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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엠마 Jul 18. 2023

04 마음 돌보는 육아, 그 출발점은 '나'  

테이크루트, 그로잉맘 대표 이다랑님의 웨비나 후기

prologue

우리 가족은 작년 여름 미국으로 이주 왔다. 삶의 터전을 옮긴다는 것은 정말 여러 가지 경험을 포함한다. 사용하는 언어가 바뀌고, 허용되는 문화적, 사회적 합의가 달라진다. 일상생활 곳곳에서 낯선 문화를 마주했을 때, 불안과 걱정이 나를 옥죄어 왔다.


 어른인 나도 이렇게 힘들었는데, 이제 겨우 6살인 아들은 어땠을까. 워낙 활달한 성격인 아들은 내 생각과 달리 소극적으로 변하거나 친구 관계를 힘들어하지는 않았다. 다만 한국에서 보다 더 장난을 많이 치고, 매사 에너지가 넘쳤다. 안그래도 이방인인 나는 학교에서 괜히 주변 눈치가 보였는데, 아들이 얌전히 있지 않자 항상 좌불안석이었다.


 누가 우리 아들에게 “장난꾸러기다”라는 말이라도 하는 날에는 나는 그 말이 하루종일 신경 쓰였다. 또 누군가는 아들이 활달하고 적응도 잘하는 것 같다며 부럽다고도 했다. 하지만 엄마인 내가 보기에는 아들이 너무 과장되게 행동하는 것으로 보였다. 평소와 다른 아들의 말투, 행동, 눈빛에 나는 자주 가슴이 철렁했다. 다른 아이들은 낯선 환경에서 흔히 움츠러든다는데, 우리 아들은 대체 왜 이러는 걸까. 차라리 학교에서 울고 돌아오면 꼭 안아주며 위로해 줄텐데, 내게 익숙한 위로의 방식이 아들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테이크루트에서 주최한 <아이 마음에 상처 주지 않는 법>의 저자이자 그로잉맘의 대표인 이다랑님의 웨비나를 듣고, 우리 아들이 낯선 환경에서 왜 그런 행동을 했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 내가 왜 그렇게 화가 많이 났었는지, 불안해했었는지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거기에서 더 나아가, 내가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 감정을 다스려야 하는지 구체적인 계획도 세우게 되었다. 웨비나 내용을 요약해 보자면 아래와 같다.



 이다랑 대표님 웨비나 요약

이다랑 대표님은 아이를 낳으면서 엄마의 삶이 어떻게 한순간 변하게 되는지 너무나 잘 알고 계셨다. 엄마들은 아무리 무언가를 계획한다고 해도 갑자기 아이가 아프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하는 예상치 못한 일에 부딪힌다. 아이 엄마들끼리의 약속이 파투 나는 것은 너무나 익숙한 일이다. 그래서 엄마들은 ‘감정’을 다루는 것 또한 점점 더 어려워하게 된다. 계획한 대로 통제할 수 없다는 좌절감이 쌓이다 보면, 내  감정의 조절 또한 너무 어려운 일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이번 웨비나에서는 감정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 5가지를 밝히면서 ‘마음을 돌보는 육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주셨다.


첫 번째. 감정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

 우리 부모님 세대에는 먹고살기에 바빠서 자녀들의 감정을 수용하고 이해해주기보다 통제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 감정을 수용받았던 경험이 적다 보니 우리는 참는 것에만 익숙해졌다. 오랜 시간 묵힌 감정은 오래된 음식처럼 상하게 된다. 갇혀 있던 감정은 빠져나갈 곳을 찾다가 순간, ‘버럭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폭발해 버리게 되는 것이다. 감정을 제대로 배우지도 못했는데 조절까지 하라는 것은 당연히 어려운 일이다. 감정은 조절해야 하는 것이지, 누르고 참는 것이 아니다.


두 번째. 부정적인 감정은 나쁜 것이라고 느낀다.

 이다랑님은 ‘메타 감정'에 대한 단어를 설명해 주셨다. ‘메타 감정'은 내가 어떤 감정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감정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분노'를 생각하면 어떤 색깔이 떠오를까? 빨간색, 노란색, 검은색… 등 분노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고, 그 감정 자체가 나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우리는 분노가 나쁜 것이라고만 간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감정을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은 감정에 대한 편견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세 번째. 감정을 어떻게 인지하고 표현해야 하는지 모른다.

감정은 단편적이지 않고, 굉장히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명료하게 정의하는 것부터가  어렵다. 이 복잡한 감정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그 감정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표현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다랑님은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 감정 단어를 배워보거나(미움도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기. 예를 들어 얄미움, 분노, 배신감 등등), 간단한 감정 일기 쓰는 것(sns에 사진을 올릴 때도 나의 감정 태그를 활용해 보기)으로 감정 학습을 습관화해보라고 제안해 주셨다.


네 번째. 감정은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흔히 우리는 감정이 휘몰아쳐 오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조절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감정은 스스로 만들고 전환하고, 조절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행복이라는 감정을 자주 경험한 사람은 행복할 수 있는 이유를 더 많이 찾아내고, 행복을 느낄 가능성도 높아진다. 감정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마음을 돌보는 일을 시작하면 변화는 느리지만 조금씩 일어날 수 있다. 아주 작은 일이라도 시작해서 변화를 시도해 보는 것이 결국 마음을 돌보는 일이 될 수 있다.


다섯 번째. 감정을 만드는 주체인 ‘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감정의 주체인 ‘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감정을 어려워하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타고난 성격적 특성이 기질이 있는데, 이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면 감정 조절이 더 쉬워진다. 이다랑님은 4가지 기질 유형을 예로 들어서 설명해 주셨다. 첫째, 새로운 자극에 대한 행동이 활성화되는 자극추구형. 둘째, 낯선 자극을 두려워하는 위험 회피형. 셋째, 지속하며 성취하려는 특성을 가진 성취와 몰입형. 넷째, 오감각에 대한 민감성이 높은 감각민감형. 이렇게 기질에 따라 유형을 나눠서 보니 아들과 나의 차이점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불안할 때는 육아 정보가 아니라, 나와 아이를 들여다보자

 웨비나를 들으면서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우리가 두렵고 힘든 순간이 찾아올 때, 그래서 육아가 버겁게 느껴질 때, 내 아이와 내 마음에게 집중하는 것이 답이라는 것이다. 나 지금 잘 키우고 있는 거 맞나? 애가 갑자기 왜 이렇지? 하는 생각이 들 때 초록색 검색창에 대고 물을 것이 아니라, 내 아이의 마음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려고 노력할 때 불안을 원인을 찾고 제대로 해소할 수 있다.


 우리는 정보의 홍수 시대에 살고 있다. 수많은 정보 가운데서 허우적거리다 보면, 어떤 것이 더 중요한 것인지 초점을 흐리게 된다. 이 사람 말도 맞는 것 같고, 저 사람 말도 맞는 것 같고…  나 역시 나와 아이에게 맞는 정보를 찾다기 오히려 더 불안해 지곤 했다.


 요리 레시피를 찾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김치찌개를 하나 끓이려고 찾아보더라도, 레시피가 너무 많다. 하지만 각자 집에 있는 김치의 익은 정도, 냄비의 종류, 가스레인지의 화력까지 모두 다르다. 김치의 맛을 보면서 양념을 더해야 하는데, 레시피만 따라 했다가는 음식을 망치게 되듯이 기본적인 것도 모르면서 다른 사람의 양육법을 따라 하다가 오히려 길을 잃게 되는 것이 아닐까?


정반대 성향의 아들과 엄마, 그래서 힘들었구나

 이다랑님의 웨비나를 들으며 나는 내 아들의 기질과 나의 기질을 되짚어 보며 서로의 마음에 집중해 보았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마음을 돌보는 육아를 할 수 있을지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이다랑님의 기질 분류에 따르면, 아들은 자극추구형과 감각민감형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아들은 미국이라는 새로운 환경, 새로운 학교와 언어를 대하면서 오히려 더 탐색적 흥분하는 모습을 보였고, 더 자유분방해졌다. 나는 이런 아들의 행동이 너무 이해되지 않았는데, 원래 이런 기질의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아들은 지난 일 년 간, 자기 나름대로 적응하기 위한 과정을 거치고 있었던 것 같다. 일 년이 지난 지금, 아들은 훨씬 안정적으로 변했고 친구들 관계도 편해지고 있다. 나는 이런 아들의 기질을 이해하자, 아들이 적응하도록 기다려 줄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반면에 나는 위험 회피형+성취와 몰입형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나는 불확실한 것에 대해 두려움이 많고, 낯선 것에 수줍어하며, 몰두할 수 있는 시간에서 기쁨을 느끼는 편이다. 미국이라는 새로운 환경, 둘째를 낳아 키우면서 마주치는 불확실성, 일상을 통제할 수 없다는 좌절감이 나를 힘들게 했던 것 같다. 청소, 음식 만들기 조차도 몰두해서 할 수 없다고 느꼈을 때, 정해진 약속이나 일정을 지킬 수 없을 때 내가 유독  괴로웠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그러므로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스스로 작은 약속을 정하거나, 짧더라도 몰입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었다.


마음 돌보는 육아, 그 출발점은 '나'

 그래서 나는 이번 웨비나를 듣고, 새벽 달리기를 다시 시작했다. 사실 나는 그동안 새벽에 요가 수업을 듣기 위해 고군분투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내가 하고 싶은 ‘아쉬탕가 요가'는 최소 한 시간가량 집중해서 동작을 이어나가는 시퀀스로 이루어져 있다. 정해진 동작을 이어나가며 조금씩 성장하는 내 모습에서 기쁨을 얻었었다. 그런데 아직 어린 둘째가 새벽에 계속 불규칙하게 깨어났다. 나는 중간에 수련을 멈추는 일이 많아졌고, 둘째가 이앓이를 하면서는 아애 요가를 손 놓을 수밖에 없었다. 계획한 요가를 못하게 되니, 나는 하루를 ‘좌절감'으로 시작할 때가 많아졌다. 그런 날은 하루종일 기분이 안 좋았다.


 달리기는 짧은 시간에 집중해서 할 수 있는 운동이다. 그리고 집 밖으로 나가서 하는 것이니 아이들에게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다. 온전히 내 두 발로 땅을 딛고, 무엇도 들고 있지 않는 두 팔로 허공을 휘저어 앞으로 나갈 수 있다는 해방감이 얼마나 소중한 지 모른다. 1시간 동안 요가를 하겠다는 너무 무리한 목표를 세워놓고 계속 좌절할 것이 아니라, 20분만 달리기를 하더라도 몰입해서 하는 것이 나를 돌보는 일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인간은 계속 상황과 주변 사람에 따라 변하는 복잡한 존재이다. 딱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는 것이 너무 거칠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라도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지속할 수 있고, 아이의 행동 원인과 나와의 차이를 알 수 있다면 육아하는 실생활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누군가가 내 아들을 봤을 때 “장난꾸러기네. 제멋대로네.”라고 또 쉽게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내 아들은 에너지 분출과 발산을 하며 적응을 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다양한 지적 경험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아이라고. 충동적이고 위험해 보이지만 아이는 거기에서 즐거움을 찾고 있으니, 너무 위험한 것은 엄마인 내가 잘 절제시키겠다고. 그러기 위해 우리는 같이 노력하고 있다고 말이다. 



새벽 달리기 일주일 째, 마음의 평화를 찾고 있다. 아직도 나는 나 자신을 제대로 돌보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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