땀에 쩔어서 쉰내가 장난이 어니었다) 간단히 샤워를 했다. 처남이 저녁상을 차려준다고 밥도 해놓고 고기도 구워서 같이 먹었다. 가장 수고한 아이도 한입했다. 맥주를 한잔 마시고 아이를 재우러 방에 들어 갔다가 나도 같이 잠이 들어버렸다.
그리고 그날 악몽을 꿨다. 이직한 회사에 가서 엄청 쪼이는 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