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계는 장청소
단식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일요일 오후였다. 단식을 하려면 뭐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전혀 알지 못한 상태였다. 내일 하루는 하루종일 안 먹어봐야지 라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남편과 아이들이 다 잠든 저녁 9시, 나는 그제야 단식에 대해 조금씩 인터넷으로 찾아보았다. 단식을 하려면 일단 장을 비워야 한단다. 장을 비우기 위한 약들이 많이 소개돼 있었지만 미국에 있는 나는 구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장을 비우지 않고 단식을 하면 음식 찌꺼기 때문에 속이 울렁거릴 수 있다는 어떡하지? 소심한 나는 괜히 걱정이 되었다. 그러다가 소금과 물로만 장청소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유튜브에서 찾았다.
소금물 장청소. 따뜻한 물 2리터에 소금을 1% 넣어서 섞은 후에 30분 안에 다 마시면 된다. 소금물을 마시는 것은 의외로 힘들지 않았다. 그런데 소금물을 다 마셨는데도 1시간이 지나도록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내가 소금을 너무 적게 넣었나 싶어서 그냥 졸리고 해서 잠이 들었다. 그런데 밤 12시가 넘어서 갑자기 장에 신호가 왔다. 그러고 나서 새벽 2시가 되도록 계속 설사가 지속됐다. 너무 괴로웠다. 설사 보다도 사실은 너무 졸렸다.
소금과 물만 먹기
다음날 아침, 전날 밤 잘 못 자서 인지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체중계에 올라갔더니 몸무게는 조금도 변화가 없었다. 장청소를 했건만 소금을 많이 먹어서 인지 몸무게는 그대로였다. 어젯밤 힘들었던 시간을 줄어든 몸무게가 보상해 줄 거라 기대했건만 역시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단식은 소금과 물만 먹으면서 진행했다. 인터넷에서 찾아볼 때 단식하면서 먹는 소금도 다양했다. 된장 소금, 미네랄 소금 등등 단식을 위한 소금이 따로 판매되기도 했다. 하지만 당장 시작한 나는 그냥 집에 있던 핑크 소금을 먹기로 했다. 이 소금은 굵은 알갱이로 되어 있어서 마치 사탕을 먹는 기분으로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미지근한 물을 하루종일 먹을 수 있도록 1.5리터 텀블러에 물을 담아두었다. 첫날에는 3리터 정도의 물을 마셨다.
하루를 굶으면, 과연 몇 킬로 그램이 빠질까?
나는 하루종일 굶어본 게 처음이다. 나는 미리 대비하기를 좋아하는 성격이라 항상 어딜 가든 간식거리를 챙겨둔다. 가방 곳곳에, 차 보조석에도 초콜릿과 사탕이 있다. 기분이 안 좋아질 것을 대비하여 손이 닿는 곳에 단 것을 배치해 두고, 점심에 밖에 나갈 일이 있으면 아침밥을 더 많이 먹어두는 식으로 배가 고프지 않도록 항상 대비해 왔다. 아이를 출산한 날에도 그날 저녁에는 미음을 먹었다. 하루종일 굶는 것이 불안해서였다.
이런 내가 24시간을 굶었으니 과연 몇 킬로가 빠질까? 나는 단식 첫날 아이들 반찬과 밥을 지으면서도 계속 그걸 맛보고 같이 먹고 싶다는 마음을 참으면서도 이 궁금증 때문에 먹을 수가 없었다. 꼬박 하루를 굶고 난 다음날 아침에 체중계에 올라갔을 때를 상상하면서 식욕을 참았다. 분명히 줄어든 내 몸무게가 지금의 힘듦을 보상해 줄 거야. 나는 꼬르륵 소리를 들으면서 오히려 기대감에 부풀었다.
그래서 다음 날 아침, 나는 과연 몇 킬로 그램이 빠졌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