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있지 않을 때, 아이를 키우는 방법에 대하여

<내 아이를 위한 주의력 수업>을 읽고

by 엠마
엄마가 곁에 없을 때, 아이는 어떻게 자랄까

이제 아이를 두고 회사를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그동안 애써 넘겨왔던 장면들이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 체육 수업이 끝난 뒤 신발도 신지 않은 채 교문 앞으로 뛰어나오던 모습, 외출할 때 실내화를 신고 현관을 나서던 순간, 몇 번을 말해도 고쳐지지 않는 사소한 생활 습관들. 화장실 다녀온 뒤 손을 씻지 않는 일, 양치 후 칫솔과 치약을 아무 데나 두는 일, 뒤집힌 양말을 빨래통에 넣는 일까지. 열 살 아이에게 너무 많은 잔소리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다가도, 이제 내가 회사에 가고 나면 이런 것들을 곁에서 챙겨줄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바빠졌다. 아이는 과연 혼자서도 잘 해낼 수 있을까. 그 때 내 눈에 들어온 책이 <내 아이를 위한 주의력 수업>이다.


집중력 말고, 주의력을 배우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바로잡게 된 것은 내가 그동안 막연히 하나로 묶어 생각해왔던 ‘주의력’이라는 개념이었다. 책은 집중력과 주의력을 명확히 구분한다. 집중력은 좋아하고 관심 있는 것에 깊이 빠져드는 능력이라면, 주의력은 관심이 없어도 해야 할 일을 주변 상황을 고려하며 수행하는 능력이다. 한 시간 넘게 레고를 조립할 수 있는 아이가 숙제를 시작하지 못하는 이유는, 집중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주의력이 아직 충분히 자라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는 설명이 오래 남았다. 결국 우리가 길러야 할 것은, 좋아하는 일에만 몰입하는 힘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을 시작하고 유지하는 힘이었다.


주의력은 단일한 능력이 아니라 여러 기능이 함께 작동한 결과다. 책에서는 주의력을 다섯 가지로 설명한다. 부르면 바로 고개를 드는 초점주의력, 여러 자극 중 필요한 것만 골라내는 선택주의력, 놀다가도 해야 할 일로 넘어오는 전환주의력, 끝까지 해내는 지속주의력, 동시에 여러 정보를 다루는 분할주의력. 아이가 산만해 보이는 순간들은 대부분 이 중 하나 이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였다. 중요한 점은, 이 능력들이 아이의 의지나 성격 문제가 아니라 환경과 경험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책은 가장 먼저 물리적·심리적 환경을 점검하라고 말한다. 아이들은 시각적 자극에 특히 취약하기 때문에, 책상 앞에 인형이나 장난감, 스마트폰처럼 마음을 빼앗을 수 있는 요소를 최대한 제거해야 한다고 한다. 정리된 공간은 주의력을 대신해주는 장치이기도 하다. 하루에 5분이라도 아이와 함께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주의력은 연습될 수 있다는 설명이 인상 깊었다.


책상 앞에 앉아 아이의 공간을 다시 바라봤다. 연필은 서른 자루가 넘게 꽂혀 있었고, 한 장 쓰다 만 노트만 해도 다섯 권이었다. 시선이 머무를 곳보다 흩어질 이유가 더 많은 구조였다. 그래서 연필은 다섯 자루만 남겼다. 모두 잘 깎아서. 노트도 하나만 남기고 나머지는 정리해 따로 보관했다. 이게 정답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다만 지금의 아이에게는 이 정도의 단순함이 필요해 보였다.



책은 또, 아이의 주의력 문제를 막연히 ‘산만함’으로 보지 말고 사례로 나눠 생각해보라고 조언한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는지, 그 원인은 무엇인지, 그리고 목표는 무엇인지 정리한 뒤 구체적인 전략을 세우라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공부를 한꺼번에 관리하려 하지 않기로 했다. 아침 공부, 저녁 공부, 중국어 공부를 각각 다른 클리어 파일에 나눠 담았다. 파일 하나만 들면 바로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 과정을 최대한 줄였다.


과제의 난이도에 대한 설명도 기억에 남는다. 책은 아이가 문제를 봤을 때 70~80%는 자신 있게 풀 수 있어야 주의력이 유지된다고 말한다. 너무 쉬워도, 너무 어려워도 집중은 깨진다. 그래서 열 문제 중 일곱에서 여덟 개는 아이가 풀 수 있는 수준으로 두고, 모르는 문제는 두세 개만 남겨두는 방식으로 조정하고 있다. 아직은 집중이 흐트러지는 날도 많지만, 문제를 보기만 해도 포기해버리는 일은 조금 줄어든 것 같다.


여러 과제를 해야 할 때는 순서를 미리 정해주기보다,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게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조언도 실천 중이다. 선택하는 순간, 아이의 주의력은 자연스럽게 작동한다. 나와 아이의 알림장을 만든 것도 같은 이유였다. 오늘 해야 할 일과 어제의 복습만 적어두되, 언제 무엇을 할지는 아이가 스스로 정하게 했다. 나는 퇴근 후 결과만 확인하는 역할을 연습하고 있다.



아직 결과는 없고, 연습 중입니다

부모와의 대화 역시 주의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책은 말한다. 강압적인 태도로 순응만을 요구하면 아이의 짜증은 늘어나고, 정서적 어려움은 오히려 주의력을 더 떨어뜨린다. 그렇다고 공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아이의 진짜 마음 돌봄은 감정 공감과 함께 생각하고 선택하는 힘을 키워주는 것이 병행되어야 한다. 특히 조심해야 할 것은 부정적인 낙인이다. 혼낸 뒤 덧붙이는 칭찬은 이미 상처 난 마음을 되돌리지 못한다는 문장을 읽으며, 그동안의 내 말들을 떠올리게 됐다.


그래서 요즘은 아이가 산만해 보일 때, 바로 지적하기보다 먼저 멈추게 하고 생각하게 한 뒤 다시 선택하게 하려 한다. “안 해본 걸 해보려니 많이 힘들지”라고 말하며 마음을 헤아리되, 그렇다고 경계를 흐리지는 않으려 애쓴다. 책에서 말하는 ‘따뜻하게 공감하되, 경계는 단단하게’라는 원칙을 나름대로 연습 중이다.


주의력은 책상 앞에서만 길러지는 능력이 아니다. 책은 주의집중 신체 놀이와 작업기억 훈련을 함께 제안한다. 눈을 감고 물컵을 나르는 놀이, 박자를 맞춰 박수 치기, 같은 그림 찾기, 숫자나 낱말을 거꾸로 말하는 게임들. 주의력과 작업기억력은 환상의 짝꿍이라는 말이 실감났다. 물건을 둔 곳을 잊어버리거나 방금 들은 말을 기억하지 못하는 모습 뒤에는, 주의력뿐 아니라 작업기억의 부담도 숨어 있었다.


연말연초, 아이들이 아파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었다. 그 시간 동안 가족은 자주 보드게임을 했고, 몸을 쓰는 놀이를 함께 했다. 웃고 움직이는 그 시간들이, 책에서 읽은 어떤 설명보다 주의력이 어떻게 연습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아이의 주의집중력은 타고나는 성격이 아니라, 연습하고 훈련한 만큼 자라는 능력이라고 책은 말한다. 그래서 지금은 결과를 말하기보다 과정을 기록하고 싶다. 아직 회사 복직은 멀었고, 이 변화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지금은 분명히 배워가고 있다. 아이가 스스로를 ‘마음먹으면 끝까지 해낼 수 있는 아이’라고 믿게 될 수 있도록, 그리고 나 역시 그런 아이를 믿고 기다릴 수 있도록. 나도 할 수 있고, 너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오늘도 연습 중이다.


https://youtube.com/shorts/T1fxvLqcgDg?si=a2L_sN5YKESkbddI

아이를 기다려주자, 기쁜 마음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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