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웃음소리 Dec 09. 2023

어쩌다 맛집 체험단_2

블로그 글쓰기 코칭 시작

펜션 사장님께 블로그 글쓰기 코칭을 받게 되었다.


사장님은 나를 단톡방에 초대해 주었다. 단톡방에는 대화 인원이 총 5명이었다. 나를 포함한 교육생이 한 명 더 있었고 3명이 코칭의 역할을 담당했다. 코칭 교육을 하신다고 해서 여러 명이 듣는 교육인 줄만 알았는데. 교육생보다 선생님이 더 많은 조금 아리송한 단톡방이었다.


"이번달부터 교육받게 된 왕초보 블로거입니다. 많이 가르쳐 주세요. "


단톡방에 인사글을 남겼다. 내 닉네임은 왕초보였다.







사장님의 코칭이 시작되었다. 매일 한 개 이상의 포스팅을 올리는 것이 과제였다. 당시 내 블로그에는 브런치에 올린 글들을 복사해서 올려 두었는데, 그 글들을 지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브런치에서처럼 소소한 일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블로그를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왠지 브런치에서의 나와 블로그에서의 나는 다른 사람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던 것 같다. 글들을 삭제했다. 어차피 브런치에 남아 있으니 말이다.


사장님은 교육생 두 명에게 5만 원씩 입금할 것을 요청했다. 포스팅을 하루라도 빼먹거나, 한번 지적받은 내용을 재차 지적받으면 1회당 2만 원씩 벌금을 겠다고 했다. 돈을 입금했다. 5만 원이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순살 닭강정 3마리를 먹을 수 있는 돈인데. 갑자기 의지가 활활 불타올랐다. 정신을 바싹 차려야 했다. 한번 틀린 걸 또 틀리면 닭강정 한 마리가 날아가게 생겼으니 말이다.


식당을 가도 도서관을 가도 카페를 가도 집에서 요리를 해도 모든 것을 사진으로 남기기 시작했다. 아이들 사진 말고는 사진을 잘 찍지 않았던 내가 갑자기 모든 것을 사진으로 남기기 시작했다. 막내가 엄마는 도대체 안 찍는 게 뭐냐며 예전에 사진 안 찍던 엄마가 더 좋다며 투정을 부렸다. 그래도 열심히 찍었다.


아무리 찍고 찍어도 매일 글을 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김밥도 말아보고, 짜장도 볶아보고, 김치전도 구워보고, 쓰고 있는 물건도 소개하고, 먹고 있는 견과류도 소개했다. 다른 블로그들을 찾아보며 참고를 했다. 블로그를 둘러보니 이모티콘을 많이 쓰는 것 같았다. 재미있는 이모티콘을 보면 웃음이 빵빵 터지는 편이지만 글에는 왠지 이모티콘을 넣고 싶지 않았다. 나눔 명조체가 좋았다. 사진 아래에 가로로 길게 늘어지게 쓰는 글을 선호했던 나는 스타일대로 글을 써서 사장님께 검사를 받았다.










사장님은 말씀하셨다. 가운데 정렬을 해야 한다고. 적당히 몇 자 쓰고 줄을 바꾸라고 하셨다. 게다가 이모티콘은 필수라며 그래야 글이 술술 읽힌다고 하셨다. 꼭 그래야 하느냐고 여쭤보고 싶었지만 일단 사장님이 시키시는 대로 따라 해 보기로 했다.


이모티콘과 줄 바꾸기와 가운데 정렬을 열심히 지켜냈다. 빠지지 않고 글을 썼다. 하지만 한번 받은 지적을 2번이나 다시 받는 실수를 저질렀다. 사장님은 벌금을 칼같이 걷으셨다. 나는 2만 원씩 총 2회 4만 원의 벌금을 내게 되었다. 아. 닭강정 2마리가 날아갔다. 정신을 바싹 차리기에 충분한 벌금이었다.


온갖 방정맞은 이모티콘 남발과 잦은 줄 바꿈은 사장님의 마음에 쏙 들었던 모양이다. 쓰다 보니 나도 재미있었다. 사장님께서 알려주신 각종 스킬들을 잘 익혀 글쓰기에 반영한 나는 교육생이 단 둘 뿐인 그 방에서 한 달 만에 우등생이 되었다. 사장님은 나에게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한 달 동안 글을 썼더니 방문객 0명이던 내 블로그엔 하루 100명이 훌쩍 넘는 사람들이 방문하기 시작했다. 신기했다. 신기해하는 나에게 사장님이 말씀하셨다.




"음. 이제 체험단 한번 신청해 보시죠."



작가의 이전글 어쩌다 맛집 체험단_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