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스터를 잡으러 떠난 모험
지난 주 예약을 걸어둔 편의점에서(요즘은 예약을 받는 편의점도 있다) 약 십여일만에 연락이 왔다.
"지금 빵 들어왔는데 파이리 빵이랑 로켓단 초코롤 중에 하나만 고르실 수 있어요. 어떤 걸로 하시겠어요?"
"네, 로켓단 초코롤로 할게요.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재이에게는 지금 빨리자면 아침에 포켓몬빵 살 수 있으니 빨리자야한다 했더니, 바로 이불속으로 직행하고 두 눈을 질끈 감는다. 그리고는 바로 잠에 들었다. 자동차를 타고 소중히 모셔온 빵을 나는 조심스럽게 냉장고에 넣고 잠에 들었다.
평소 아침에도 늦잠자던 아이는 포켓몬빵! 하면서 일찍 일어났다. 일아나자마자 눈을 비비며 빵을 찾는 아이는 봉지를 뜯자마자 띠부씰을 확인한다.
아! 왜 내가 긴장되고 뭐가 나올지 기대되는거냐구?!
중복 띠부씰인 고라파덕이 나왔다. 생각보다 아이는 침착했고(사실 내가 더 실망한건 비밀), 일단 빵이 맛있다며 아침에 하나 유치원 하원 후 하나를 먹었다.
나는 혹시 몰라 고라파덕 띠부씰을 당근에 검색해본다. 3,000~5,000원정도에 거래가 되고 있었다. '뮤'띠부씰은 여기에 '0'이 하나 더 붙어있었다. 어릴때 모으는 취미가 없었던 나는 이런 현상이 여전히 신기하기도 재밌기도 하다.
그도 그럴것이 나는 어릴 때 포켓몬스터빵을 비롯 국진이빵, 핑클빵을 사먹어 본적이 없다. 그런데 지금 나는 하루에도 몇 군데씩 편의점을 돌아보고, 심지어 예약도 걸어두고 그러면 안되지만 당근마켓에 검색도 하고있다.
그러다 문득 동생이 지난 번에 동네 구멍가게 몇 군대를 돌며 포켓몬빵을 여덟봉지나 샀던 인증샷이 떠올랐다. 그래! 그 곳이라면 아직 빵이있을것만 같았다. 엄마도 볼 겸 겸사겸사 주말에 아이와 단 둘이 자전거를 싣고 친가로 행했다. 우리는 이 날 롤플레잉 게임처럼 한 줄로 자전거를 타고 동네의 구멍가게랑 구멍가게는 다 찾아 다녔다.
포켓몬스터 파티가 구성된 것이다.
이 날 우리는 스무곳 정도를 방문했지만 빵 입고 타이밍도 놓쳤고 사실 이미 출발 전부터 빵은 그 곳이 없었다. 하지만 덕분에 예전에 다녔던 초등학교도 가보고, 어릴 적에 살던 동네까지 가보면서 아이에게 여기가 아빠 어릴때 살던 곳이야하고 보여주기도 했다.
우리는 점심을 먹고 자전거를 좀 더 타다가 집으로 복귀했다. 비록 포켓몬스터는 한마리도 못잡았지만 시원한 바람과 맑은 날씨에 원없이 자전거를 탔다. 그리고 꼭 진짜 포켓몬스터를 잡으러 다니는 것 같았고 다 같이 자전거도 타고 동네 구석구석을 돌아다녀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