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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엠마 Sep 26. 2023

10 행복한 부부관계의 비밀  

원정미 작가 <남편과 나> 웨비나 후기


Prologue : 얼굴 덮은 남녀의 키스... 우리 사이 괜찮은 걸까?


 두 남녀가 얼굴에 하얀 천을 덮고 키스를 하고 있다. 한번 보면 잊히지 않는 강렬한 느낌을 주는 이 그림은 르네 마그리트의 <연인들>이다. 푸른색과 붉은색, 흰색과 검은색의 대비도 돋보이지만, 무엇보다 두 남녀가 하얀 천을 덮고 있다는 사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하얀 천 때문에 완벽하게 밀착하지 못하는 두 남녀의 모습을 보면, 사랑이라는 아름다운 이름 뒤에 감추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사랑의 본질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나는 올해 곧 결혼 10년 차에 접어든다. 매일 살을 맞대고 사는 남편이지만 속을 다 까서 보여주기 어려운 그 무엇을 각자 가지고 살아간다. 겉으로 보면 잘 살고 있는 것 같지만, 삐걱거리며 겨우 버텨 돌아가고 있다. 그 모습은 마치 하얀 천으로 덮혀 뭔가 무서운 느낌이 드는 <연인들> 속 얼굴을 연상시킨다.


 우리 사이를 막고 있는 하얀 천은 무엇일까? 그 천 때문에 우리가 보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지난 10년이 서로가 너무나 다른 사람임을 인정하는 시간이었다면, 이제 우리가 함께 보내야 할 시간은 어떻게 보내야 할까? 이대로 우리 부부 괜찮은 건지? 부부사이란 원래 이런 건지? 에 대해 생각하며 원정미 작가님의 <부부와 나> 웨비나를 기다렸다.



사랑에 대한 이해와 오해


  원정미 작가님은 미국에서 심리치료사로 활동하며 <가족이지만 타인입니다>라는 심리에세이를 출간하셨다. 작가님은 자신의 상처를 대물림하고 싶지 않아서 상담학과 미술치료를 공부하며 자신의 내면에 깊숙이 다가갔고, 자신의 내면아이와 화해하며 가족들을 용서한 이야기를 책에 담으셨다. 결혼 후에 평생 단짝을 만나 이제 너무나 행복하다는 작가님을 보며, 어떻게 하면 그렇게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사시는지 그 비결이 궁금했다.  


 작가님은 웨비나에서 '사랑'이라는 감정의 오해와 착각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주셨다. 부모 자식 관계와 달리, 부부는 사랑으로 맺어진 관계라서 '사랑'의 감정이 중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부갈등이 이 '사랑에 대한 오해'에서 생긴다고 한다. 작가님의 말씀에 따르면 흔히 사람들은 사랑이 심장이 뛰고 설레는 마음이라고 착각하지만, 진정한 사랑의 가장 큰 속성은 '성장'이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의 저자 M. 스캇 펙 정신의학과 박사는 "사랑은 자기 자신이나 타인의 정신적 성장을 도와줄 목적으로 자기 자신을 확대시켜 나가려는 의지"라고 했다. 이 말에 따르면 사랑한다는 마음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랑한다면 상대에게 관심을 가지고 집중하며 성장시키려고 움직여야 한다. 사랑이라는 이유로 대상을 방치하고, 속박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그렇다면 건강한 사랑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행복한 부부 관계의 비밀은?


 작가님은 부부, 자녀 관계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John Gottman의 '행복한 부부 관계의 집' 이론을 소개해 주셨다. 부부 관계에서 가장 큰 기둥은 '신뢰와 헌신'이다. 이것만 튼튼하게 받치고 있다면 갈등이 생길 일이 없다.


조건적인 관계, 정서적 불륜, 거짓말, 다른 사람을 우선순위에 두는 것, 배우자의 부재와 냉담, 성적 냉담, 무례함, 이기심, 약속 위반


 흔히 불륜을 저지르는 것만 상대를 배신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위 모든 것들이 신뢰를 깨는 요소이다. 작가님은 부부가 서로에게 위의 것들을 하지 않는 습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다. 신뢰를 만들기 위해 헌신하지 않으면, 신뢰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신뢰와 헌신을 바탕으로, 행복한 부부 관계의 집을 구성하는 7가지 요소를 습관처럼 실행하며 서로의 성장을 돕는 것이 진정한 사랑의 실천이다.


<참고> 행복한 부부관계의 집



사랑의 지도를 만들어 보자


 작가님은 행복한 부부관계의 집을 짓기 위해 해야 할 7가지를 소개해 주셨다.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사랑의 지도'를 만드는 것이다. 작가님은 웨비나에서 아래와 같은 11가지 문항을 보여주셨다. 그리고 배우자의 이 모든 것들을 알고 있는지 점검해 보라고 하셨다. 그리고 그 이전에, 이 문항을 나 자신 스스로에게 묻는다면 그 답도 알고 있는지부터 알아야 한다고 하셨다.


배우자의 친한 친구 이름을 알고 있다.

배우자가 좋아하는 싫어하는 음식/ 취향을 알고 있다.

배우자가 좋아하는 싫어하는 활동/ 취미를 알고 있다.

배우자가 좋아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알고 있다.

배우자의 꿈/ 소망을 알고 있다.

배우자의 열등감/ 상처를 알고 있다.

배우자가 가진 종교나 삶의 가치관을 알고 있다.

배우자가 싫어하는 사람/환경에 대해 알고 있다.

배우자가 현재 고민하는 문제나 스트레스를 알고 있다.

배우자가 나에게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

배우자의 타고난 기질과 성향이 어떤지 알고 있다.  


 위 문항을 읽어보니, 우리 부부가 10년 동안 잠자리에 들기 전에 오랫동안 나눴던 대화들이 생각났다. 특히 미국에 와서 우리는 이런 대화를 많이 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다 보니, 우리는 옆에 있는 파트너에게 많이 기대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나도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고 남편도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에게 했던 것 같다.



우리는 정말로 사랑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나?


 사랑의 지도를 통해 서로에 대해 알았다면, 이것을 기반으로 우리는 서로가 바라는 방식대로 '호감과 존중 나누기'를 해야 한다. 작가님은 '상대가 원하는 사랑의 언어'로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알려주셨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랑 표현의 방식을 이해해야 한다. 아래는 사랑 표현의 5가지 유형이다.


나를 인정하고 격려하는 인정의 말

함께 즐거운 시간 보내기

나를 위한 선물

신체 접촉/ 성관계

나를 위한 섬김/ 봉사/ 배려


 작가님 말씀에 따르면, 사람마다 사랑을 느끼는 지점이 다르다. 어떤 사람은 말로 사랑을 표현할 때 느끼고, 어떤 사람은 몸으로 표현할 때 느낀다. 내가 느끼는 사랑의 방식대로만 상대에게 표현하면, 나는 이미 사랑을 보였 줬다고 생각하는데 서로 오해만 쌓이게 된다.


 작가님은 위 5가지 중에서 내가 사랑을 느끼는 지점이 어디인지 생각해 보라고 하셨다. 나는 남편에게 사랑을 느꼈던 경험을 떠올려 보았다. 10년도 더 전에, 우리가 연애하기 전에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회사 입사 동기였던 우리는 조별 과제를 위해 남편 차를 타고 이동을 했다. 남편은 뒷자리에 앉을 나와 또 다른 동기들을 위해 간식거리를 사서 두곤 했는데, 나는 그걸 보고 감동을 받았었다. 나는 이런 소소한 챙김에게 사랑을 느꼈다. 내가 생각한 나의 사랑의 지점은 '나를 위한 섬김/ 봉사/배려'이고, 가장 사랑답지 못한 행동은 '나를 인정하고 격려하는 인정의 말'이었다.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고 말로만 표현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남편에게 다시 물어보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남편은 내가 가장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한 '나를 인정하고 격려하는 인정의 말'을 사랑으로 꼽았다. 그러고 보면 남편은 항상 나에게 말을 좀 예쁘게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 '수고했어, 고생했어' 이런 말 한마디를 해주면 자신은 행복하다는 말을 했었다. 하지만 나는 말뿐 인 것은 소용없다고 생각해서, 남편에게 영양제를 챙겨주거나 식사를 잘 챙겨주는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했는데 그건 오히려 남편에게는 '잔소리'로만 들렸던 것이다.


 결혼한 지 10년이 되어서야 우리는 서로가 자신의 방식 대로만 사랑을 표현했다는 것을 서로 깨달았다. 큰 문제없이 결혼생활을 해왔다고 생각했지만, 어딘가 관계가 메마르고 있다고 느끼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부부니까 당연하게 사랑하는 거지,라고 쉽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일하는 것처럼 아니, 일하는 것보다 오히려 더 노력해야 하는 것이 부부의 사랑이었다.



부부싸움, 한다면 제대로 하자

 

위의 두 가지만 제대로 하면 갈등이 생길 일이 없겠지만, 그래도 갈등이 생겼다면 작가님은 부부싸움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하셨다.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싸움의 기술은 '검사가 되지 말고 협상가가 되자'는 것이었다. 가정 안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에는 완벽한 해답이 없다. 특히 육아의 방식에는 정답이 없고 누구의 방식이 더 옳다는 것이 없다. 옳고 그름 보다는 함께 조율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현명하다고 한다.


 특히, 부부관계에 문제가 생겼을 때, 갈등해결이나 문제해결에 집중하는 것보다는 상대의 감정계좌에 입금을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이것을 '감정은행계좌'라고 비유할 수 있다. 비난, 무관심, 잔소리, 인정, 배려하지 않음으로 인출만 하는 것보다, 칭찬, 관심, 배려, 인정,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입금을 많이 해서 파산을 막아야 한다.


 그리고 내가 잘못한 것이 있다면 진심으로 사과하고 용서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어물쩡 넘어가거나 회피해 버리면 그 감정은 두고두고 남아서 서로를 괴롭히게 된다. 내가 확실히 잘못했다고 느끼면 그것을 명확하게 표현해야 상대도 그 감정을 묻어두고 넘어갈 수가 있다. 이로써 부부의 싸움이 원만하게 해결되었음을 아이에게도 알려주고 불안했던 마음을 달래줄 수 있다. 우리 부부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갈등을 잘 해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오히려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일 것이다.

 


Epilogue : 하얀 천으로 덮고 있던 건 나 자신의 얼굴이었다.


 어쩜 르네 마그리트의 <연인들> 이 섬뜩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 입을 맞추고 있음에도 그들의 눈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하얀 천은 나 자신의 얼굴을 가로막고, 그로 인해 상대의 얼굴도 보지 못하게 한다. 하얀 천 위에 손을 올려 더듬어 서로의 존재를 알아내려고 하지만, 가려진 눈으로 인해 제대로 사랑을 전하지 못하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만 있었던 건 아닐까.


 원정미 작가님이 긴 시간 웨비나를 통해 알려주신 건, 결국 하얀 천을 벗어 들어 나 자신을 제대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나를 알고, 사랑해야 그것을 바탕으로 배우자 역시 사랑할 수 있다.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어떤 누가 나를 궁금해하고 사랑할 수 있을까.


 작가님의 웨비나가 끝나고, 나는 남편과 잠자리에 누워 긴 대화를 이어나갔다. 서로에 대한 사랑의 지도를 잘 알고 있는지 이야기를 하고, 그동안 오해하고 있던 사랑의 표현 방식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나조차 모르고 있던 내 모습의 조각들이 모아지는 느낌이었다. 우리는 새벽 늦게까지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가 오랜만에 밤늦게 잠이 들었다. 이런 사랑의 노력이 모여 결국 행복한 부부관계의 집을 튼튼하게 세울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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