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 산다는 것.
당신은 찾았나요? 나다움?
많은 책과 강연을 통해
자주 들어왔던 익숙한 말이 있다.
나답게 살아라.
가장 나다운 것이 가장 고유한 것이다.
많이 들었지만,
도대체 나다운 게 뭔데?
에서 그치고 늘 그냥 지나왔다.
나다운 게 무엇인지
그것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전혀 감도 잡지 못하고 그냥 흘러왔다.
대신
내가 어떻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라는 방향으로 틀어 생각하곤 했다.
그러면
그동안 파온 우물이 ‘영어’이니
늘 그 어디쯤이겠거니 했다.
아이를 키우며
공부방 아이들까지 만나는 요즘,
어? 이게 바로 나다운 거구나!
나, 지금 나답게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든다.
나답게 사는 게 뭔지 사십이 넘은 이제야
조금 감이 온다. 이제야 겨우 말이다.
어렸을 적부터 나는 아이들을 좋아했다.
어린 사촌 동생들 잘 돌보는 큰 언니였고,
지금도 두 사내아이들과 큰소리 내지 않고 잘 지낸다.
산책하다가 소풍 나온 유치원 꼬마들이라도 만나면
나는 순식간에 기분이 최고조로 좋아진다.
너무 예뻐서.
말을 참 예쁘게 한다는 칭찬을 듣는다.
강하거나 부정적인 어투는 나 스스로가 불편해서
얼른 다른 표현을 찾아 돌려 말하는 버릇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싶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나와 함께 있으면
상대는 편안하다고 느낀다.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한다.
이제와 생각해 보니 이것이,
너무 작고 시시해 장점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나 조차도 늘 지나쳐왔던 이런 사소한 것들이
바로 나의 장점이자 나다움이었다.
이런 나다움을 가지고
지금 내가 가장 편안하게 잘할 수 있는 일은,
아이들의 마음을 알아주는 일 일 것이다.
나를 만나려 찾아와 준 아이들을
“지금, 이 순간” 있는 그대로 보아주는 것.
나 지금 평가받지 않고 안전하구나!
마음 놓이도록 하는 것.
환영받는다고 느끼도록 영어 실력이 아닌
아이의 존재를 알아봐 주는 것.
수고한다, 고맙다, 대견하다, 잘하고 있다
끊임없이 속삭여주는 것.
아이들이 신나서 영어책을
오래오래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그것이 바로 나다움이고
내가 지금 당장 세상에 나눌 수 있는
최고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 후에 있을 대학 시험이
지금 아이들이 영어책을 읽는 이유와
목적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영어라는 도구를 통해
아이들의 시야가 넓어지고, 더 넓어진 시야로
더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하길 바란다.
그 직간접 경험을 통해
올바른 판단을 하며 삶을 살아가기 바란다.
그렇기 위해 아이들이 오늘도
영어책을 편안하고 재미있게 읽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는 수업시간이 반갑다.
재잘대는 아이들이 고맙다.
오늘도 책 읽으러 와준 이 도깨비들이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오고 가는 아이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몇 번이고 수고했다, 고맙다, 훌륭하다, 말한다.
이 아이들의 하루하루도 나만큼 평온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렇게 착실히 쌓은 하루하루를 통해
언젠가 뿜어져 나올 자신만의 고유의 색깔대로
마음 편안하게 재미있게 세상을 살아갔으면 좋겠다.
그게 이 작은 공부방을 통해
내가 궁극적으로 소망하는 바이다.
그게 나다움으로 세상을 한 스푼 따뜻하게
하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